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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의 동의보감
작성일 : 2025.05.25 09:35 작성자 : 김하기
백두대간 인문기행 64화
허준의 동의보감
첫째 병을 고치기에 전에 병이 안 걸리도록 예방을 중요시한다.
둘째 수없이 많은 처방들의 요점만을 간추린다.
셋째 이 땅 백두대간에 자생하는 약을 구하고 누구나 쓸 수 있도록 약초 이름을 한 글로 쓴다.
- 동의보감 서문 -
임진왜란으로 몽진을 거듭하던 못난 임금 선조는 늘 편두통과 화병 스트레스로 자학하며, 기록에는 조현병 증상까지 보이기도 했단다. 그런 선조의 옆에는 마지막까지 어의御醫 허준許浚이 있었다.
불치의 병으로 알려진 왕자 광해군의 두창 천연두를 완치한 어의 허준은 임금 선조의 신임을 한 몸에 받지 않을 수 없었다.
7년간 왜적의 침략으로 한반도는 초토화되고 허기와 질병에 노출된 백성은 산속으로 숨어들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백두대간엔 예로부터 자생하는 초근목피가 있었고 초근목피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양생養生과 만병통치의 효험이 있었다.
조선의 임금 선조는 1596년(선조 29) 왜적의 침략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백성을 위하여 이 땅 백두대간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초근목피를 재료로 하고 사전 병에 걸리지 않는 양생을 바탕으로 한 의서 편찬을 허준에게 지시했다.
“중국의 양대 의서로 알려진 북쪽의 북의北醫와 남의南醫가 있는데, 이는 백두대간에 기대어 살아가는 동쪽 사람에게는 구하기도 어렵고 효험도 없다. 이 땅에 자생하는 초근목피로 이 땅 백성에게 맞는 동쪽의 의서(동의東醫)를 편찬하라!”
허준은 선조의 왕명을 받아 당시의 뛰어난 의원을 모아 의서 동의보감 편찬작업을 시작했다. 동의보감에 참여한 의원의 면면을 한번 보자,
당시 최고의 어의로 자타가 공인하는 양예수 · 이명원 · 김응탁 · 정예남 등 4인과 민간에서 용하다는 명성을 떨치고 있는 유의儒醫 정작이 합류한다. 양예수는 허준보다 선배 어의로 신의로 알려졌고, 정작은 어의는 아니지만 민간에서 도교적 양생술의 대가로 불로장생의 비법을 전수한다는 입소문이 자자했다. 이명원의 침술은 중국의 화타를 능가한다는 소문이있었다. 또한 김응탁 · 정예남은 신예 어의였다.
이렇게 많은 의원이 모여서 의서 편찬에 투입된 사례는 세종 때 10인의 의원이 참여한 의방유취醫方類聚 편찬밖에 없었다. 이처럼 동의보감의 편찬은 처음부터 국가가 직접 백성의 보건의료를 책임진다는 의미에서 대규모로 기획되었고, 임금 선조는 허준에게 병의 예방과 주변에서 손쉬운 약재를 쓸 것이란 대원칙으로 정해주었다.
들머리 서문에 따라 예방과 처방, 이 땅의 약제란 세 가지 대원칙이 먼저 정해졌을 때, 1597년(정유년) 1월 왜적이 다시 쳐들어오는 정유재란으로 인해서 의원들이 뿔뿔이 흩어져버려 동의보감 편찬 작업이 중단되었다.
전쟁이 완전히 끝난 후 1601년 봄, 선조는 허준을 불러 왕실에서 소장하고 있던 고금의 의서 500여 권을 내주면서 동의보감 편찬을 다시 독려했다.
1608년 선조가 승하하자 그 책임을 물어 허준은 의주로 유배된다. 그곳에서 허준은 혼자 의서 편찬에 전념했다. 1610년 8월 허준은 동의보감 25권을 완성해 임금 광해군에게 바쳤다.
광해군은 허준이 선왕의 유업을 완수했다고 기뻐하며 좋은 말 1필을 상으로 내렸다.
그럼, 여기서 동의보감 내용을 한번 살펴보자,
동의東醫란 중국 남쪽의 남의와 북쪽의 북의에 비견되는 동쪽의 전통 의학, 즉 조선 백두대간, 이 땅에서 얻은 이 땅의 백성을 위한 의학 의술이란 뜻이다.
동의보감 내경편 첫 장에 그려진 신형장부도身形藏府圖는 인체의 장기와 그 특징을 그린 것으로 동양의 전통적인 자연관인 하늘, 땅, 사람 등 세 가지 요소를 인간의 몸에 상징화한 해부 그림이다. 즉 하늘을 상징하는 둥근 머리, 땅을 상징하는 몸, 머리와 몸을 연결하는 사람의 가장 중요한 구조체인 척추가 묘사돼 있다.
