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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5.08.01 01:48 수정일 : 2025.08.04 01:09
<부산시인 시집 속의 시 한 편 6>
가위바위보
김삼문
셋이 모여 나이를 씹었다
동심은 그때나 지금이나
목소리 큰 그놈이 원을 그렸다
태극기 펄렁이면
릴레이 바통을 들고 뛰었던 것처럼
점심 특선 광고지 한판 대결
가위바위보
승부로 배를 채우자고 제안했다
눈치도 여전히 빨랐다
가위바위보
주먹을 불끈 쥐고 눈치껏 빠 외쳤다
한 친구는 손톱이 시커먼 손바닥을 펼쳤다
다시 내민 손이 추월선
가위바위보
목소리는 더 커졌고
가위바위보 서로 눈치를 마셨다
손놀림은 늦을수록
가를수록 동심이 털려 나이를 세고 있다
-김삼문 시집 『추월선』(2025,도서출판 아이엑스)에서
유년기의 추억과 우정의 현재화
양 왕 용
김삼문 시인은 전자공학자이다. 전자공학 가운데 컴푸터 전문가로 현재 동의대학교 컴퓨터응용공학부 교수이다. AI도 시를 쓰는 요즈음이지만 왜 그가 시인이 되었을까 하는 의문은 그가 신라 말에는 고운 최치원이 고을 원을 지냈고 조선조 시대에는 경상우도의 안동이라 일컫는 함양군 출신이라는 점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런데 김 시인은 함먕 가운데 연암 박지원이 현감을 지내 한국 수필을 태동시킨 고장으로 인식되고 있는 안의면 출신이다. 말하자면 문향 중의 문향에서 태어났다고 볼 수 있다.
그는 2009년 시단에 데뷔하였으나 벌써 네 번째 시집을 낼 정도로 부지런하다 이번에도 그는 세 번 째 시집인 『문틈』과 네 번째 시집 『추월선』을 함께 내었다. 그런데 이 두 시집은 시집 제목을 수록 작품 가운 데 한 편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김 시인이 이렇게 시집 제목을 정한 까닭을 살펴보니 두 권의 시집에 들어 있는 「틈과 틈」이라는 같은 제목의 시에서 그 의문이 풀렸다. ‘틈’이라는 좁은 공간을 통하여 오래 된 기억이나 최근의 기억을 찾아 그것을 시적으로 형상화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문틈‘은 오늘날의 가옥이나 건물의 구조로는 찾아보기 힘든 것인데 예전에는 쉽사리 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말하자면 지금은 사라지고 의식 속에 존재하는 예전의 공간을 통해 그 틈새로 보이는 기억들을 시로 형상화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시 「가위바위보」 역시 이러한 유년 시절의 추억을 현재화 한 시라고 볼 수 있는데 독자들은 이 시를 주의 깊게 읽어보면 그것을 알 수 있을 것이고 그 추억들이 김 시인의 것이 아닌 자기들의 것으로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의 깊게 읽어야 한다는 것은 요즈음 많은 시편들의 단점인 수필을 적당히 행과 연으로 갈라놓은 것이 아니란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김 시인의 시는 형상화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나이든 초등학교 동기생들이 모처럼 만나 점심을 사기로 하는데 그 중에 자기주장 강한 하나가 점심 사는 사람을 ‘가위바위보’로 정하자고 하여 그의 주장대로 가위바위보를 하는 것이 시적공간이다. 그들이 어린 시절부터 친구란 것은 둘째 연의 앞부분 ‘태극기 펄렁이면/ 릴레이 바통을 들고 뛰었던 것처럼’이라는 비유에서 짐작하게 된다. 셋째 연에서는 점점 격렬해지는 ’가위바위보‘를 묘사하고 있는데 여기서 시적 화자 즉 김 시인의 의식은 과거로 달려간다. 즉,’한 친구는 손톱이 시커먼 손바닥을 펼쳤다‘에서 어린 시절의 친구들과 한 행위를 생각하는 것이다.
마지막 넷째 연에서는 그가 시집 제목으로 사용한 ‘추월선’이라는 시어가 등장하여 등장하고 그것의 의미를 각자 나름대로 생각하게 한다. 아무리 승부욕에 사로잡혀도 추월선은 지켜야 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가위바위보’ 게임은 좀처럼 결판이 나지 않는다. 그러면서 그들은 동심으로 돌아가게 된다.
승부에 진 자가 점심을 사든지 혹은 이긴 자가 사든지 알 수 없으나 ‘가위바위보’ 게임은 동심으로 돌아가 사람들의 나이를 잊게 한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즐거움으로 이긴 자가 친구들 점심을 다 사겠다고 나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양왕용(시인, 부산대학교 명예교수(국어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