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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시인들

<부산의 시인들> 13.김용태

작성일 : 2025.12.28 06:36

부산의 시인들

 

13. 김용태

 

문단에서는 김용태 시인(1939-2018)을 시인이라기보다는 문학평론가로 더 자리매김하고 있다. (1975현대문학에 평론 보살도의 미학이 추천됨) 학생들에게 문학을 강의하는 교수 입장에서는 시도 소설도 평론도 다 연관 지어 있기에 때로는 시인으로도, 평론가로도 활동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선시(禪詩) 부분에서는 거의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기에 선시인으로도, 불교적으로 문학을 해석하는 평론가로도 활동할 수 있었다. 필자와의 인연은 문인협회 내에서 같은 평론분과 활동으로 시작되기도 했다. 그렇게 시외 다른 장르 대부분 문인이 그렇듯 시와의 인연은 잘 끊어내지 못한다. 김용태 시인의 문학도 몇 편의 시로서 시작되었고 사후에는 유고시집이 나올 만큼 시인으로서의 긍지도 갖고 있었을 것이다.

김용태 시인의 사회경력은 정말 다양하고 화려하다. 여자대학의 국문과 교수로서 주변 문인들의 부러움을 샀고 결국 그 대학의 총장까지 되었다. 그리고 일찍부터 문인으로 활동하다 부산문인협회 회장까지 역임하게 된다. 대학을 정년퇴임한 후에는 규모 있는 사찰의 주지스님으로, 나아가 부산불교방송 사장까지, 무슨 호칭으로 불러야 할지 모를 정도로 김시인의 경력은 다채롭다. 한번은 김시인이 주관하는 어느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장삼을 두른 승복 차림의 자태가 정말 스님다웠다. 참석한 일행들이 총장님, 스님, 회장님, 마침 불교방송사장 때라 사장님 등으로 불러대는데 그 호칭 때문에 필자는 그분의 살아온 삶이 오히려 뒤죽박죽 되는 것 같았다. 차라리 한 호칭으로 일관되게 살아오셨으면 더 존경받으면서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김용태 시인에 대해서는 필자의 주관적 판단이지만 그 명함 값을 잘 해내지 못하는 분이란 생각을 평소에 하고 있었다. 문인으로서, 대학 교수로서, 그리고 스님으로서 충분한 자질을 갖추었는가 하는 문제다. 물론 화려한 겉모습은 있었지만 그 내면의 김용태는 시인으로서, 대학총장으로서, 주지스님으로서 그 그릇이 되지 못했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과연 괜찮은 작품을 쓰는 분이었나, 총장으로서 스님으로서의 인품을 갖추었는가 하는 문제다. 이것은 비단 필자 혼자만의 판단이 아니라 김용태 시인과 가까이 지내던 어느 평론가도 필자와 같은 생각이라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어떻게 보면 이 판단은 그분을 꼭 폄훼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사는 분도 있다 하는 인간 모습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일면이라 이해해도 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직책과 상관없이 아주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럴 때는 약주가 한 잔 들어갔거나 아니면 주변에 부담 없는 이들과 흉허물없는 관계일 때는 그런대로 인간적인 분이다. 필자와도 그런대로 인간적으로 지낸 분이다. 필자가 문협 사무국장 때 문협의 추천으로 부산시문화상을 받게 되었다. 그 덕분으로 단둘이 식사를 한 번 했는데 그때 평소 근엄하던 그분과는 다른 면을 느끼기도 했다. 김상훈 회장이 돌아가시고 난 뒤에도 불러서 연산동 어느 일식집에서 저녁을 한 적이 있었다. 필자를 늘 박국장이라 불렀는데, “박국장, 지난번 김사장 장례에 욕 많이 봤소. 당신 참 의리 있는 사람이더만하고 격려하는데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김시인의 따님 또한 뒤를 이어 대학에 근무하며 소설을 쓰고 있다. 한 번씩 지면을 통해 따님의 글을 읽어 보면서 좋은 뜻의 그 아버지에 그 딸이나 아버지보다 나은데같은 생각이 들곤 했다.

김용태 시인의 업적은 뭐니뭐니해도 선사상을 문학에 접목시킨 것이다. 물론 이전에도 많은 시인의 작품에 선사상이 들어 있었지만 평생을 불교와 깊은 관계로 살아온 김시인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김시인은 부친이 승려로 절집에서 태어나 자랐고, 퇴임 후에도 승려가 된 승려 시인, 승려의 본분이 선()을 수행하는 것이라면 김시인은 선사상을 문학으로 승화시키기에 가장 적합한 시인이다. 실제로 그의 문학은 선사상으로 일관한다. 필자도 그분의 어느 특강에서 선사상이 무엇인지 어렴풋이나마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선에 대해 한 번 여쭈어 보았으면 했는데 아쉽게 그런 기회는 오지 않았다.

김용태 시인의 시에는 인연을 강조하는 시들이 많다. 불교에서 자주 말하는 인연들을 시에서도 찾는다. 시집 물 바람 안개 그 인연들은 자연과 인연의 의미를 깊이 담아낸 작품집이다. , 바람, 안개는 변화와 덧없음 그리고 인연의 유동성을 상징하는데 시인은 이를 통해 인생의 다양한 만남과 이별의 순간을 그려내고 있다.

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 사랑은 그 후 어떻게 되었느냐고 / 물안개처럼 몇 겹의 인연이라는 것도 / 아주 쉽게 부서지더라

늘 정정하시던 김용태 시인이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듣고 임종찬 교수께 전화를 걸었다.

아니 어떻게 그 정정하던 분이 돌아가셨습니까?” 전화를 하자,

그것도 복 많은 세상과의 인연이지, 잠자던 그대로 돌아가셨으니까. 혈압이 좀 높았나봐.”

안타깝지만 김시인답게 돌아가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승과의 인연을 끝낸 김용태 시인이다.

<박홍배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