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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소설> 30. 학교는 안녕하신가?

작성일 : 2025.08.01 01:50

학교는 안녕하신가?

/박명호

 

K는 교사 휴게실에서 동료 교사들과 고위층 자녀 입시 비리에 관해 언성을 높이다가 도서관으로 건너왔다. 교사 몇몇 서로가 맞서면서 언성이 높아져 분위기가 험악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럴 때는 자리를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막상 휴게실을 나왔지만 교무실로 갈 기분도 아니어서 평소 자주 애용하던 도서관으로 온 것이다.

아무튼 수시 전형이 문제다. 입시제도는 단순해야 한다는 게 평소 그의 지론이었다. 복잡해지면 불공정성과 불투명성의 문제가 불거져 나오게 되어 있다. 지금의 수시 전형은 '금수저 전형'이라 비판받아 마땅하다. 부모의 정보력이나 경제력, 사교육 컨설팅 등이 합격을 결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깜깜이 전형'이라는 정성평가가 중심이 되다 보니 평가 기준이 모호하고 결과가 불확실하다. 전형의 종류도 너무 복잡하다. 교사인 자신도 잘 모르거나 이해가 힘들다. 실제 그는 자신의 딸애 수시 전형을 하면서 이 제도가 특별한 사람을 위한 제도라는 것을 통감하고 수시를 포기해야 하는 뼈져린 경험이 있었다.

 

역시 책은 말이 없다. 도서관은 늘 조용하고 공기도 맑았다. 산 중턱에 자리한 학교여서 창문을 열면 자연의 싱그런 냄새가 온몸으로 들어와 기분을 상쾌하게 했다. 마침 요즈음 읽고 싶었던 책이 눈에 들어왔고 그 책을 뽑아 읽으면서 화도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산새들 우는 소리도 창을 넘어와 그의 마음은 한결 편안해진다. 조금 전 언성을 높이던 자신의 모습이 오히려 부끄러워졌다.

그때였다.

잡아라!

갑자기 주변이 소란해졌다.

학생 하나가 뛰어들었고 이윽고 막대기를 든 교사가 들이닥쳤다. 학생부 p교사였다. 그는 수학 교사였지만 힘이 장사였고, 불량 학생 선도하는데 남다른 투지를 보이는 교사였다.

학생은 K교사 쪽에 바짝 붙었고 p교사는 쉬 접근을 못했다.

p교사가 막대기로 K교사 쪽을 가리키며 말을 더듬었다.

학생의 손에는 칼이 쥐어져 있었고

그 칼은 K교사 옆구리를 겨누고 있었다.

학생은 특별반 학생이었고

-특별반은 상위권 학생들을 별도로 모아 야간자율학습을 시킨다. 그 학생은 자율학습 시간을 몰래 도망치다가 복도에서 자율학습 감독 교사에게 잡혔고, 그래도 집에 가겠다는 학생을 물리력으로 막는 과정에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고, 결국 학생이 교사를 밀치고 복도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때 연락을 받고 달려온 P교사와 부딪치면서 학생은 뒷 건물 도서관 쪽으로 도망을 온 것이었다.

곧이어 다른 교사들과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다가오면 찌르겠다.

학생은 소리친다.

,...

그들은 입을 크게 벌리고 어쩔 줄 몰라 한다.

소리는 치지만 학생은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다. 그 떨림이 K에게 그대로 감전된다.

 

 

모두들 뭤하는 짓이요!

K는 몰려온 교사들에게 소리를 친다. 교사들은 여전히 어찌 할 줄을 몰라 어어 입만 벌리고 있다.

 

이 학생이 오죽 했으면 칼을 들었겠나?

사람 잡는 거지 이게 교육인가?

특별반 당장 없애라!

이따위 입시 위주 교육 집어쳐라!

 

K는 조금 전 휴게실에서보다 더 화가 나서 쫓아온 교사들에게 소리를 지른다.

K가 소리치는 바람에 분위기가 이상해진다. 교사들이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한다. 누가 인질인지 알 수 없다. K가 학생을 인질로 잡고 요구사항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학생은 여전히 K 옆구리에서 칼을 거두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