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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시인 시집 속의 시 한편 8> 부산여자의 대꾸/ 박설호

작성일 : 2025.10.17 01:10

<부산 시인 시집 속의 시 한편 8>

 

부산 여자의 대꾸

 

박 설 호

 

흥 지가 무슨 왕건이가? 작별 인사 없이 배 타고 떠났

다가, 십 년 후에 돌아와서 나를 찾아? 그럼 내가 순애보

가락이라도 뽑을 줄 알았더나? 퍼떡 거울을 들여다바라.

갈라진 흙덩이로 주름진 지 얼굴, 늙은 수컷 삼치 대가리

, 이제는 어디론가 꽁무니 뺄 생각은 접어라. 땅 파고

항구 매립하고 갱제를 살리야 돈이 능준할 꺼 아이가?

날만 새김질하고 자연이 어쩌구 환경이 저쩌구 씨버리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가?“

-박설호 시집 내 영혼 그대의 몸 속으로에서

 

 

오래 떠나 있던 부산과 다시 만난 소회

 

양 왕 용

 

박설호(1955-) 시인을 필자가 처음 만난 것은 1969년 봄 대구에서 대학원을 마치고 부산 내려와 잠시 있었던 경남중학교에서였다. 그는 그때 중학교 2학년 학생으로 문학과 시를 사랑하던 소년이었다. 필자는 1학년을 가르쳤으나 박 시인을 어쩌다가 만날 수 있었다. 그러다가 1974년 부산대학교에서 다시 만났다. 필자는 그 당시 시간 강사였고 그는 사범대학 외국어교육과 독어전공 학생이었다. 1976년 필자가 전임이 되면서 <부대신문>에 발표하는 박 시인의 시를 간간이 읽었다. 그는 졸업 후 부산 시내 사립 고등학교에서 독어 교사를 하다가 독일 유학을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기를 10여년 후 한신대학교 교수로 임용되면서 독일문학 특히 동독문학 연구자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을 책에서 보기도 하고 소문으로 들었다. 어느 해에는 번역서를 한 권 보내 왔다. 그러던 그가 최근에 그의 제2시집 내 영혼 그대의 몸 속으로(2005.7 )을 보내왔다. 그의 시집 속에는 사물과 사람에 대한 사랑이 넘쳐났다. 그리고 그가 살아온 유년의 기억들도 보였다.

필자가 주목한 시는 그이 시집 마지막에 편집되어 있는 釜山 그미와의 오랜 이별의 서러움과 순간적 재회의 허망함을 노래한 담시 1라는 긴 제목의 시이다. 이 시에는 1.닻 내릴 때 생각한 이별이라는 단시로부터 마지막 9. 부산 여자의 대꾸라는 짧은 산문시까지 9편의 작품이 있다. 그는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부산 영도에서 청소년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단시 가운데는 영도가 시적 배경이 된 작품들이 많다. 2. 사라진 영도 해안, 3.태종대 에움길(the long and winding road), 4. 고갈산을 오르며등이 그것들이다. 박 시인은 제목 속에서도 짐작이 되지만 부산을 그미 즉 하나의 여성으로 대하고 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오랜만에 본 부산의 변화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말하자면 문명에 오염된 도시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인용한 마지막 작품 부산 여자의 대꾸에서는 부산 여자를 직접 등장시켜 시적화자의 문명비판적 태도에 대하여 반론을 제기하는 담화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등장하는 담화가 산문시 형식이나 부산 사투리이면서 시적화자를 갈라진 흙덩이로 주름진 얼굴을 가졌다고 빈정거리는 어조이다. 이러한 사투리 가운데 능준한이라는 사어는 표준말이면서 자주 등장하는 시어는 아니다. 사전적 의미는 역량이나 수량 등이 표준에 미치고도 남아서 넉넉하다라는 뜻이다. 따라서 부산 여자는 시적화자가 지속하고 있는 문명비판적 태도에 대하여 끝부분에서 옛날만 새김질하고 자연이 어쩌구 환경이 저쩌구 씨버리는게 도대체 말이 되은 소리가라고 격렬하게 비판한다. , 환경론자를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박 시인은 이처럼 부산의 변화에 대하여 절망하면서도 부산에 대한 사랑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따라서 박 시인은 비록 오랫동안 독일에 머물었고 수도권에서 교수직을 가졌으나 진정으로 부산을 사랑하는 시인이다.

 

(시인, 부산대 명예교수<국어교육과>, 동북아기독교작가회의 한국 측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