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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윤의 순우리말 사전

<최상윤의 순우리말 사전> (78)- 금주의 순우리말-사품

작성일 : 2023.03.27 09:13

 

78회 금주의 순우리말-사품

/최상윤

 

 

1.텃마당 : 타작할 때 공동으로 쓰려고 닦은 마당.

2.펀더기 : 고원의 넓게 펼쳐진 평평한 땅. ‘펀펀하다물건의 거죽이 높낮이가 없이 고르게 너르다’. ‘더기는 고원의 평평한 땅을 뜻함.

3.한잠 : 누에가 섶에 오르기 전에 마지막으로 자는 잠.

4.간고르다 : 간추리어 고르다.

5.간굴 : 땅이나 바위 따위가 안으로 깊숙이 벌어져 들어간 곳.

6.난딱 : 냉큼. <넌떡.

7.닫집 : 옥좌나 불좌佛座 등의 위에 장식으로 만들어 다는 집의 모형.

8.막베먹다 : 본디 가졌던 물건이나 밑천을 함부로 잘라 쓰다.

9.: 노름에서 여러 번 지른 판돈. 핀잔이나 면박.

10.사품 ; 어떤 동작이나 일 등이 진행되는 바람이나 기회. 겨를, , 동안.또는 까닭이나 이유. 매김말 다음에 잘 쓰임. 보기- 모두 잠든 사품에 냅다 뛰다. 여울목 같은 데서 세차게 흐르는 물살.

11.동품(하다) : 남녀가 한 이불 속에서 자는 일. ‘동침同寢보다 정겨운 말.

 

초등학교 시절, 우리 동네 조무래기들은 열 두어 명 정도 되었는데 우리들의 골목대장과 부대장은 나보다 3년이 앞선 중학교 1학년이었다. 하학下學 후에는 두 편으로 갈라 텃마당에서 놀이를 하는 게 다반사였다. 특히 깽깽이, 말타기, 기마전 등은 편 가르기가 필수였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대장은 용장勇將이었고 부대장은 지장智將이었다. 때문에 우리들은 어느 쪽에 소속되어도 불평이 없었다. 특히 일요일엔 우리들은 그를 따라 다니면 적어도 공복은 면할 수 있었다.

봄철에는 주로 산으로 갔다. 그곳엔 진달래, 아카시아 꽃잎이 지천으로 깔려 있어 마음 놓고 먹을 수 있어 흡족했고, 소나무 속껍질, 도라지 뿌리. 칡뿌리 등을 막베먹었다’. 그리하여 진달래 꽃잎을 먹었을 때는 붉은 이빨을, 칡뿌리를 먹었을 때는 검은 이빨을 서로 바라보면서 웃고 즐겼다. 여름철에는 냇가에서 삼각그물로 붕어, 잉어, 가물치 등을 잡아먹거나 햇보리를 서리해 구워 먹었다. 가을엔 버찌, 밤송이 등 먹을 수 있는 열매는 닥치는 대로 따 먹었고, 나락메뚜기를 대량으로 잡아 짚불에 구워 먹는 것은 우리들의 주식이었다. 운이 좋은 날엔 통통하게 살이 찐 그러나 한철 지나 느릿느릿한 가을 구렁이를 집단적으로 공격, 포획 토막애어 구워 먹을 때의 그 고소한 맛이란! 그런 날은 횡재한 날이었다.

하루는 동네 뒷산에서 편을 갈라 새총 싸움을 할 때였다. 나는 은신처가 될 만한 간굴을 자리잡아 주위를 간고르다가우연히 도라지를 발견했다. 뿌리를 뽑아 먹기 좋게 다듬는 사품에 나는 잠시 전쟁놀이를 잊고 있었다.

그런데 <‘난딱나와! 손들어!> 코앞에서 새총이 내 머리를 겨누고 있었다. 나는 치욕의 포로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먹는 것에만 치중하면 낭패를 당한다는 교훈을 이때 얻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625 동란이 터졌다. 바닥쇠 주민보다 피난민이 몇 십 배나 많이 우리 동네에 안주했다. 우리들의 놀이터 텃마당에도, 뒷산 펀더기에도 피난민의 <하꼬방>이 빽빽이 들어서자 우리들의 놀이터는 사라지고, 동네 동무들도, 우리들의 대장, 부대장도 뿔뿔이 흩어졌다. 내 로망적인 소년시절도 여기서 막을 내렸다.

 

고난의 <보릿고개>를 넘기며 우리들을 고복격양鼓腹擊壤케 했던 두 대장님은 지금쯤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는지. 아니면 지금쯤... .

<문학평론가/ 동아대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