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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5.09.23 11:46
26) 아들의 입대 환송
/조경호
1972년에는 팔미도에도 큰 변화가 일어난다. 해군, 해병, 공군에서 팔미도를 훈련장소나 군 기지로 사용하려는 움직임이었다. 1974년 여름에는 UDT 대원 4명과 공군 훈련 교관 1명이 상주하고 공군 전투 조종사들의 해상 구출훈련도 팔미도에서 있었다. 또한 실미도에서 훈련받던 훈련병들도 팔미도에 와서 해상 훈련을 했다.
셋째 아이가 74년 대학교 2학년 여름 방학 때 팔미도등대에 들어왔다. 성씨나 낭씨도 셋째 아이를 잘 알고 있었다. 아이가 이번 학기를 마치고 군에 간다고 했다.
“그럼 몸 보신을 시켜서 보내야겠네”
“그러게요 무엇으로 보신시키나?”
“엊그제 막 ∼ 초복이 지났지?”
성씨나 낭씨는 셋째 아이에게 무엇을 해먹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당시 정서로는 군에 입대를 앞둔 아들에게는 건강을 위해서 무엇을 먹여 보내는 것이 부모의 심정이였다. 그러나 팔미도는 관광객이 많이 들리는 곳이라 가축을 키우지 않았다. 닭 몇 마리와 개 두 마리 정도였다. 그리고 팔미도는 낚시질이 잘되지 않는 섬이었다. 작은 우럭이나 박카지돌 게 정도는 잡을 수 있지만 성씨나 낭씨는 성이 차지 않을 것이다.
낭씨는 누렁이를 잡자고 했다. 누렁이는 성씨가 기르는 아주 사나운 개다.
낭씨는 누렁이 정도는 되어야 등대 전체 식구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낭씨는 누렁이는 너무 사나워서 잡을 수밖에 없고 사람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누렁이는 목을 채우지 않았다. 그래서 그놈은 성씨 이외는 아무도 건들지 못했다.
“그럼 낭씨가 잡게”
“내게 잡힐까요?”
성씨는 아무리 식용으로 기른 짐승이라 해도 주인의 손으로 어떻게 잡느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낭씨가 큰마음 먹었나 보다. 낭씨가 목에 걸 밧줄을 준비해서 누렁이에게 다가갔다.
누렁이는 누군가가 자신의 주위에 반경 1m 정도만 접근해도 으르렁 거린다.
“으···· 으- 왕”
역시 노련하게 자기 몸을 방어할 줄 아는 놈이었다. 낭씨는 금세 포기했다.
그리고 또 한 이틀 지나갔을 것이다. 낭씨가 UDT 대원에게 부탁했다. 누렁이를 잡아달라고 ····· 한 대원은 밧줄을 또 한 대원은 대검을 숨기고 누렁이에게 다가갔다.
누렁이는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더 적대적이었다. 누렁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카-’ 하고 흰 송곳니를 드러냈다. 두 대원은 그냥 뒤돌아서 그대로 줄행랑을 쳤다.
다음날 성씨가 나섰다. 빈 쌀가마와 새끼줄을 가지고 왔다.
“아 ∼누렁아 -”
성씨가 누렁이를 부르자, 누렁이는 벌떡 일어나 졸래졸래 성씨에게 다가왔다. 성씨는 가마니의 입구를 벌렸다. 성씨는 누렁이에게 어서 가마니 속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누렁이는 망설임도 없이 가마니 속으로 들어갔다. 성씨는 누렁이가 가마니 속으로 들어가자 가마니를 말더니 새끼로 가마니 중간을 묶었다. 그래도 누렁이는 “끙” 소리 한마디 내지 아니했다. 그만큼 주인을 믿는다는 것으로 생각된다.
성씨는 누렁이가 든 가마니를 지게에 지고 바닷가로 내려갔다. 등대에서 가축을 잡을 때 바닷물 속으로 집어넣어 수장시키는 방법을 쓴다. 성씨는 갯바위 위에 올라서더니 가마니를 바닷물 속으로 던졌다. 그리고 작대기로 가마니를 눌렀다. 익사시키는 것이다. 성씨는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했다. 등대원의 습관이다. 모든 것을 시간으로 체크 한다. 이런 행동은 등명기의 회전 속도와 섬광하는 간격의 시간을 체크하고 정기 무전 교신 시간을 알기 위한 몸에 밴 습관이다.
한 10분쯤 되었을 것이다. 성씨는 누렁이의 목숨이 멎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새끼를 당겨 가마니를 갯바위 위로 끌어 올렸다. 그리고 지게를 세우고 물에 젖은 가마니를 지게 발에다가 깔더니 축- 늘어진 누렁이를 실었다. 성씨는 지게를 지고 나와 함께 관사로 올라왔다. 아내가 산벚나무 그늘 밑에 커다란 고무 다라를 내놓았다. 그때는 가축을 잡으면 온 동네 구경꾼들이 모여들기 마련이다. 누렁이의 도축을 보기 위해 UDT 대원이나 교관도 다 모였다.
성씨가 털을 뽑기 위해 누렁이가 담긴 고무 다라이에 팔팔 끊은 물을 쏟아부었다. 그 순간이었다.
누렁이가 괴성을 지르며 두발로 일어섰다. 흰 이를 드러내고 괴성을 지르며 일그러지는 누렁이의 얼굴과 눈빛은 이 세상의 짐승이 아니었다. 지옥에서 방금 튀어 나온 괴수였다. 믿음에 대한 배신과 원망으로 이글거리는 눈빛과 인근 초목의 잎새를 새파랗게 질리게 하는 울부짖음은 서 있던 모든 사람들이 놀라서 뒤로 다 자빠졌다.
누렁이가 한번 달려들어 물면 끝장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누구 하나 움직일 수 없는 갑작스러운 공포에 쌓여있는 그런 순간이었다.
성씨는 가장 잽싸게 움직였다. 성씨는 내가 등대에서 본 가장 담력이 있는 사람 중 한 사람이다. 곽춘만 등대장과 성보환씨다. 성씨가 옆에 있던 작대기를 잡고 일어섰다. 그리고 “이 놈이”하고는 놈의 머리를 내리쳤다.
성씨도 주인에게 달려들 것 같은 배신을 느꼈던 것 같았다.
성씨도 흥분했고 급했던 모양이다. 작대기는 놈의 머리에서 빗나가고 고무다라의 테두리에 맞았다. 고무 다라가 쭈- 하며 갈라지면서 뜨거운 물이 쏟아졌다. 성씨의 두 번째 작대기가 놈의 머리를 강타했다. 성씨도 겁이 났던지 정신없이 두드려 팼다. 누렁이는 분노와 배반감으로 주인에게 적대감을 품은 것이 주인의 분노를 산 것 일게다. 누렁이는 두 번 죽는 꼴이 되었다.
이 시절에는 섬에서 개고기를 염소 고기처럼 스스럼없이 먹었던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