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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5.12.01 07:45
20.조용히 머물기에 좋은 작은 섬, 효자도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장)
효자도는 충남 보령시에 있는 섬이다. 대천에서는 8.7Km 떨어져 있고 대천항에서 여객선으로 25분 소요된다.
지형적으로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안면도와 원산도 사이에 끼어 있는 섬이다. 충남에서 가장 큰 두 개의 섬 사이에 있다에 보니 유람선도 비켜가는 섬, 그러나 숨어 있는 여행지라고 할 수 있다. 작은 섬이지만 청정 바다와 함께 조용히 머물기에 아주 좋은 섬이다. CNN이 선정한 ‘아름다운 섬 33곳’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효자도는 원산도와 800m의 좁은 수로를 끼고 마주보고 있다. 물이 들어오고 나갈 때 이 수로는 계곡 물이 흘러가는 모습이다. 바다에서 강물처럼 흘러가는 조류를 보는 것도 이색체험이다.
섬은 1.34㎢ 면적에 해안선 길이는 5.4㎞이다. 전체를 돌아보는 데 넉넉히 1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선착장에 내리자 출렁이는 배에서 다정하게 바지락을 까는 노부부가 보였다. 바닷가 한쪽에서는 배를 고치는 어부의 해머소리가 섬의 적막을 깨고 있었다. 이제 마악 그물을 털러 나가려는 듯 엔진 소리를 뿜어 올리는 어부의 모습도 보였다. 조용하지만 어촌의 생동감만은 어느 섬 못지 않았다.
섬 안의 풍경은 한마디로 아담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들과 바다가 한 폭의 풍경화이다. 해발고도 47m 높이가 최고봉인데, 이곳은 일출 포인트이고 주변 섬들을 조망할 수 있다. 숲에는 까치와 꽁, 노루가 뛰어다닌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논밭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진다. 논두렁길과 구릉지에 오래 된 팽나무 한 그루가 있고 그 아래 염소 몇 마리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은 동화책 속 그림 같다.
효자도라고 부르는 데는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진다. 첫째는 효자가 많아서 그렇게 부른다는 것. 실제 마을에는 100여 년 전 효자로 알려진 최순혁씨를 기리는 비석이 있다. 비문에는 가난한 시절 최씨가 부친이 사경을 헤맬 때 자신의 허벅지 살을 도려내어 아버지를 봉양했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다.
두 번째 기록은 효자도 옛 이름이 ‘소자미’로 불렸는데 한자로 작을 소(小), 자애로울 자(慈)에 맛미(味)를 뜻한다. 효심과 인심이 좋고 맛있는 특산물이 나오는 작은 섬이라는 뜻이다. 두 가지 모두 의미는 일맥상통한다.
그런 효자도는 옛 농어촌에서 느끼는 훈훈한 인심과 소박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때마침 이장이 안내 방송을 하고 있었다. “주민 여러분~ 오늘은 목욕하는 날입니다. 연로하신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시고 나와 목욕탕과 찜질방을 많이 이용해주십시오~”. 효자도는 이미 20년 전부터 목욕탕, 찜질방, 체력단련장 등 어르신들 편의시설을 잘 꾸며서 운영하는 섬이다.
마을길이 구석구석도 잘 닦여 있고 어르신들은 전동휠체어와 수쿠터를 타고 다녔다. 효심과 공경, 자연 풍경이 잘 어우러지고 시대 흐름에도 뒤떨어지지 않은, 모자람이 없는 섬 생활이었다.
효자도에는 76 가구에 128명의 주민이 산다. 10년 전에 비하면 30여 가구가 늘었으니 가구수가 두 배 증가한 셈이다. 마을 구성은 선착장이 있는 아랫말이 있고, 방조제가 있는 웃말, 해수욕장이 있는 명덕 마을, 모래해변의 녹사지, 제일 남쪽 마을인 남촌 그리고 가운데 마을인 중리, 그 위에 상리마을 등 모두 7개 마을이 있다.
