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최상윤의 순우리말 사전
작성일 : 2023.01.16 02:03
금주의 순우리말-난가난든부자
/최상윤
1.패차다 : □남이 지목할 것을 각오하다. □좋지 못한 일로 별명이 붙게 되다.
2.한밥 : □끼니때가 지난 뒤에 차리는 밥. 또는, 마음껏 배부르게 먹는 한 번의 밥. 조선 말, 망나니(사형집행수)에게 사형집행 전날에 배불리 먹이는 것을 ‘한밥 먹인다’고 한 데서 유래됨. □누에가 마지막 먹는 뽕잎사귀.
3.가칫하다 : 살갗이나 털 따위가 야위거나 메말라서 보기에 윤기가 없이 조금 거칠다.
4.가탈거리다 : 마소의 걸음걸이가 고르지 못하여 가불거리다. 관-가탈걸음.
5.난가난든부자 : 겉으로는 가난하게 보이나 실제는 알속이 있는 사람. 비-난거지든부자. 상-난부자든가난.
6.단배(를)곯리다 : 음식을 달게 받을 만하게 배를 고프게 하다.
7.막낳이 : 아무렇게나 짠, 품질이 좋지 않은 무명.
8.바침술집 : 술을 많이 만들어 술장수에게 파는 것을 업으로 삼는 집. 같-받힘술집.
9.사이때 : 아침과 점심, 또는 점심과 저녁의 중간쯤 되는 때.
10.안아치다 : 뒤로 돌아서서 어깨너머로 망치질을 하다.
11.다시어미 : 의붓어미.
◇제대 후 복학하고부터 대학 졸업 때까지 나는 호주머니 사정으로 ‘사이때’를 활용하여 두 끼니를 한 끼니로 뭉쳐 띄웠다. 그러다보니 어쩔 수없이 ‘단배를 곯리게’ 되어 ‘한밥’을 먹는 것이 버릇처럼 되었다.
그 결과 만학을 끝내고 맞선을 볼 때 나의 키에 비해 몸피가 지나치게 ‘가칫하여’ 폐병환자로 오인되어 그미의 어머니로부터 건강진단서까지 요구 받았다. 보릿고개를 힘겹게 넘겼던 우리 세대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2년 전, 코로나 창궐로 국가가 전 국민들에게 보조하는 건강지원금 10만원을 수령하기 위해 동사무소로 갔다. 그런데 나는 자가自家, 자가용 소유자, 연금수령자로서 전체 국민의 상위 12%에 해당되기에 지원금 대상자에서 제외된다는 동직원의 설명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대한민국 국민의 상위 12%에 들어간다는 이야기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10만원 받지 않고 나는 국가가 인정하는 12%에 흔쾌히 들어갈랍니다.> 동직원과의 대화는 여기서 끝났다.
젊은 시절엔 한국국민의 하위 12%에서 허우적거렸던 내가 60여 년이 지난 오늘에사 국가가 인정하는 상위 12%에 해당되는 국민이라니, 단돈 10만원 수령 여부는 우습게 보였다.
정부가 인정하는 상위 12% 부류에 내가 신분 상승되었다는 이 사실 앞에 인생 처음으로 유쾌, 상쾌, 통쾌, 아무튼 붕 뜬 기분으로 나는 동사무소를 휘젓고 걸어 나왔다.
과연 나는 참말로 ‘난가난든부자’일까... .
<문학평론가/ 동아대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