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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여행 가이드> 19. 원시림 숲길에서 섬과 바다가 열리는 가의도

작성일 : 2025.12.15 03:01

19) 원시림 숲길에서 섬과 바다가 열리는 가의도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장)

 

충남 태안군 가의도는 신진도 안흥항에서 서쪽으로 약 5지점에 있다. 안흥항에서 여객선이 하루 3회 운행하고 30분 정도 소요된다.

 

안흥항을 빠져나와 가의도로 가는 바다에서는 죽도, 부억도, 목개도, 정족도, 사자바위, 독립문바위, 거북바위 등을 볼 수 있다. 이런 무인도들과 어우러진 가의도는 태안해안국립공원에 속하고 태안8경 중 제6경에 해당한다.

 

태안해안국립공원은 태안반도와 안면도를 남북으로 잇는 230km 리아스식 해안을 따라 27개의 해변이 펼쳐진다. 태안 해안국립공원지역에서 섬들이 모여있는 곳이 가의도 해역이다. 가의도 정상에서는 옹도, 단도, 궁시도, 난도, 병풍도, 석도, 우배도 등 망망대해 쪽으로 섬들이 연이어 펼쳐지는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가의도 지명 유래는 중국인 가의(賈誼)라는 사람이 피신하여 살았던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또 안흥진이 위치한 신진도에서 볼 때 서쪽 가에 위치한 섬이라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태안군과 가의도 관광안내도에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소개하고 있다.

 

안흥항은 일직이 고려와 조선시대부터 안흥성과 객관이 있었던 곳으로 세곡선, 무역선, 사신들이 타고 온 선박들의 정박지였다. 가의도는 조선시대 이 안흥에 속했다가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근흥면 가의도리가 됐다.

 

가의도 면적은 2.19이고 해안선 길이가 10이다. 섬은 마을 중간 언덕배기 은행나무를 중심으로 남북으로 나눠지는데, 선착장도 남과 북쭉에 각각 마련돼 있다. 기상 상태에 따라 여객선 기항지가 달라지는데 북서 계절풍이 불면 배는 남항 선착장을 이용한다. 등반을 하지 않고 남북으로 동네를 둘러보는 데는 1시간이면 충분하다.

 

은행나무가 섬의 이정표 역할을 한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마을 언덕에 있는 은행나무는 450년 됐다. 둘레가 7m, 어른 10명 정도로 빙 둘러쌀 정도로 크기인데 주민들은 가의도의 수호신으로 섬긴다. 은행나무 뿌리가 언덕배기 밭에 흙이 내려 앉지 않도록 밭 둘레를 타고 길게 뻗어 받침대 역할을 하는 모습이 무척 신기해 보였다. 이 은행나무를 중심으로 왼쪽 길로 가면 소솔길과 신장벌 해변이 나오고 오른편으로 가면 전망대와 남항 방파제, 솔섬이 나온다.

 

가의도 주민은 49세대에 75명이 거주하고 반농반어촌 생활을 한다. 땅에서는 마늘, 고구마, 콩을 기르고 바다에서는 조기, 새우, 멸치, 삼치 등을 잡는다. 선착장에 내리면 벽화와 함께 방문객들을 환영하는 문구가 보이는 데 가의도에 오신 걸을 환영합니다. 육쪽마늘 원산지 가의도”. 마을 대부분 밭이 마늘 재배지인 가의도는 태안군의 육쪽마을 종자섬이다. 가의도 씨마늘이 태안 곳곳으로 다시 옮겨져 성장한 후 생산, 출하되고 있다.

 

가의도 주민들은 육쪽마늘과 해조류를 바탕으로 마늘고추장, 마늘된장, 마늘간장소스 등 가공품을 개발했고 최근 행안부의 ‘2025년 섬 지역 특성화 사업 우수사례 평가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한편, 마늘이 초여름쯤이면 키를 키우며 여물어가는데 이 무렵에 마늘밭에서 빨간 관상용 양귀비도 자라나 여행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푸른 마늘, 빨간 양귀비가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한 폭의 풍경화를 그려준다.

