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최상윤의 순우리말 사전
작성일 : 2025.09.08 02:18
<금주의 순우리말>179-발막하다
/최상윤
1.갯고랑 : 조수가 드나드는 갯가의 고랑. 준-갯골.
2.갯벌투성이* : ‘갯일을 하는 사람’을 낮게 일컫는 말.
3.갱긋찮다* : 괜찮다.
4.납신거리다 : 입을 자꾸 경망스럽게 놀리며 말하다. <넙신거리다.
5.더새다 : 길 가다가 날이 저물어 정한 곳 없이 들어가서 밤을 지내다.
6.더수구니 : ‘뒷덜미’의 낮춤말.
7.말중동 : 말허리.
8.발막하다 : 염치없고 뻔뻔스럽다.
9.살쭈 : 쇠살쭈(소의 흥정을 붙이는 사람)의 준말.
10앙당하다 : 모양이 어울리지 아니하게 작다.
11.장돌다 : □풀풀 날아돌다. □속이 비어 자위(무거운 물건이 움직이기 전까지 붙박이로 놓였던 자리)가 뜨다.
12.치뜨리다 : 위로 힘껏 던져 올리다. 혼-‘치뜨다’는 눈을 위로 향하여 뜨다. ‘채뜨리다’는 재빠르게 채어 빼앗다.
13.틀지다 : 틀거지가 있다.
14.피(를)긁다 : 남이 피를 흘려 이룩한 노력의 결실을 가로채다.
15.허구리 : □허리의 좌우 갈비뼈 아래 잘록한 부분. □위아래가 있는 물건의 가운데 부분.
◇<둔석>의 소년시절에는 5일 장날이 있었다. 어머니가 장터에 가는 날엔 나는 꼭 따라나섰다. 장터의 소고기 콩나물국밥을 얻어먹기 위해서였다.
장터에는 주위 읍, 면 주민들이 생활필수품인 곡류나 채소, 과일 등과 생활도구와 간편한 옷을 구입하기 위해 모여 들었다. 심지어 ‘갯벌투성이’가 ‘갯고랑’에서 캐어낸 조개, 재첩 등의 매매로 사람들이 ‘장돌아서’ 큰 잔치마당 같았다.
또한 뜸했던 인척이나 친구를 만나 그간의 소식을 주고받거나 정담을 나누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몫이었다. 그래서 <거름 지고도 장에 간다>는 속담이 있지 않은가.
장터엔 키 큰 사람이든 ‘앙당한’ 사람이든 상관없이 장사꾼과 매입자가 서로 매매물의 ‘허구리’를 잡고 상대의 ‘말중동’도 예사로 꺾으며 흥정을 한다. 가끔 흥정이 성사되지 않아 돌아서는 손님의 ‘더수구니’를 잡고 장사꾼이 한다는 말, <에이, 그라몬(그러면) 마 본전 밑지고 파요(팔겠소), 가져 가이소!>. 순간 장사꾼과 매입자의 환한 웃음으로 최종 흥정이 이루어진다. 장터의 인간미이기도 하다.
해가 떨어지면 보부상은 다음 장터로 가기 위해 짐을 챙긴다. 그리고 가다기 지치면 주막집에서 막걸리 한 사발에 늦은 저녁을 때우고 그곳에서 내일의 기대를 걸고 ‘더새게’ 된다.
이 모두는 장터 서민들의 희노애락이 용해된 인간사이기도 하다.
그런데 오늘에 이르러 옛 장터 대신 그곳엔 거대한 마트가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틀진’ 사장님은 ‘납신거리는’ 여직원 위에 군림하고, <손님 제일주의>라는 표방을 앞세우고는 뒤론 ‘발막하게도’ 고객들의 ‘피긁는’ 모습만은 감추고 있다. 대형 마트엔 차디찬 시멘트 건물에 물질만능으로 얼룩진 인간의 냉기만 흐를 뿐.
옛 장터의 온기와 인간미가 그리운 것도 <둔석>이가 이제 늙었기 때문일까... .
<문학평론가/ 동아대명예교수>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