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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인 시집 속의 시 한 편 5> 영혼다공증 / 목영해

작성일 : 2025.07.28 03:12

<부산시인 시집 속의 시 한 편 5>

 

영혼다공증

 

목영해

 

세월이 구멍을 낸다

갉고 갉아서 영혼에 구멍을 낸다

 

야금야금 커지는 구멍

그 구멍 사이로 바람이 빠져나간다

골목으로 몰려가는 바람

 

그렇게 영혼을 빠져나간 바람이

입의 옴삭거림이 되고

팔의 삿대질이 되고

무릎의 열리고 닫힘이 되어 흩어진다

 

쉬지 않는 세월

꼼꼼하기까지 한 세월

여기에도 구멍, 저기에도 구멍이 생겨

영혼다공증 환자가 되나보다

보고도 못 본척,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바보가 되나 보다

딱히 좋은 것도, 딱히 싫은 것도 없는

무표정의 인간이 되나 보다

 

사각/사각/사각

오늘도 아침부터

영혼에 구멍 뚫리는 소리 들리고

구멍 빠져나간 바람은

골목으로 나들이 간다

 

 

-목영해 시집늙어 가는 일이란(2024, 천년의 시작) 에서

 

 

늙어감의 사물화를 통한 시적 형상화

양 왕 용

 

목영해 시인의 시집 늙어 가는 일이란(2024)을 읽었다. 목 시인은 교육학자이다. 그는 교육학 가운데 가장 중추적인 영역인 교육철학을 전공하였다. 학회활동도 활발히 했으며 그 방면의 논문과 저서도 많다. 그는 최근에 부산의 신라대학교 사범대학교 교육학과에서 정년퇴임을 했다. 그와 필자는 1975년 부산대학교 교양학부 시절부터 사제 간의 인연을 맺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교육학과 학생이면서 국어교육을 부전공하여 필자의 현대문학 영역의 과목을 수강하였다. 목 시인은 그 시절부터 시에 관심이 많아 부산대학교의 대학 신문인 부대신문에 시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동안 교육학자로서의 자질을 기르기 위함 탓으로 2004년에야 계간문예운동으로 시단에 데뷔하였다. 데뷔 이후에는 시작활동을 열심히 하여 이미 6권의 시집을 엮기도 했다.

 

그도 이제 60대를 넘어 70대로 향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의 시집 제목도 그렇고 수록 작품 가운데 늙어감을 시적 주제로 삼은 작품들이 많았다. 물론 이러한 시편들은 그의 전공영역인 교욱철학적 관점으로 늙어감에 대하여 시적 사유를 하고 있다. 따라서 많은 작품들이 관념적이라 다소 추상적이다. 그러나 그 가운데 늙어감이라는 지극히 관념적인 상황을 사물화 하여 시적 형상화에 성공한 시편 영혼다공증이 필자의 눈에 들어왔다.

목 시인은 우선 첫 연부터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과 마음이 변화되어 가는 것을 세월이 구멍을 낸다고 하여 사물화의 단초를 연다. 그러다가 노화현상 가운데 기억력과 같은 정신적 영역의 쇠퇴를 영혼에 구멍을 낸다고 하여 지극히 정신적인 영역까지 사물화에 성공한다. 말하자면 노화현상을 나무나 철판 같은 것에 드릴로 구멍을 내는 것으로 비유하여 시적 형상화에 성공하고 있다. 둘째 연의 경우 구멍 사아로 바람이 빠져나간다는 비유로 사물화를 더욱 구체화 시킨다. 셋째 연에서는 다시 바람과 영혼을 연결시켜 신체의 변화로까지 확대 시킨다. 이렇게 사물화를 통한 노년의 비유에 몰두하다가 넷째 연에서는 젊은 날에 비하여 모든 현실이나 현상에 대한 파단보류 현상을 심각하게 염려한다. 그러나 그 염려를 직접적으로 진술하지 않고 영혼다공증 환자혹은 바보로 구체화 한다. 마지막 다섯 째 연에서는 다시 의성어‘ ‘사각을 세 번이나 반복하여 늙어감의 감각화에 성공한다. 그런데 감각적 이미지가 청각적이라는 데서 늙어감은 더욱 심각하게 인식된다.

우리 인간들은 사실 늙어감 다시 말하면 키에르케고르의 표현대로 죽음에 이르는 병을 잃고 있다. 그러한 병을 100세 시대가 도래한 지금으로서는 키이르케고르처럼 종교 혹은 신앙이라는 방법으로 극복하면서 혹은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양왕용; 시인, 부산대학교 명예교수(국어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