하늘과 땅이 지닌 선천 기운과 인체 안의 후천 기운이 인체 내부를 통해 순환하는 자연의 원리를 그림으로 보여주면서 인체가 작은 우주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봐야 한다.
둥근 머리는 하늘을 상징하고 모난 발은 땅을 상징하며, 하늘엔 사계四季가 있고 사람에게는 사지四肢가 있다. 하늘에 오행五行이 있고 사람에게는 오장五臟이 있으며, 하늘에는 육극六極이 있고 사람에게는 육부六腑가 있다. 이를 우리는 오장육부라 부른다.
동의보감은 자연의 형상과 사람의 기관을 비유하는 것으로 첫 장을 열었다. 즉 사람의 몸과 우주는 통한다고 봤던 것이다. 뒷받침하는 이론은 ‘음양오행’이다. 음양과 오행은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의 몸을 연결했다. 만물의 형체가 되는 이치를 사람의 몸에 적용했다. 천지의 기운은 사람의 몸과 마음으로 이어져 있다고 본 것이다. 즉, 통하면 아프지 않고(통즉불통通則不痛),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불통즉통不通則痛). 바로 이러한 이치가 동의보감 양생 의학의 핵심이다. 정말 보감이 아닐 수 없다.
보다 자세히 살펴보자.
우주의 기운이 몸과 마음으로 통해 있는 것처럼, 몸과 마음도 서로 소통한다. 간肝은 분노, 심心장은 기쁨, 비脾장은 생각, 폐肺장은 슬픔, 신腎장은 두려움의 감정과 연결된다.
화를 자주 내면 간이 상한다. 너무 기뻐하면 심장이 나빠지며, 자주 두려움을 느끼면 신장에 병이 생긴다. 이처럼 감정은 삶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다. 희로애락과 오장육부가 연동하는 것은 질병이 삶, 즉 생활 습관에 따라 조절된다는 것이다.
동의보감에서는 먼저 병의 치유는 어떻게 살아가는가 하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비워라 비워야 건강해진다!
심신을 가볍게 하고 삶의 찌꺼기를 비우고 항상 모자란 듯 해야 건강해진다는 말이다. 우리의 몸 안팎에 적체된 삶의 잉여 덩이가 소통의 길을 막는다. 인간은 과식으로 인한 몸 안에는 혈전· 근종과 암세포· 담음 등이 쌓이고, 잦은 감정의 분출 · 악담 · 과식 · 과욕은 만병의 근원이 된다.
약과 침은 몸 안의 찌꺼기들을 일시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몸은 잠시만 게을리하면 삶의 노폐물이 쌓이는 법. 삶이 변해야 몸도 변한다. 삶에서 비우고 덜어내면 몸의 찌꺼기도 자연 비워지고 가벼워져 건강을 유지한다.
환자는 먼저 마음속에 있는 의심 · 불안 · 불평 · 욕심을 다 내려놓고 뉘우치며 성찰해야 한다. 그럼 약을 쓰기 전에 병은 쉽게 낫게 된다는 주 내용이다.
정말 지금 들어도 무릎을 칠 삶의 지혜가 아닌가? 허준이 말한 이 양생養生은 우리의 풍류를 바탕으로 백두대간에서 얻은 의학이라고 필자는 본다.
동의보감 탕액편에는 허준이 의원으로 그동안 효험을 본 1,212종의 약재에 대한 자료와 4,497종의 처방을 모았다. 특히 우리나라 백두대간 산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재 637개의 이름을 백성이 쉽게 구하고 쓸 수 있도록 한글과 토속어로 기록했다는 점에서 찬사를 보낸다.
최첨단 의료 장비와 의료 서비스가 날로 발전한 이 시대 반비례하듯 우리의 몸과 마음은 더욱 쇠퇴 해지고 있다. 먹방과 무분별한 트롯으로 일시적 입과 눈을 즐겁게 할 수는 있지만, 이는 만병의 근원인 독이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동의보감의 양생 이치는 이 시대에서 더욱 요구된다.
허준의 동의보감은 당시 180 여권이 넘는 전문 의학서적이 인용되었으며, 대체의학으로 도교, 유교, 불교 서적 등을 참고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거론한 적이 없는 “백성의 보건의료에 대한 책무가 국가에 있다.” 이념은 임진왜란 위기 속에서 얻은 하나의 큰 소득이며, 병이 생기기 전에 예방한다는 `양생`의 개념을 적극 먼저 제시하고 있다
동의보감은 백두대간뿐만 아니라, 당시 의료 선진국이라 자청하던 중국에서도 1717년부터 30여 차례 허준의 동의보감을 참고한 '개량 동의보감', '증도 동의보감'을 발행했고, 일본에서는 1724년 이후 3차례 간행했다는 사실은 한류의 또 다른 원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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