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회고록<등대이야기>

회고록<등대이야기>

<회고록/ 등대이야기 연재> 28. 고독과 그리움 그리고 등대와의 이별 /조경호

작성일 : 2025.09.29 01:15

 

27) 고독과 그리움 그리고 등대와의 이별

/조경호

 

 

바다에는 섬이 있기에 아름다움이 있다.

망망한 바다만을 매일 보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바닷새의 군무도 매일 다르고 낙조의 노을도 매일 칠해지는 색조나 운해의 모양이 다르다. 그러나 그런 자연의 아름다움의 취기는 유효기간이 얼마 있겠는가

자연의 아름다운 환경은 인간의 삶의 활력소는 되어 주지만 인간의 외로움을 해소시키지 못한다. 인간이 느끼는 고독은 자연의 아름다운 것과는 다른 문제였다.

 

항해하다가 섬을 발견하게 되면, 가슴이 설레이게된다. 섬이 있다는 것은 생명체가 산다는 것이고 생명체가 산다는 것은 인간의 발길을 유인하기 때문이다. 불빛이 반짝이는 섬을 발견하게 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사람이 살고 있다는 반가움이었다. 그래서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인가 보다. 사람이 아무리 바다를 좋아한다고 해도 바다에서는 살 수가 없다. 섬이라는 땅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혼자 있어 보면 사람이 그리워 고독한 것이지 환경이 아름답지 못하다고 고독한 것은 아니다. 도시 사람들은 사람이 싫다고 하며, 사람 없는 곳인 낙도를 찾아오지만, 사람을 싫어하는 병의 치유는 무인도에서 혼자 한 달만 살아도 치유가 될 것이다.

 

고독의 자식이요, 기다림의 형제인 그리움이란 인간과 교감되는 생명체이지 자연환경은 아니었다. 흰 칠을 한 등대가 왜 그렇게 반갑더냐고 외항선 선원에게 물어 본 적이 있다. 등대 있는 것은 사람이 그 섬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사람이 살고 있는 항구가 가까워졌음을 알 수 있기 때문에 반갑다는 것이다.

바다에 떠있는 라면 봉지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 외항 선원의 고독감도 인간 소통과의 고독감이었다. 오랫동안 혼자 외롭게 지내다 보니까 사람의 손길이 닿은 인공물에 더 관심이 갔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방안의 벽지에 불과했다.

 

섬은 육지에서는 산이다. 지형이 낮은 곳에 바닷물이 들어와 섬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산 아래는 바위도 있고 계곡도 있고 계곡 속으로 흐르는 강물도 있으며, 숲이 있는가 하면, 모래사막도 있고 호수와 수렁도 있다. 그곳에 바닷물이 채워진 것이다. 그리고 서해안은 달과 태양과 별들의 인력에 의해서 일어나는 썰물에 들어나는 바다의 들판이 있다. 그 바다의 들판은 환경이 변화하여 그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생명체가 다른 것 뿐이다.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바다의 환경이 바뀌었다. 배의 크기도 대형화, 고속화되고 바다를 개발하면서 배가 다니는 항로도 변화하여 10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팔미도 등대는 2003년 유물로 남고, 새로운 등탑이 건축되어 국산화한 대형 등명기(750mm)로 인천항을 오가는 선박의 안내자가 되었으며, 내가 근무하였던 소청도 등대, 선미도 등대, 격열비도 등대, 옹도등대도 새로운 등탑으로 바뀌었으며, 오직 부도 등대와 목덕도 등대만이 옛 모습대로 남아 뱃길을 밝히고 있으나 등명기는 전부 교체되어 운영하고 있다.

 

이제 37년의 등대원 생활을 회상하면서 이 글을 끝 맺으려 한다.

 

작가 海星堂 조경호의 약력

 

1929228일 충남 태안군 원북면 이곡리에서 출생

194911월 인천지방 항로표지관리소 창고수 입사

195018일 고원 28(표지선 선원)로 근무

19515월 육군 입대 후 장 출혈로 19516월 귀가

19524월 소청도 등대 등대원(고원) 근무

19569월 옹도 등대 등대원(고원) 근무

19575월 팔미도 등대 등대원(고원) 근무

19609월 격렬비도 등대 조근 근무

19614월 선미도 등대 등대원 (기계기원) 근무

196185· 16 군사 혁명으로 면직(군 복무 문제)

19623월 목덕도 등대 근무(기능직 4등급으로 복직 6·25 전쟁 시 소청도 등대

등대원으로 근무 사실 확인)

19643월 선미도 등대 근무

19667월 팔미도 등대 근무

19683월 부도 등대 등대장 근무

19709월 선미도 등대 등대장 근무

19724월 팔미도 등대 등대장 근무

19773월 연평도 등대 등대장 근무

19819월 선미도 등대 등대장 근무

19844월 소청도 등대 등대장 근무

19896월 소청도 항로표지관리소 소장으로 정년퇴직

상훈 : 인천 외솔 문화상, 교통부 장관상, 대통령 표창, 근정 포장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