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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5.07.28 03:05
18) 산란지 선미도에서 사라진 또 다른 종
/조경호
선미도 등대에서 사라진 것은 까마귀뿐이 아니다. 바닷속에서도 사라진 물고기가 있었다. 우리나라 대표 고급 어종 민어였다. 민어의 산란지는 경기만의 덕적도 근해와 전라남도 신안 근해이다. 여기서 덕적도 근해라고 하는 곳이 바로 선미도 앞 바다를 두고 하는 말이다.
민어는 서울, 경기도, 충청도 일원에서 제사상에는 말린 민어찜이 올라와야 제사음식을 잘 차렸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할 만큼 귀하게 대접받는 어종이다.
민어는 우리 민족이 조기 다음으로 좋아하는 물고기로 알려져 있다. 세종실록 지리지와 신동국여지승람의 토산조에 민어(民漁)라는 이름이 기재되어 있는 것을 보면 우리의 식탁에 오래전부터 올라왔던 물고기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풀 중의 풀은 민어 부레풀이 최고’라고 할 만큼 민어의 부레는 각궁의 제조와 나전칠기의 접착제로 사용한 것이었으니 우리의 생활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물고기였다.
그러나 민어는 어느 순간 우리의 제사상에서 사라진 어종으로 변해 있었다. 기록에 의하면 민어가 가장 많이 잡힌 해로 1964년이었고, 민어 어획량이 4,174M/T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한참의 세월이 흐른 후 요즘 들어 민어 요리 집이 다시 등장했다. 치어 양식에 성공한 결과일 것이다.
민어는 여름철에 산란하는데 민어잡이 어선들이 민어가 산란할 철이면 선미도를 빙- 둘러 그물을 치고 발동선으로 섬 주변을 돌며 넓적한 빈 나무통에 밧줄을 달아매고 물 수면을 내려친다. 수면에서 150m 높이에 있는 등대까지 ‘떵-떵’ 거리는 대포알 터지는 소리로 들렸을 정도였다.
민어는 선미도 주변해역 암초 수렁의 모래 속에 알을 낳으려다가 도망쳤을 것이다. 산란하려던 민어는 그물 쪽으로 쫓기어 그물에 걸려들었을 것이다.
여름철이면 매일 그 짓으로 민어를 잡으니 2∼3년을 못 버티고 선미도 근처에서 민어 씨가 말라 버렸다. 지금 우리가 먹는 민어의 산지가 아디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