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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5.11.24 08:35 수정일 : 2025.11.24 08:38
Ep 5.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곽춘만 등대장
연합군이 인천에 상륙과 동시에 우리들은 정상적인 업무에 착수해 들어가게 되니, 표지선에 보급품을 적재하고 인천항로표지관리소장 등 출장 온 직원들은 부도등대에 와서 우리들에게 많은 위로와 사변 간에 지내온 이야기를 하고서 앞으로도 용감한 마음으로 업무에 분발하여달라고 부탁하고 부도등대를 떠나는데 표지선이 멀어지며 기적소리를 남길 때 마음이 놓이며 그간의 고생이 보람있게 느껴진다.
표지선은 다시 각 등대를 순회하는 도상에 오른 것이다.
우리 부도등대는 등대 운영으로부터 개인 생활에도 식량이 넉넉하게 되자 직원과 가족들도 매일 즐거운 생활하게 되어 이 광경을 보는 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며 지난 세월이 꿈결 같아지고 서로 웃는 다정한 표정은 고도에서 오래오래 지속되기를 하느님께 빌었다.
그러나 얼마 후 1.4 후퇴의 고배를 다시 마셔야 하게 되니, 우리 등대는 해군본부의 지시를 따라 땀으로 애써 지켜온 등대, 그렇게 정든 등대를 떠나 어청도로 철수하게 되어 등대 서류 및 비품을 정성껏 챙겨 인원 14명 및 식량 1가마 취사도구 침구들을 전마선에 싣고 떠났다.
전마선으로 어청도로 가는 도중에 풍랑을 만나 모든 짐을 바다에 버리고 사람만이 살아남아 1월 14일 겨우 어청도에 무사히 도착하여 함장의 배려와 주민의 원조로 식량 및 부식물을 지급 받아 살아가던 중 3월 30일 표지선 광영호편으로 정든 부도등대에 복귀하였다.
전쟁 중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도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 신기할 뿐이며 불의의 남침을 자행하여 양민을 괴롭히던 공산당의 폭동도 조수의 물거품처럼 사라져 갔다.
이 땅에 평화가 지속되어 공산당은 그림자 하나 남기지 말고 지구상에서 몰아내어 이처럼 비참한 참사가 오지 않기를 하늘에 빌며 새로운 희망으로 차근차근 근무에 착수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과 6.25 사변으로 발전하여온 등대 시설물이 거의 파괴되어 앞으로 끈질긴 노력이 요망되는 가운데 나는 등대 발전에 만전을 기할 것을 마음속 깊이 다짐하였다.
표지선의 임무와 수행을 잠시 살펴보면, 그 책임이 가장 중요함을 느끼게 된다. 특히 표지선의 공로는 6.25 사변 시에 등대에서 굶으며 식물 뿌리로 연명해 나갈 때 간절히 느꼈으니 표지 전체의 소임을 맡고 있는 것이 표지선이라 하겠다.
우리나라 3면 대해의 항로를 밝히고 있는 등대에 이용되는 유류와 보수재료, 기타 식량과 일용품, 육지 소식 등을 표지선에 싣고 인천항을 떠나면 여러 곳의 무간수 등대(무인 등대)를 거쳐 임검 및 정리를 하고, 유간수 등대에 차례로 물자를 보급하며 때로는 거센 파도와 시름을 겪어야 했다.
선창가에 하얀 물거품이 비누 거품처럼 하늘로 나르는 어느 날 해안에 전마선도 붙일 수 없었는데도, 표지선이 와서 유류 일절을 비롯하여 급식과 피복류를 보급하여 주던 고마움이 아련히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