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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상의 다수결 원칙 부정과 민주주의의 붕괴 /신평

작성일 : 2025.09.29 01:11

헌법상의 다수결 원칙 부정과 민주주의의 붕괴

/신평

 

흔히 하는 말로 대학은 상아탑이요 지성의 전당이라고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렇지 않다. 대체로 한국의 대학은 고도의 지성과 추잡하고 혼탁한 반지성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대학의 구성원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반지성적 면모의 핵심 원인은, 대학 교수회의 전횡을 허용하는 데에 있다. 교수회는 대학의 거의 모든 중요사항을 의결하지만, 이상하게도 한국의 적지 않은 대학사회는 대부분 안건을 상정하고 바로 거수를 하여 한 사람이라도 많은 쪽의 의견을 따른다. 이러니 반대쪽의 의사는 철저히 무시되는 경우가 보통이다. 그렇게 하여 대학행정을 독점하기 위해 교수들 간에 심한 파벌싸움이 일어나고, 그 싸움에는 최소한의 인간적 예의조차 고려되지 않은 채 무자비한 투쟁이 연속된다. 국립대학보다는 오너의 개입이 있는 사립대학이 이 점에서 조금 낫기는 하다.

그런데 우리 헌법 제49조가 민주주의의 핵심 실행기준으로 제시하는 다수결원칙은 일부 대학 사회에서 해석되는, 쪽수가 하나라도 많으면 모든 것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는 형식적 다수결 원칙이 절대 아니다. 대화와 타협을 우선시하고 그런 선결과정을 거쳐서도 합의에 이를 수 없는 경우에 비로소 인원수가 많은 쪽의 의견을 따른다는 실질적 다수결 원칙이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판례(헌법재판소 2023. 3. 23. 2022헌라2 등 여럿)에 의해서도 거듭 확인되었다.

대학사회 일부의 잘못된 형식적 다수결 원칙은 당연히 그 구성원들의 정신을 피폐화시킨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것이 얼마나 가공할 위력을 발휘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아버리는지 모른다. 도저히 견디다 못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어느 여교수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심한 분노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수많은 교수들은 왜 그러고 있을까?

일부 대학사회에 만연한 악습이 이제 한국 정치 전반에 퍼지고 있다. 민주당 등 여권은 지금 정치적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완전히 점령당하였다. 여권은 우리 헌법상의 것이 아니라, 나치 독일이나 후진적 독재체제 국가들이 취하는 형식적 다수결 원칙을 따라 국정을 전횡한다. 우리 헌법은 견제와 균형에 의한 삼권분립의 구도 하에서 개별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여 궁극적으로 각 개체가 존엄성을 유지하며 사는 나라를 그리고 있음에도 그들은 그 근본취지를 여지없이 파괴하고 있다.

당연히 우리 헌법이 담보하는 민주주의는 힘없이 허물어진다. 열렬한 환호를 보내는 지지자들에게 밀린 반대자들은 짙은 어둠 속에서 탄식과 저주를 보낸다.

국민 사이의 갈등과 반목은 극에 달하여 가히 정신적 내전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 비참한 상황의 끝은 어디일까? 심히 두려운 마음으로 이 글을 썼다.

<공정세상연구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