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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5.05.12 12:08
<금주의 순우리말>163-튀하다
/최상윤
1.개매기* : 좁은 골목의 복판에 쳐 놓았다가 썰물을 따라 나가는 고기를 잡는 일. 또는 그 그물. 같-개막이꾼.
2.개맹이 :(흔히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인 풀이말과 함께 쓰여)또렷한 기운이나 정신.
3.개먹다 : 개개어서 닳아 끊어지게 되다.
4.남상거리다 : □액체가 차서 넘칠 듯하다. □욕심이 나서 목을 길게 빼어 늘이고 기회를 엿보다. <넘성거리다. ~대다.
5.댑바람 : 북쪽에서 불어오는 큰 바람.
6.댓가지 도적 : (‘대나무로 위협하여 물건을 빼앗는 도적’의 뜻바탕에서) 좀도적.
7.말살스럽다* : 보기에 모질고 쌀쌀하다.
8.발기집다* : 감춰진 사실을 들추어내다. 또는, 캐어물어서 밝혀내다. 같-바르집다.
9.살별 : 머리와 밝은 꼬리를 가진 기체 상태의 별. 같-꼬리별, 혜성(彗星).
10.암펌같다* : 몸은 작아도 성질이 매우 영악함을 이르는 말.
11.장가처 : 혼례를 갖추어 맞은 처. ‘장가 + 처(妻)’의 짜임.
12.추렴 : 모임이나 놀이의 비용 등으로 각자가 금품을 얼마씩 내어 거둠. 관-추렴새=추렴하는 일.
13.튀하다 : 새나 짐승의 털을 뽑기 위해 끓는 물에 잠깐 담갔다가 꺼내다.
14.품메다* : 품앗이로 일을 하다가 어떤 사정으로 하던 일을 도중에 그만두다.
15.해포이웃* : 오랜 동안 가까이 지내온 이웃.
◇ <둔석>의 외가는 조그마한 야산을 등에 지고 꽤나 넓은 들판을 바로 앞에 둔 30여호의 작은 시골 집성촌(集姓村)이었다.
중학교 시절 <둔석>은 겨울방학 때마다 ‘개맹이’ 없는 도시생활을 잠시 잊고 푸근한시골생활을 맛보기 위해 외삼촌댁을 방문하곤 했다.
낮에는 내 나이 또래의 외4, 6, 8촌들과 ‘댑바람’이 불어대는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얼음판 위에서 설매 놀이나 팽이치기로 재미를 만끽했다.
짧은 겨울철 하루가 끝나고 석식 후에는 내 형님뻘 되는 사랑채 모임 말석에 초대된다.(시골의 재미와 풍습을 아르켜주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그들은 시골의 가난한 살림살이에 초등학교 졸업 후 중,고교에 진학하지 못한 동질성과 ‘해포이웃’으로 흉허물없이 다정다감했다.
그들은 농사의 정보교환이나 윷놀이, 팔씨름 등으로 밤이 깊어지고 시장끼를 느끼면 ‘추렴’없이 야참을 해결하는 방법을 이심전심으로 알고 있었다. 즉 형편이 좀 나은 친척의 닭 <쓰리>였다.
두어 명의 선발대가 조직된다. 나이 어린 나는 멀찌감치 망을 보기 위해 선발된다. ‘살별’ 아래 야금야금 닭장에 접근한다. 그리고 준비해 간 짚불 재를 손바닥에 한움큼 쥐고 잠든 닭의 모가지에 가만히 갖다 되면 그 닭은 조금도 부산떨지 않고 의외로 조용히 웅크리고 앉아 있다. (사람의 손길이 목에 닿았는데도 닭이 도망가지 않고 마취된 듯, 홀린 듯 앉아 있는 이유를 나는 지금도 알지 못하고 있다.) ‘암펌같은’ 손목에 순간 힘을 꽉 주면 닭은 꽥 소리 한번 지르지 못하고 파드득거리며 닭장에서 들려나왔다. 참으로 ‘말살스러웠다’.
돌아와 ‘튀한’ 뒤 닭털을 뽑고 삶아낸 닭살과 ‘남상거리는’ 탕국물로 모두 함께 배를 채우며 먹는 재미는 천하일품이라 할까.
다음 날 아침, 닭 주인은 밤중에 ‘댓가지 도적’이 온 것을 알지만 ‘발기집을’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단지 <또 마을 젊은이들이 작란을 쳤구나.> 속으로 짐작하면서 싱긋이 미소를 띄운다.
가난한 시골 젊은이의 건강과 놀이를 위한 우리 옛 어르신들의 배려심, 얼마나 멋지고 자랑스럽지 않으랴.
<문학평론가/ 동아대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