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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5.12.15 02:50
Ep 8. 연평도등대에서의 회고
<곽춘만 등대장>
등대에서 보면 해주 부근 부락 굴뚝에 연기가 나는 것도 볼 수 있으며 연평도 조기잡이 때는 가장 분주한 시기다. 이 부근에 조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타 여러 종류의 고기가 많으며, 등대에서도 넘치는 정도의 고기를 잡았으며, 특히, 등대에서 해주 항로 입구가 보이는 방향으로 약 2km 지점까지 가서 낚시를 던지면 언제나 공치는 날 없이 많이 잡혔다.
1965년 9월 초 한영철씨가 등대 직원으로 있을 때 일이다. 직원 2명과 함께 2km 지점으로 농어 낚시질을 갔는데 직원들은 고기가 잘 물리는 위치를 알고 있어 다들 잘 잡는데, 나는 처음이라 어디가 포인트인지 몰라 이곳저곳 다니면서 바쁘기만하고 허탕을 치고 있는데, 직원 한 명이 “등대장님” 하고 큰 소리로 급히 오라고 소리쳤다. 나는 혹시 사람이 다치지나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급히 가보니 한 발이나 될 듯한 농어를 선창에 즐비하게 잡아놓고 세어 보고 있는 중이다.
나는 얼른 그 자리로 가서 낚시를 던지니 나의 낚시에도 큼직한 농어가 걸려들기 시작하여 벅찬 흥분 속에 몇 번의 고기가 물려 올라오더니 순식간에 가져올 만큼 잡았다.
거리 관계상 더 이상의 농어를 운반하기에는 어려울 만큼의 어획을 하였다고 생각하여, 낚시질을 중지하고 자루에다 농어를 넣어서 세 사람이 한 짐씩 지고 운반하는데, 그중 12관의 중량을 지고 가는 한영철씨는 처음에는 제법 잘 걷더니 갈수록 무겁게 느껴 잘 걷지 못하게 되어 중간에서 만나는 동네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짐을 가볍게 하여 등대까지 도착하는 등 한 달에 2번씩 이렇게 고기가 많이 잡히는 물때가 있었다.
등대 직원이라면 무엇이든지 할 줄 알아야 한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막론하고 기술이 필요하겠지만 특히 등대원이라면 신사가 되기도 하고, 사공이 되어 고기잡이도 잘하여야 하며 기상관측과 조수 등 무엇이든지 잘해야 하며, 임기응변까지도 겸하여 예기치 못하는 극한 상황에서도 모든 난관을 해결할 줄 알아야 등대원의 자격이 충만하다 하겠다.
연평도에서는 등대 신설 당시에는 연평도 기관장 회의를 1개월에 2회씩 모여 연평도 발전방안 등에 관한 회의를 하였으며, 두 번째 연평도등대장에 부임(1965년 6월 ∼ 1966년 4월 근무)하여서는 지역민들의 가정에 갑작스런 환자가 발생할 때는 등대 비상약으로 아는 데까지 치료도 해주었으며, 환자가 심리적 안정이 필요한 대상이면 안정도 시켜드리고, 간혹 몇 분을 완치도 시켜 주어 연평도 관계기관과 부락 주민들로부터 대우도 받곤 하였다.
등대 운영을 위해 등대 보급선이 유류와 보급물자를 수송하러 오면 지역주민들이 하역과 운반을 도와 주는 등 상호 간에 협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으며, 식목일에 근처 부락에 가서 소나무, 아카시아 나무등 300그루를 가져다 등대 주변에 식목을 하여 현재와 같은 울창한 수목을 가꾸기기도 하였다.
1966년 5월 1일부로 부도등대 등대장 근무를 명 받아 등대 사무 인수인계를 마친 후에 사물을 정리하여 놓고 지역민들에게 석별 인사를 다니던 중 각 기관 및 동네 유지급에서 가까이 지내던 분들이 헤어지는 연정을 되새기는 송별연을 여러번 많이 받았다.
송별연에는 떠나는 나만이 아니다. 직원들까지도 초청하여 주는데 헤어질 때 진정으로 아쉬워하는 마음을 느끼기도 하여, 연평도등대장으로 근무하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구나 하는 마음에서 나 자신의 자긍심이 쏟아 나오면서, 지역 주민들이 베풀어주는 은혜에 보답하는 것은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실천하므로서 그들의 마음에 보답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일할 것을 표지선 위에서 홀로 앉아서 결심하였다.
표지선이 출발하자 등대 직원과 연평도 주민들이 손에 손에 손수건을 들고 흔들어 주는 것을 우리 표지선에서는 기적으로 남아있는 섬마을 주민들의 인사를 대신해 주며, 연평도 섬을 뒤로하고 멀리멀리 사라져 부도 등대에 도착하니 날이 이미 저물어 이삿짐은 내일 풀기로 하고 사람만 풀어 가족과 함께 등대로 올라가는데 표지선은 근처인 승봉도 쪽으로 가서 정박 하였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에 등대 사무 인수인계를 마치고 곧 바로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