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짧은 소설
작성일 : 2025.07.07 12:52
40.불면수심(佛面獸心)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사촌 형의 병문안을 갖다가
밤늦은 시간 지하철을 탔다.
너무도 쉽게 다가온 한 인생의 끝을 보는 것 같았다.
인생무상의 허탈감에 젖어 멍한 상태로 몇 역을 지나쳤다.
그 사이 내 양쪽 옆자리에는 생기발랄한 젊은 여자들이 앉았다.
전철이 흔들릴 때마다 오른쪽 왼쪽 그녀들의 살결이 부딪쳐왔다.
내가 어느 쪽으로 몸의 중심을 둘지 난감했다.
나는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긴장이 아니라 불경스럽게도 내 몸의 음흉한 감각들이
조금씩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런 나를 내 스스로 변명한다.
죽는 사람은 죽는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산 사람이니까...
어느덧 인생무상은 병원에 누워 있는 사촌 형처럼
지나온 역처럼 멀어져 가버렸다.
왼쪽도 오른쪽도 야릇한 느낌뿐이다.
좌삼삼 우삼삼...
순간 이 말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속웃음까지 나왔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인가.
건너 쪽에는 나와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성경책을 무릎에 올린 장년의 사내와 묵주를 든 스님 가운데에
긴 머리의 아가씨가 앉아 꾸벅꾸벅 졸면서 이쪽저쪽으로 기우뚱거렸다.
그쪽도 긴장하는 것은 역시 사내들이다.
아가씨의 몸체는 좌로 우로 한 번씩 아주 공평하게 기우러졌다.
아가씨가 자기 쪽으로 기울 때마다 두 사내는
아멘... 나무아미타불... 외우는 듯 눈을 지그시 감는다.
불면수심佛面獸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