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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5.07.14 11:53
<금주의 순우리말>171-개자하다
/최상윤
1.개자리 : □방구들 윗목 밑으로 깊게 파 놓은 고랑. □과녁 앞에 웅덩이를 파 놓고 사람이 들어앉아서 화살의 맞고 안 맞음을 살피는 자리. □강이나 내의 바닥이 갑자기 푹 들어가 깊어진 곳.
2.개자하다 : (사람의 생김생김이)깨끗하고 단정하다.
3.개잘량 : (방석처럼 깔기 위하여)털이 붙어 있는 채로 다룬 개가죽.
4.남저지 : 나머지.
5.더넘스럽다 : 쓰기에 거북할 정도로 크다. 또는 자신의 처지에 넘치는 데가 있다. ‘더넘’은 원래 ‘더 넘는다’라는 뜻을 가진 말. ~차다.
6.더넘이 : 넘겨받은 걱정거리. 준-더넘.
7.말씬하다 : 삶거나 쪄서 익힌 것이 파삭하게 무르다.
8.발랑거리다 : 재빠른 동작으로 가분가분 움직이다. 또는, 매우 경망스럽게 까불거리다. < 벌렁거리다. 센-빨랑거리다. 거센-팔랑거리다.
9.살신* : ‘걷모습’을 낮추어 일컫는 말. 비-몸뚱이.
10.앙구다 : □음식을 식지 않도록 잔불 위에 올려놓거나 따뜻한 곳에 묻어 두다. □여러 음식을 곁들이어 하나로 되게 하다. □사람을 안동하여 보내다.
11.장님총 : 함부로 쏘는 총.
12.충거리다* : 자꾸 몸을 느리게 움직이다. 또는, 말이나 행동을 딱 잘라서 하지 못하고 망설이다. 비-꾸물거리다, 머뭇거리다.
13.트적지근하다 : 속이 좀 트릿하여 불쾌하다. 비-트지근하다.
14.풋장 : 가을에 잡풀이나 잡목의 가지를 베어 말린 땔나무. 비-푸나무.
15.행망쩍다 : 주의력이 없고 아둔하다.
◇오늘 친구를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고 늦게 텅 빈 집으로 돌아와 험난했던 인생 나그네 길 종착역에서 빚쟁이로 서성이고 있는 <둔석>을 훔쳐보았다.
<둔석>의 중학교 시절, 홀로 된 어머님을 돕기 위해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마을 뒷산에서 ‘풋장’을 짊어지고 내려오면 배고픈 <둔석>에게 ‘말씬한’ 고구마나 감자를 내어 놓거나 놋그릇에 담아 아껴 놓은 ‘앙군’ 밥을 내어 주셨다. <나는 많이 먹었으니 배고픈데 어서 묵어라(먼 후일 안 사실이지만 실은 어머님은 자식놈을 먹이기 위해 굶어셨음).>
눈치코치 없이 깨끗이 먹어치운 뒤 <둔석>은 초겨울 온기를 잃은 ‘개자리’에 ‘풋장’으로 불을 지폈다. 불길이 아궁이에서부터 ‘개자리’로 활활 빨려 들어갔다. 그 불길은 자식놈에 대한 엄마 사랑의 불길이었다.
그런데 <둔석>은 반포지효(反哺之孝)를 다하지 못한 빚쟁이로 남아 있다. 지금도 한(恨)으로 남아 있다.
한편, <둔석> 팔자에는 돈 복은 없어도 인복(人福)은 있는 것 같다.
남들은 한 번도 하기 어렵다는 부산예총 회장직을 회원들이 강압적으로 밀어붙여 3회(12년)를 잇달아 역임하였다.
더욱이 <둔석>을 보좌하는 10여 명의 사무직원들에게는 더욱 큰 빚을 졌다. 부산예총 회원들에게는 50년 숙원 사업이었던 예총 회관을 임기 중에 건립하여 물려주었지만 ‘개자한’ 직원들에게는 과중한 업무에다 박봉에 시달리게 해서 ‘더넘스럽고’ 민망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더 좋은 직장으로 옮겨 갈 것을 직원들에게 권유했지만 <회장님 하고 같이 일하는 것이 즐겁습니다>라며 신나게 ‘발랑거리며’ 업무에 더욱 열중했다.
그런데 <둔석>의 ‘더넘이’에 직원들과 의견 충돌도 간혹 있었다. 그럴 땐 ‘충거리거나’ ‘트적지근할’ 때도 있었지만 일단 회장의 의견에 마지못해 따라주었다. 그러나 행정 업무에 ‘행망쩍은’ <둔석>이 뒤늦게 판단 오류임을 자인하고 그때마다 <둔석>은 커피 한 특 쏘는 관례를 남기기도 했다.
이제 이들에게 진 빚을 모두 보상하고 명계(冥界)로 떠나야 할 텐데... .
<문학평론가/동아대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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