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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5.03.31 12:44
<부문3-2 >
자연과 유년기의 체험을 통한 치유와 위안의 시학
- 2020년대 부산시인들(2)
코로나 19 속에서도 2022년은 왔다. 이제는 고통이 일상이 된지 오래이다. 아직도 코로나19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시인들의 마음은 고난과 고통이 심할수록 그 고통으로부터 해방되어 어디에서 위안을 받을 것인가 하는 것이 큰 관심사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부산 시인들의 작품은 다양한 사물과 현상 속에서 치유와 위안을 노래하고 있다.
눈 내린다고,
이른 아침부터 한 통의 문자를 받고
창밖을 바라보니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다
흐릿한 소묘 한 점,
한 도시가 액자 속 종일 누운 사색이
모처럼 썰매를 탄다
스친 인연이 돌아왔다고
들뜬 환호 속 사푼히 내리는 그 기분
추억 속으로 걸어간 발자국……,
늙었다는 것, 얼마나 살맛나는 일인가
-김인태 「첫눈」(《문학도시⟫2021.12) 전문
김인태 시인의 「첫눈」에서는 노년기의 절망이나 두려움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눈이 내린다는 문자를 받는 것 자체가 젊은 체험이다. 그러면서 온 종일 내리는 진눈깨비를 바라보며 상상력을 전개한다.
종일 눈 오는 날의 풍경을 ‘흐릿한 소묘 한 점’으로 비유하고 도시를 ‘액자 속 종일 누운 사색’으로 비유하고 있으나 이러한 비유의 무력감은 ‘모처럼 썰매를 탄다’라는 경쾌한 표현으로 젊음을 획득한다. 그러면서 유년의 기억도 등장하다. 특히 마지막 행 ‘늙었다는 것, 얼마나 살맛나는 일인가’에서는 비록 출생으로는 늙었지만 실질적인 건강이나 정신적으로는 젊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렇게 김 시인은 눈오는 날에도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젊음이 현실의 고통을 치유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에 다음과 같이 늙어감을 직접 고백하는 형식으로 고통을 치유하는 시도 있다.
애증愛憎의 상실,
입김처럼 창에 어리는 그리움
소환되는 어린 추억들로
흐느적거리는 능선의 표류
살아 있음에 아프다
영혼의 청진기로
색 바래 가는 생명들
신음 소리에 귀 기울이고
중심에서 벗어난 초로의 빈자리
우리들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고
여백이 주는 평온으로
가자, 소솔한 우리들의 자리로
-김찬식 「고백으로의 치유」(《문학도시⟫2021.12) 뒷부분
김찬식 시인의 시 「고백으로의 치유」 뒷 부분(3-4-5연)이다. 김 시인은 공직에서도 정년하였고 각종 문인단체의 임원도 물러났다. 그러나 오늘날의 한국인의 수명 상태로 볼 때 아직까지 살아갈 날이 많다. 시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초로’의 나이 즉 60대는 실제로 공직이나 현역에서 벗어났지만 다른 영역에서 왕성한 활동을 할 나이이다. 김 시인의 이 작품은 그 동안의 왕성한 현역활동에서 갓 벗어난 현실을 수용하는 자세로서의 시라고 볼 수 있다. 그 자신이 제목으로 차용하고 있듯이 현실을 수용함으로써 무료함이나 박탈감을 치유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 사실 공직생활을 한 사람의 경우 정년퇴임 직후에는 어쩔 줄 모르고 절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김 시인은 절망하지 않고 치유의 단계를 겪은 것이다. 김 시인에게는 시라는 글쓰기가 있고 그 동안 공직생활로 축척된 능력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단계를 거쳐 김 시인은 시작 태도에서나 사회활동 면에서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 기대해 본다.
