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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윤의 순우리말 사전

<금주의 순우리말>164-살사리꽃

작성일 : 2025.05.25 12:13

 

<금주의 순우리말>164-살사리꽃

/최상윤

 

 

1.개미 : (연줄에 먹이기 위하여)사금파리 따위를 곱게 빻아서 풀에 넣어 끓인 것.

2.개미* : 걸러 놓은 술에 뜬 밥알. -술구더기. 남도 음식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맛.

3.개미누에 : 알에서 갓 깨어난 누에. 털누에.

4.남상지르다* : 여자가 남자 얼굴처럼 생기다.

5.댓곡식 : 벼 대신으로 자라는 곡식.

6.댓닭 : 닭의 한 종류. 투계(싸움닭).

7.말살에 쇠살 : 전혀 사리에 맞지 아니함을 일컫는 말.

8.발김쟁이 : 못된 짓을 하며 마구 돌아다니는 사람.

9.살사리꽃 : 코스모스.

10.앗사위 : 쌍륙이나 골패 따위에서 승부가 결정되는 한판.

11.장건건이 : 간장, 고추장, 된장 따위의 장류. 또는 장을 재료로 만든 반찬을 두루 일컫는 말. ‘()+건건이의 짜임새.

12.추서다 : 병을 앓은 뒤에 건강이 차차로 회복되다.

13트레머리 : 머리카락을 넘겨 꼭 뒤에다 고정시킨 머리. 쪽과 달리 가르마를 타지 않는다. 조선시대 하층 여자의 머리였으나 현재는 일반화됨.

14.풋낯 : 조금 아는 정도의 낯. -풋면목(面目).

15.햇귀 : 해가 처음 솟을 때의 빛. 또는, 좁은 틈새로 겨우 비치는 햇발.

 

 

인생 팔질(八耋)의 중반에 이른 <둔석>은 미래의 기대보다 꿈을 먹고 산다는 가상의 동물 맥()처럼 과거의 추억을 먹고 삶을 유지하는 것 같다.

 

<둔석>의 소년시절엔 장건건이에 보리밥 한 그릇을 맛있게 비우고, 연줄에 개미를 입힌 연을 들고 연싸움 놀이에 신바람이 났다. 한편 연싸움보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동네 풋낯아저씨들이 애써 훈련시킨 댓닭싸움터나 투견장, 투우장에 가는 것이 우선이었다. 특히 투우장에 들어갈 입장료가 없어 가슴 두근거리며 철조망 밑으로 살금살금 기어 들어간 것도 이제는 점점 사라져 가는 우리 것에 대한 아쉬움과 하나의 추억거리가 되고 있다.

 

그런데 세월이 흫러 어머님께서 방문하는 일가친척을 위해 손수 담은 막걸리의 개미*’는 사라지고 대신 양조장 탁주나 맥주가, ‘앗사위는 고스톱이 대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추세라면 댓곡식보다 영양가가 많다는 이탈리아 고대곡물인 파로(FARO)가 멀지 않아 우리의 보리나 밀을 우리 밥상에서 밀어낼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성형수술의 발달로 남상지른여인도 찾아보기 어려운 대신, 우리의 고유한 여성만의 트레머리를 오히려 요즘 청년들이 멋으로 트레머리를 하고 번화가를 활보하고 있다. 우리의 고유한 풍습도 아름다움의 기준도 변했다.

 

변한 것은 인위적인 문화뿐만 아니라 자연도 변했다.

우리 세대의 어린 시절엔 동무들과 청명한 가을 하늘을 이고 살사리꽃을 찾아 꽃다발 만드는 놀이도 즐거웠다. 늘상 근심 걱정에 찌든 어머님께서 내가 올린 살사리꽃다발을 한 아름 받은 어머님의 환한 얼굴, 그때의 그 추억을 <둔석>은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강산이 여덟 번이나 바뀐 지금에도 변하지 않은 것은 발김쟁이햇귀이다. ‘발김쟁이는 지금도 가장 싫은 존재이다.

그러나 햇귀는 그때나 이제나 <둔석>에게는 희망의 상징이었다.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간직하고 싶은 꿈의 추억이다.

<문학평론가/ 동아대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