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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신평/ 낙인(烙印)과 명분

작성일 : 2025.05.05 11:14

낙인(烙印)과 명분

/신평

 

 

대법원은 오늘 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과거 행한,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 소정의 허위사실 공표죄 해당 발언들 대부분을 허위사실이라고 판시하며, 원심의 무죄 판결을 파기하여 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다.

먼저 이 대법원 판결은 이번 대통령 선거에 당장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논자에 따라서는 환송받은 서울고등법원이 빨리 판결하면 큰 영향이 미친다는 듯이 주장하나 그렇지 않다. 선거일인 63일 이전에 서울고등법원에서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의 판결을 하고 다시 대법원에 상고되어 최종 확정판결이 날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사실 나는 이번 대법원 판결을 주도한 조희대 대법원장과는 안면이 있다. 그의 취임시에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그러나 지난 탄핵정국에서 그는 대법원장으로서 아무런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거의 하나의 법원이 통째로 진보의 해방구가 되어버린 서부지방법원의 잘못된 업무처리를 그대로 방관하였고, 우리법연구회의 후신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그토록 원성의 대상이 되었어도 그 해산을 유도하지 않았다. 서부지방법원 소요사태에서도 젊은 청년들이 왜 그런 일을 저질렀을까에 관한 손톱만큼의 관심도 가지지 않은 듯이 보였다. 이번 판결이 좀 더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대법원 판결이 당장의 대통령 선거에 지장을 줄 것은 아니라도 이것이 갖는 의미는 무척 깊다. 그것은 잘못된 판결로 공인된 2심 판결이 정상적으로 선고되었더라면, 이재명 후보는 대선에 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는 낙인(烙印)을 그에게 찍어버리기 때문이다. 이제까지는 야권에서 성공적인 내란몰이를 한 결과, 여권후보는 내란의 낙인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무리 학계에서 12.3 비상계엄은 내란이 될 수 없다고 해도 기왕에 만들어놓은 내란의 프레임은 너무나 단단했다. 그리하여 그것은 지지율의 저미(低迷)로 바로 연결되었다.

대통령 선거는 거의 하나 마나한 것으로 보였다. 의회독재에 집행권마저 저쪽이 가져가고 사법권도 거의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를 덮기 시작한 거대한 전체주의적 풍조의 검은 구름은 무시무시하기만 했다.

그러나 이 판결로 짙은 먹장구름을 뚫고 작은 빛이 새어나오는 공간을 발견하였다. 그 공간을 조금씩 넓혀나가면 우리가 당면한, 숨 막히는 전체주의적 풍조에서도 살아나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아직은 어느 쪽의 낙인 효과가 더 클 것인가에 관해 단정을 할 수는 없으나 대선에서 최소한 엇비슷한 지위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왜정 때 독립지사들이 왜 턱도 없는 열세의 상황에서 자신을 기꺼이 희생시키며 투쟁을 할 수 있었겠는가? 그들은 우리가 독립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 희망이 그들의 실존을 좌우할 만한 정당성의 명분을 부여하였다.

그렇다. 정치의 영역에서는 명분이 가장 중요하다. 열세를 뒤집는 힘은 명분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 사회는 거의 진보 진영이 장악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 후에 이 상황은 더욱 악화할 가능성에 직면하였다. 그러나 그 가능성을 역전시킬 희망이 보인다. 그리고 대내적으로 자유와 창의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여 사회를 움직이고, 대외적으로 개방적인 민주적 세계질서의 평등한 일원으로 참여한다는 세계관, 가치관의 수월성은 우리를 지탱하게 해주는 명분으로 작용한다.

이재명 후보에게 큰 낙인이 찍혀 명분에서 커다란 손상을 입은 이상, 대선은 이제 한 번 해볼 만한 국면으로 진입하였다.

<공정세상연구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