이 작품의 특색은 이러한 김 시인의 현실 수용의 자세를 처음에는 구체적이기보다 관념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인용하지 않은 1-2연과 3연은 시적화자 즉 김 시인의 의식구조를 추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4연에서는 다소 비유적이고 구체적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관념과 비유가 교차되다가 마지막 단 한 행으로 끝나는 5연에서 직접적으로 김 시인의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음악 시간에
바다가 발성연습을 한다
우렁찬 해조음은
테트라포드 위에 올라서서
목청을 밀어젖힌다
파도는 클래식으로 갈겨 쓴
두루마리 오선지를 들고 음표로 복창한다
보드라운 음색
문득
나는 거침없이 웃던 동급생들의 웃음소리가
귓가를 맴돌고
산모의 태반처럼 유영하던 빛 한 줌
해양의 골수까지 파장을 일으키며 조율한다
체르니 연습은 실기다
뜨거운 오후의 마지막 수업이
방학의 열기와 함께 여직 열지 못한
높은음자리표의 거친 파열음 내쏟고 있다
오래된 목조건물의 정수리가 반사되고
닫으면 벽이 되는
성악실의 행방이 묘연하다
-최귀례 「코르붕겐」 전문(《문학도시⟫2021.12)
최귀례 시인의 「코르붕겐」은 유년기의 추억으로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거나 치유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유년기의 추억들은 많은 시인들이 다루는 시적 제재이다. 대체적으로 유년기의 추억들 가운데 상처가 되었거나 아픔이 된 것들이 제재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 시인은 그러한 것들보다 즐거운 음악시간이 시적 제재가 된 것이 다른 사람의 경우와 다르다. 사실 음악이라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피아노가 가지고 있는 리듬감 때문에 경쾌하고 즐거운 추억들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시적 제재의 특성에 잘 부응하고 있는 것이 이 작품의 특성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부응의 양상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면 다이나믹한 이미지들이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는 점이다.
이 시는 두 연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1연부터 유년기의 추억 가운데 음악 시간이다. 그러나 그 시간이 구체적으로 유년기의 시간이라는 표현은 등장하지 않는다. 음악시간의 발성연습을 바다의 파도가 테트라포드에 부딪치는 것으로 비유하여 다이나믹한 상상력을 전개한다. 그리고 음악 용어들도 적절한 역할을 한다. 2연에서는 첫 부분부터 동급생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면서 시적 시간과 공간이 유년기의 추억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그러면서도 ‘산모의 태반’과,‘해양의 골수’라는 비유가 등장하여 다소 그로테스크 한 이미지까지 보여준다. 역시 2연에서도 ‘체르니 실기 연습’ ‘높은 음 자리표’ 같은 음악 용어들이 등장한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오래된 목조건물’의 이미지에서 유년기의 추억을 더욱 구체화 하고 있다. 최 시인은 현실의 고통을 유년기의 추억 그것도 경쾌하고 즐거운 음악시간의 추억으로 치유하고 있다.
옷을 벗어 버린 장마가
소슬바람을 입는다
노란 손수건을 걸고 선 은행잎
길에 떨어뜨린 편지를 읽는다
푸른 시절에는 도다리쑥국
가을 하면 전어회
제철에 좋은 것들
진해만 물결이 푸득거린다
깨꽃 뜯어 먹고 자란 전어는
통통한 살에 기름기 배이고
땡추 콩 된장에 한 쌈 싸
푸른 식탁을 살찌게 한다
가을 전어 굽는 그윽한 냄새
고양이 눈동자 붉게 타고
구월 장 열린 수족관이
창밖을 헤엄쳐 나간다
-고승호「가을 전어」전문(《문학도시⟫2022.1)
고승호 시인의 「가을 전어」는 일종의 풍물시이다. 전어는 그 동안 가을에 나는 남해안의 주종어로 요즈음에는 다소 그 성어기가 당겨지기는 했고 양식까지 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역시 ‘가을 전어 머리에는 깨가 한 되 들어 있다’라는 속설처럼 미각을 돋우는 어종이다. 고 시인은 이러한 속설의 어종인 ‘가을 전어‘를 시적 제재로 하여 진해만의 풍물을 형상화 하고 있다.
