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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5.06.02 02:52
<금주의 순우리말>165-햇덧
/최상윤
1.개미장 : 장마가 오기 전에 개미들이 줄을 지어 먹이를 나르는 것.
2.개발 : □‘돼 먹지 않은 사물’을 욕으로 일컫는 말. □<방>작은 종류의 조개(경상도 지방).
3.개발코 : 개발처럼 너부죽하고 뭉툭하게 생긴 코.
4.남새 : 심어서 가꾸는 나물. 무, 배추, 미나리 등, 관-남새밭.
5.댓두러기 : 늙은 매.
6.댕가리지다 : □깜찍스럽게 달라지다. □깜찍하고 단단하여 여간 일에 놀라지 않다.
7.말세 : 말하는 태도나 기세.
8.발깍거리다 : (빚어 담근 술이 푹 괴어서)잇달아 부걱부걱 솟아오르다.
9.살살하다 : □교활하고 간사하다. □가늘고 약하다. □가냘프고 곱다. □아슬아슬한 고비를 가까스로 면하는 상태에 있다.
10.앙가바틈하다* : 짤막하고 딱 바라지다. 같-앙바틈하다.
11.장구럭 : 시장 갈 때 주로 부녀자들이 들고 다니는 구럭, ‘장’+‘구럭’(새끼로 만든 바구니)의 짜임새. 비-시장바구니.
12.추썩거리다 : 입거나 업거나 지거나 한 물건을 자꾸 추켰다 내렸다 하다. 같-출썩거리다.
13.트레바리 : 까닭 없이 남의 말에 반대하기를 좋아하는 성미. 또는 그런 성미를 가진 사람. ‘혼인에 트레바리’는 ‘좋은 일에 반대하고 나섬’을 뜻하는 말.
14.풋눈 : 초겨울에 들어서 조금 내린 눈.
15.햇덧 : 해가 지는 동안.
◇대학 동문들 모임에 <둔석>은 가급적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
팔질(八耋)에 들어선 오래된 벗들이어서 화제는 건강과 추억담이 주류를 이루며 <봄꽃보다 가을 낙엽이 더 아름답다>며 스스로 위로하고 있다. <둔석>은 일정 부분은 동의하면서 그러나 아직도 자나온 소년시절의 추억이 더욱 아름다운 것을.
소년시절의 우리집 앞에는 ‘남새밭’이 있었다. 요즘처럼 장마철이 오기 직전에 ‘개미장’을 보기 위해 ‘남새밭’ 한켠에 내 먹기도 아까운 비스켓 한 조각을 던져놓고 잠시 뒤 다시 가보면 일개미들이 줄을 지어 나타나 이것을 운반하고 있었다.
소년시절의 나는 개미들이 새까맣게 떼를 지어 공동작업을 하는 ‘개미장’이 그렇게도 신기하고 그것을 내려다보는 재미가 너무나 쏠쏠했다.
그러다가 어머님이 ‘장구럭’을 들고 시장에 나갈 땐 나는 ‘장구럭’을 대신 들고 한사코 따라 나섰다. 왜냐하면 시장통 한켠에 가마솥을 걸고 어묵을 만드는 도매집에서 갖 나온 뜨건뜨건하고 손바닥만 한 어묵을 따라나선 대가로 얻어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의 그 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소년시절의 추억이 어찌 이 뿐이랴.
어머님께서는 우리집을 방문하는 손님 접대용 막걸리를 자주 빚었다. 막걸리가 ‘발깍거리기’ 직전, 즉 알콜이 되기 직전 술단지 제일 위쪽의 노르스름한 액체는 단맛이 났다. 그래서 그것을 몰래 떠 마셨는데 따뜻한 뱃속에 들어간 단맛이 알콜로 변하자 술에 취한 어린 나는 가족들의 웃음거리가 되어버렸다. 천진난만했던 어린시절의 추억.
또한 칠판을 등지고 35년 동안, 중‧ 고‧ 대학생들을 가르쳤던 아름다운 추억을 어찌 잊으리.
교편을 오래 잡다보면 학생의 ‘말세’나 태도에 따라 성격을 판단할 수 있다. ‘앙가바틈한’ 놈, ‘댕가리진’ 놈이 있는가 하면 공부 좀 잘한다고 ‘트레바리’를 일삼는 놈, ‘살살한’ 놈 등등 다양한 학생들을 만나기도 했다. 그런데 교육의 덕분인지 졸업 뒤에는 대부분 원만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스승의 날>에 그들의 몇몇은 잊지 않고 전화나 방문을 해 <둔석>은 잠시 스승으로서 자부심도 가져보았다.
오늘도 <둔석>은 버릇처럼 ‘햇덧’ 베란다에 서서 잠시 아름다웠던 추억을 더듬어 보았다.
<문학평론가/ 동아대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