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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5.04.27 01:22
유일한 희망, 한덕수
/신평
하나의 예외도 없이 모든 여론조사는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의 이재명 후보가 압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다. 물샐틈없이 완벽한 예측이다.
‘지피지기(知彼知己)’를 위해 이재명 후보를 바로 보아야 한다고 말하니, 온갖 쌍말을 내 얼굴에 뱉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이 후보를 저주하고 욕하기만 하면 그의 기세를 꺾을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듯하다. 옛날 동학 농민군이 지도부의 말에 따라 부적을 가슴에 붙이고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라고 주문을 외우면 총알도 피해 간다고 믿은 것처럼 말이다.
이 후보는 혈혈단신으로 험난한 정치판에 뛰어들어 더욱이 야권의 주류를 이루는 운동권 출신도 아니면서 야권을 지금 일사불란하게 이끌고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 그가 가진 인간적 장점이나 출중한 능력이 그 배경에 깔린 것이다. 그리고 그는 지금 광범한 범위에 걸치는 국민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어서는 안 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와의 인간적 관계를 생각하면 미안하고도 가슴 아픈 일이나, 그렇게 확고한 생각을 가진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지금 의회독재를 하고 있는 상태에서 집행권 전부가 그 쪽에 가고 나아가서 사법권의 2/3 정도도 넘어간다. 경찰과 검찰, 공수처는 일찌감치 그 쪽에 충성을 맹세하였다.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엄청난 ‘권력의 융합’이 이루어진다. 프랑스의 저명한 정치철학자 토크빌( Alexis de Tocqueville)이 말한 ‘다수의 폭정’(tyranny of the majority)이 최고조로 실현된다.
그러나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탄핵정국의 길목에서 그리고 의회독재의 전반적 현실에 대하여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해온 정청래 의원은 우리 헌법의 민주주의란, 단순히 ‘쪽수’를 헤아려 국가의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본령이라는 ‘형식적 다수결 원칙’을 금과옥조로 신봉한다. 하지만 우리 헌법의 ‘다수결 원칙’은 어디까지나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려고 최선을 다하다가 그래도 안 되면 ‘쪽수’가 많은 쪽에 우선권을 준다는 ‘실질적 다수결 원칙’이다.
심각한 ‘권력의 융합’과 ‘형식적 다수결 원칙’이 만나면 과연 그 결과는 어찌 될 것인가? 무시무시한 일이다. 이것은 도저히 우리 헌법이 용인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파시스트 국가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정치건 경제건 헝클어지고, 남용되는 권력으로 그들은 무엇보다 장기집권을 위해 나설 것이다. 인간의 본성이 그렇다.
그래서 나는 한 사람의 헌법학자로서, 이 대표가 대단히 뛰어난 자질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가 당선되면 우리가 불행한 헌정사의 질곡 속으로 빠져들 것이니 그의 당선을 반대하는 것이다.
이 대표의 압도적 우세가 대세이기는 하나, 한덕수 권한대행의 출마시에 지금의 일방적 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징조가 없지 않다. 하지만 너무 희미한 징조이다. 이것을 좀 더 확실한 표상으로 나타내려면, 그가 출마하고 국민의힘 최종후보가 단일화를 하는 것이다. 나아가서 이낙연 전 총리까지 포괄하여야 한다. 마치 김대중 대통령이 1997년 당선될 때 DJP연합에다 박태준의 힘까지 합친 선례를 따르는 것이다.
한덕수 대행은 국가적 퇴락을 막고 한국의 민주주의를 온전하게 유지시킬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그리고 그는 연합정권을 구현한다는 마음으로 국민의힘 후보나 여타 유력 후보들을 통합과 관용, 겸양의 정신으로 감싸안을 수 있어야 한다.
<공정세상연구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