효자도 사람들은 90년 초까지는 흑산도, 연평도까지 나가 15일씩 고기잡이를 하고 돌아오곤 했다. 요즈음은 주로 대합, 바지락을 양식하고 연근해에서 멸치, 꽃게, 낙지, 우럭 등을 잡는다. 일부 주민들은 농사를 겸하는 데, 쌀·보리·고구마·인삼이 주요 농산물이다. 특히 섬 안에는 1만 평의 인삼밭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효자도 토양은 기름기가 적고 물이 잘 빠지는 석회질이라서 인삼재배지로 최적이라고 한다. 해풍으로 인해 병충해도 적다고 한다.
효자도는 조류가 빠른 해역이라서 낚시터로도 각광받는다. 전국 낚시꾼들도 많이 찾는 섬이다. 우럭, 놀래미, 장어가 많이 잡힌다. 섬 전체가 낚시터라고 표현해도 무방하다.
효자도에는 9개 무인도가 있는데, 추섬 빼섬 육도 허육도 나무섬 명적도 왁섬 월도 또랑섬 등이다. 또랑섬은 물이 빠지면 건너갈 수 있다. 추도, 월도, 육도, 허육도 등에서는 선상낚시를 주로 한다. 특히 모래와 바위가 어우러진 녹사지는 낚시인들이 낚시밭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모래밭과 바위틈 사이로 우럭, 놀래미, 장어들이 아주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가족끼리 갯벌체험, 해루질하기도 좋다. 요즘 꼬막과 바지락이 많이 잡힌다. 저녁 무렵 물이 빠질 때 손전등을 들고 나가면, 낙지 해삼 소라 등을 잡을 수 있다. 선착장에서 뭍으로 나가는 배를 기다리던 할머니 한 분을 만났는데, 두 시간 동안 잡았다면서 양동이의 낙지를 보여줬는데, 대략 50마리 정도 돼 보였다.
주름진 손등을 한동안 쳐다보자 할머니는 “많이 잡긴 했는데...장갑을 안 끼고 잡았다니 손이 부르텄어!”라며 씩 웃었다. 뻘과 조개껍질에 긁힌 주름진 손등을 보며, 섬에서 살아온 할머니의 소중한 인생길을 읽을 수 있었다.
효자도를 찾는 사람들이 바닷가에 대나무들이 꽂혀 있어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선착장에서 내려 오른쪽 마을 입구로 가다 보면 여행자들은 반사적으로 바다에서 대나무 잎들이 나부끼는 모습을 마주한다. 바지락 양식장인데, 대나무가 일정 간격으로 뻘에 박혀 있다. 대나무를 꽂아 큰 씨알이 서식하는 곳과 캐서는 안 되는 지역을 구분하고 있다. 자원 고갈을 막고, 관광객들에게도 유념해줄 것을 의미하는 표식물이다. 주민들은 그렇게 바지락을 캐면서 씨 뿌리기를 병행하고 있다.
여행자는 민박집 또는 마을 체험 프로그램을 사전 신청하면 바지락 채취 체험을 할 수 있다. 명덕 마을에 민박집들이 있다. 전통 어촌의 모습이 그대로 살아 있고, 갓잡은 생선을 맛볼 수 있다. 도시에서 온 여행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어선 수리와 그물 수선 장면 등 다양한 어촌 체험 프로그램을 생생하게 체험 할 수 있다.
그 밖에 효자도 가볼만한 곳은 2km의 해안선에 펼쳐진 몽돌해변이 있다. 이곳 몽돌은 연초록 빛깔을 띠는 특이한 몽돌밭이다. 노을이 지면 해변은 아주 독특하고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몽돌은 지압에 좋다고 해서 마을 사람들도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맨발 걷기, 명상 포인트로도 좋다. 다양한 바다새들이 물수제비를 뜨거나 비행하는 모습도 관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