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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5.04.07 01:04
<금주의 순우리말>158-퉁어리적다
/최상윤
1.개감스럽다 : 욕심껏 음식을 먹어대는 꼴이 보기에 흉하다.
2.개개다(개기다) : 귀찮게 달라붙어 성가시게 굴다.
3.개개비 : 휘파람새과에 속하는 작은 새. 초여름 갈대밭에서 ‘개개개’하며 울며, 동남아에서 월동한다.
4.남나중 : 남보다 나중.
5.대접젖 : 처지지 않고 탄탄하게 붙어 있어 대접처럼 보이는 젖. 여자의 젖 모양 가운데 가장 예쁜 것으로 친다.
6.말버슴새* : 말을 하는 모양새.
7.발그림자 : 오고 가는 발걸음.
8.살망하다 : □아랫도리가 가늘고 어울리지 않게 좀 길다. □옷이 키보다 좀 짧다.
9.암상 : 남을 미워하고 샘을 잘 내는 잔망스러운 심술. 비-개염. ~하다, ~궂다, ~내다, ~떨다, ~피우다, ~스럽다.
10.암수거리 : 속임수로 남을 속이는 행동. ‘암수(暗數) +거리’의 짜임새.
11.잡죄다 : 단단히 좨치다. 아주 엄하게 잡도리하다. 또는 몹시 독촉하다.
12.총냥이 : (여우나 이리처럼)눈이 툭 불거지고 입이 뾰죽하여 얼굴이 마른 사람.
13.퉁어리적다 : 하는 짓이 옳고 그름을 가리지 못하면서 당치 않게 퉁명스럽다.
14.풀쳐생각* : 마음에 맺혔던 생각을 단념하고 스스로 위로함.
15.해참 : 해가 질 때까지의 시간. *해 안.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하는 기준은 성격, 외모, 언어구사(‘말버슴새’ 포함), 행동(‘발그림자’ 포함) 등등이 있으나 특히 동물에 비유하여 쉽게 판단하는 속설이 있다.
<키 큰 놈치고 안 싱거운 사람 없다>라는 속설이 있다. 욕심 없고 어진 기린처럼 ‘살망한’ 사내를 일컫는다. 그래서 선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한때 키보다 바지를 짧게 입었던(키 큰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유행도 있었다.
다음은 욕설 같지만 <개 같은 놈>이라는 말도 있다.
사자는 어미 암컷이 먹잇감을 직접 사냥해 왔지만 새끼들을 먼저 먹인 다음 ‘남나중’에 먹는다. 모정의 훈훈함이 돋보인다. 그런데 개는 먹을거리가 생기면 힘센 놈이 ‘개감스럽게’ 먼저 처먹고 난 다음 힘의 강약 순으로 먹게 된다. 먹잇감을 어느 놈이 물고 왔는지는 관계없다. 그래서 대체로 수캐, 암캐, 강아지 순으로 먹게 된다. 양보라든지 아량은 없다, 먹는 것만큼은 인정사정도 없다. 이권이 생기면 물불 가리지 않고 덤비는 <여의도 국개(國犬)>와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이전투구(泥田鬪狗)란 말이 생긴 것이 아닐까.
흔히들 미련하고 끈질긴 사람을 <곰 같은 놈>이라고 일컫는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퉁어리적으면서’ 경우도, 사정도, 애교도 없이 ‘개개는’ 놈을 일컫는다. 양면성 즉 장점과 단점을 함께 지닌 인간형이라 할까.
노우지독지애(老牛舐犢之愛)라는 말이 있다. 즉 늙은 소가 송아지를 핥아주는 사랑, 곧 자식에 대한 사랑이 깊음을 말한다.
소는 자식에 대한 사랑만 있는 것이 아니라 주인에 대한 충성심, 복종심도 다른 어떤 동물들보다 강하다. 주인이 쟁기질하며 수없이 <이라, 자(좌)라, 워(중지)>를 반복해서 ‘잡죄어도’ 불평 한번 없이 ‘해참’까지 느리지만 꾸역꾸역 성실히 맡은 소임을 다해낸다.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도 지친 몸이지만 주인을 등에 업고 귀가한다. 진정 <소 같은 놈>이 바람직한 인간형이 아닐까.
<소 같은 놈>과 대척적인 것이 <야시(여우) 같은 년 놈>이 아닐까 한다. ‘총냥이’ 특히 여우같은 년 놈은 ‘암상’은 물론 잔꾀가 많아 ‘암수거리’에도 능수능란하다. 한때 돌대가리 <둔석>은 <야시 같은 놈>의 계략에 빠져 신문에 대서특필로 <둔석> 이름 세자가 오르내리기도 했다. 그래서 한동안 그 <여우같은 놈>을 저주하기도 했다.
이제 <둔석>이 팔질(八耋)의 중반에 접어들어 그동안 희노애락의 인생살이에서 응어리졌던 일들을 모두 ‘풀쳐생각’하여 다음 세상으로 떠날 준비를 해 봄이 여하?
<문학평론가/ 동아대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