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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5.10.27 12:41
<금주의 순우리말>185-거두잡다
/최상윤
1.거덜나다 : 살림이나 무슨 일이 흔들리어 결딴나다.
2.거덤거덤* : 여기저기 널려 있는 물건을 대강대강 거두는 모양.
3.거두잡다 : 거두어 간추리다.
4.낫잡다 : (무엇을 계산할 때)좀 넉넉히 치다. 혼-‘낮잡다’는 낮추보거나 경멸하다. ‘낫〔勝〕+잡+다’의 짜임새.
5.덕살 : 숫기 좋게 언죽번죽 구는 짓. 비-넉살.
6.덕석 : 추울 때에 소의 등을 덮어주는 멍석. 같-우의(牛衣). ▷‘덕석이 멍석인 듯이’는 약간 비슷함을 빙자하여 바로 그것인 것처럼 자처하는 모양.
7.말코지 : 벽에 달아서 물건을 거는 나무 갈고리.
8.발바투 :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9.살판(꾼) : 남사당에서 ‘땅재주’를 말함. 또는 광대가 몸을 날려 넘는 재주.
10.앙짜 : 앳되게 점잔을 빼는 짓. 또는, ‘성질이 깐직깐직하고 암상스러운 사람’을 놀리는 말.
11.장뼘 : 엄지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을 힘껏 벌린 길이.
12.치마양반 : 신분이나 지위가 낮은 집안이 높은 집안과 혼인하여 덩달아 행세하는 양반.
13.팃검불 : 짚, 풀 같은 것의 부스러기.
14.피밥* : 피로 만든 밥. ‘고생하며 어렵게 얻어먹는 밥’의 비유.
15.허랑하다 : 말이나 행동이 허황되고 착실하지 못하다.
◇시골의 장날은 굳이 농산물 매매도 중요하지만 마을 사람들 간의 길‧ 흉사의 소식, 농사 정보 교환, 뜸했던 이웃이나 옛 동무들과의 만남으로 정이 흐르는 곳이다.
그래서 사발농사(조금 짓는 농사)를 짓거나 ‘피밥’을 먹거나 심지어 ‘거덜난’ 농민이라도 채소, 과일, 도토리, 밤 등을 ‘거덤거덤’ 모아 장날을 기다리게 된다. 그래서 <부지런함이 반복(半福)>이라 했던가.
‘덕살’ 좋은 장사꾼은 호객하면서 내심으로는 흥정에 대비하여 가격을 ‘낫잡아’ 매긴다. 그러다가 흥정이 막상 이루어질 기미가 보이면 ‘발바투’ 값을 깎아 주면서 <본전에 밑지고 판다>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설사 ‘치마양반’ 며느리의 ‘앙짜’에 ‘허랑한’ 말씨에도 ‘덕살’ 좋은 상인은 고맙다며 웃음을 잊지 않는다.
어느 듯 하루해가 저물어지면 상인들은 장터의 ‘팃검불’도 하나 남김없이 ‘거두잡는다’.
<낱알 하나에 땀이 열 방울>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시골 장날의 하루였다.
<문학평론가/ 동아대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