 

가의도 최고봉은 183m로 그리 높지 않다. 그렇다고 아주 쉬운 등반 코스도 아니다. 1.9km, 1km 두 코스가 있다. 구릉성 산지로 된 숲길은 소사나무와 소나무가 밀집돼 있는데, 소사나무와 소나무 앞자를 따서 소솔길이라고 명명한다. 숲길은 동백나무, 떡갈나무, 소나무 등 원시 천연림 사이 사이로 시누대, 억새가 나부낀다.

 

소솔길만 놓고 보면 아주 특이한 숲길이다. 그런데 산길이 자연 그대로, 울퉁불퉁 꼬불꼬불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는 원시림 산길을 생각하면 된다. 사람 혼자 걸을 수 있는 아주 비좁은 길이 벼랑길과 자갈길, 황토길, 잡초더미 길들로 번갈아 이어진다. 그러다가 숲속 깊이 들어서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낙엽들이 쌓여 푹신푹신한 낙엽 길을 걷게 된다. 낭만이 깃든 길이면서 매우 조심해야 하는 등반코스이기도 하다.

 

아주 적막하고 원시적인 숲길을 오르락 내리락 걷는 일은 신기하면서도 걷기에 쉽지 않은 길이다. 소솔길 끝자락에서 바다가 열리고 해안도 바위 절벽도 모두 신비하고 아름다운 풍경으로 다가왔다. 가의도 동북쪽 해안에 동그랗게 들어간 이 모래 해변이 신장벌 해수욕장이다. 해수욕장 오른쪽 끝에 가의도 명소 중 하나인 독립문바위가 있다.

 

돌아오는 길은 복습하며 오는 길이라 호흡을 천천히 고르고 풍경을 음미하며 걷는 여유가 생겼는데, 그래서 부러진 시누대를 다듬어 젓가락을 만들어 준비해 간 도시락을 까먹었는데 정말 꿀맛이었다.

 

초행길 사람들에게 아주 낯설고 고독한 산길이다. 바람소리 뿐인 숲길을 홀로 걷는데 고라니가 갑자기 산길을 가로질러 뛰어가 깜짝 놀라기도 했다. 산행과 섬여행 경험이 많은 경우가 아니라면 혼자서 이 길을 걷는 것은 지양하는 게 좋겠다. 마을에서 산길을 접어드는 첫 코스가 시누대 길인데, 이 시누대 길에서 야산으로 이어진 지점에 안전사고 예방을 알리는 무인 방송과 맷돼지를 조심하라는 주민들의 경고 팻말이 있을 정도이니 참고할 필요가 있다.

 

가의도 남항 방파제 건너 바다에 무인도 솔섬이 있다. 하얀 바위섬 끝자락에 푸른 소나무 몇 그루가 단아하게 자라고 있다. 솔섬의 모습은 푸른 바다 위에 정물화처럼 놓힌 아담한 분재 같기도 하고 섬이 석양에 물들면 어느 몽상가가 서성이는 실루엣 같기도 하고 서부 카우보이 모자 같기도 하다. 이런 상상력을 가져다 주는 풍경과 자연에 매료되는 것이 진정한 여행자의 멋과 맛이리라.

 

솔섬 건너에는 내년부터 무인등대로 전환되는 옹도등대가 보인다. 그리고 솔섬 바로 앞 방파제 끝에는 하얀 무인등대가 있다. 공식 명칭은 가의도항방파제등대. 이 등대는 해수면으로부터 23m 높이에서 14.4km 해역까지 밤바다를 비춘다. 낮에는 주변 바다를 조망하는 포인트이고, 연인 가족들의 인기 포토존이다.

 

등대 아래서 낚시 하고 맞은 편 기암괴석의 암석해안도 넊시 포인트. 가의도는 낚시 초보자도 쉽게 입질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초보자들이 즐겨찾는 곳은 북항 선착장과 남항 선착장. 선착장은 계단형으로 만들어져 낚시하기도 편리하다. 주변 풍경을 구경하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낚시할 수 있는 포인트. 몽돌해변에서도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낚시를 즐길 수 있고 주변 갯바위도 좋은 포인트들이다.

 

경험자와 선상낚시를 즐기려는 사람들은 보트, 낚시배를 타고 주변 간출암에서 낚시를 즐긴다. 주로 감성돔 광어 우럭 노래미가 잡힌다. 섬 주변이 온통 낚시 어선일 정도로 가의도 해역은 대표 낚시터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