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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5.10.13 01:42
<금주의 순우리말>183-앙세다
/최상윤
1.거누다 : 몸이나 정신을 겨우 이기어 지탱하다.
2.거느리치다 : 돌보고 보살펴서 살리다. 또는 구해 내다.
3.거느림채 : 몸채나 사랑채에 딸린 작은 집채.
4.낫놀 : 낫자루에 놀구멍(낫의 슴베 끝의 구멍)을 꿰어 박은 쇠못.
5.덕금(德今)어미 : 게을러 잠이 많은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
6.덕달귀 : 낡은 집에 붙어 있다는 귀신.
7.말참례(녜) : 말참견(參見).
8.발매치 : 베어 낸 큰 나무에서 쳐 낸 굵고 긴 가지의 땔나무. 같-발매나무
9.살치다 : 못쓰게 된 글 따위에 X 표를 하여, 못 쓴다는 뜻을 나타내다.
10.앙세다 : 몸은 약해 보여도 힘이 세고 다부지다.
11.장문 : 활짝 열어놓은 문. ‘장+문(門)’의 짜임새.
12.치맛귀 : 치마 끝.
13.티석티석 : 환희 트이지 못하거나 반지랍지 못한 모양. ~하다.
14.피마 : 다 큰 암말. 같-피말.
15.허드재비 : 허드레로 쓰이는 일이나 물건.
◇<둔석>의 인생 나그네 길에서 가장 꿈이 고왔던 때는 고교시절이었다. 비록 외롭고 가난했지만. 오늘은 절친했던 학우(學友)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고교시절 가정환경과 이상과 꿈이 유사했던 이○○과는 진심을 주고받는 학우였다.
그는 큰 포부를 안고 삼천포에서 혈혈단신으로 부산에 유학왔으나 가난하여 하숙은커녕 있을 곳이 없었다. 다행히 통학거리는 꽤 멀었지만 변두리에 ‘덕달귀’가 붙었다는 소문이 자자하여 인적이 끊긴 텅 빈 집 ‘거느림채’에 정착하게 되었다.
그는 ‘앙세지만’ 꺼림직스럽고 두렵기도 했고 더욱이 내 집이 아니기 때문에 본채는 사양하고 ‘거느림채’를 차지하고 자기 자신을 ‘거느리치며’ 꿋꿋이 ‘거누었다’.
<둔석>도 그때 그 친구 집을 방문했지만 원래부터 있었던 ‘허드재비’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데다 그 자신이 겨울 땔감으로 마련한 ‘발매치’마저 정돈되지 않아 분위기가 더욱 ‘티석티석’했다. 내 집이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집안을 정리 정돈할 수 없었다는 그의 진언(眞言)이었다.
더욱이 원래 주인이 언제 찾아올 줄 모르니 밤낮으로 열어놓는다는 ‘장문’이 참으로 허허로웠다. 비록 ‘덕달귀’로 소문난 텅 빈 집이었지만 무단으로 입주한 그의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는 자세를 높이 평가하고 싶다.
30여 년 전, 시골 중학교 교무과장으로 재직하고 있다는 입소문 이후 그의 소식은 두절되었다.
그러나 명계(冥界)에 아직 가지 않았다면 그의 양심만은 속세와 타협하지 않고 지금도 살아있으리라.
<문학평론가/ 동아대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