이 작품은 우선 1연에서는 장마가 끝나고 은행잎이 노래지는 가을 풍경을 제시하고 있다. 2연에서는 봄철 별미인 도다리쑥국과 가을 전어를 대비하여 진해만의 풍물을 제시한다. 그러다가 3연부터 본격적으로 가을 전어에 대한 풍물이 등장한다. 깨꽃 뜯어 먹고 자라 고소하다는 전어에 대한 비유와 땡추 와 콩된장과 어울어진 식탁을 절제된 언어로 형상화하고 있다. 마지막 4연은 전어냄새라는 후각적 이미지와 고양이 눈이 붉게 타고 수족관이 창밖으로 헤엄쳐 나간다는 공감각적 이미지들을 등장시켜 보다 입체적인 풍경으로 전환시킨다. 이러한 다양한 이미지들로 인하여 이 작품은 단순한 풍물시의 경지를 벗어나 그 나름의 가치를 획득하게 된다.
비록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하여 식당 출입의 자유마저 억압받고 있지만 가을 전어에 얽힌 추억을 가진 독자들에게 이 시는 충분히 치유제가 될 것이다.
산자락에는
세상 누구에게나 말없이 내어준
길이 있습니다
그 길 사이에 모습 없이 건너가는
바람도 있습니다.
생의 한숨이 꽃자리 한
나무와 숲의 그늘 곁으로
자연이 그린 수채화 속의 유유한
강도 흘러내립니다
이 결 고운 것들을
청잣빛 하늘에 재워 두었다
금빛 물결로 풀어내는 세상 속에
올해도 작은 이한 몸 사려
정하게 담그며 두 손 모읍니다
하늘이여
땅이여
물이여
삼라만상 무한한 당신 안에서
부끄럼 없이 호연지기로 살게 하소서
-김정숙「2022년 흑호 해를 맞으며」전문(《문학도시⟫2022.1)
김정숙 시인의 「2022년 혹호의 해를 맞으며」는 경우의 시, 즉 신년을 맞는 일종의 송시이다. 그렇다고 해서 구호성에 가깝지는 않고 자연숭배사상이라고 볼 수 있는 마지막 연을 제외하고는 자연의 순리에 대하여 노래한 자연예찬의 시라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코로나 19라는 유례없는 팬데믹 사태 속에서도 자연의 모습과 변화는 어김없이 때로는 장엄하고 때로는 아름다운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는 진리를 형상화 한 시라고 볼 수 있다.
김 시인이 인식한 자연은 인간을 위협하는 자연은 아니라 인간에게 오랜 세월 동안 삶의 터전을 제공한 자연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자연에 비하여 시적화자 김 시인은 ‘작은 이 몸’이라고 스스로 낮추고 있다. 특히 마지막 연 ‘하늘여여/ 땅이여/ 물이여/삼라만상 무한한 당신 안에서/부끄럼 없이 호연지기로 살게 하소서’에서는 김 시인의 자연 숭배 사상이 극대화 되고 있다. 사실 코로나 19 같은 엄청난 질병은 이러한 자연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간들의 오만한 태도에서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김 시인의 이 시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눈 고드름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꽃눈
흩날리지 못한 하소연으로
춥게 서 있다
푸른 여름에서
갈색 단풍으로
즐거워하다가
흩뿌린 눈놀이에
놀라서 정지해 버린다
일어 움직일 수 없다
꽃눈이 잡고 있다
-김희정 「상고대」전문(《문학도시⟫2022.1)
김희정 시인의 시 「상고대」는 자연이 만들어 준 환상적인 풍경의 하나인 ‘상고대’가 시적 제재가 되어 있다. 늦가을 산에 오르면 나무나 풀에 눈처럼 내린 서리를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을 ‘상고대’라 한다. 눈꽃보다 아름답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김 시인은 이러한 자연의 신비를 시적 제재로 한 것이다. 이 작품 말고도 자연의 신비와 남들이 발견 못하는 미세한 자연의 변화를 시적 제재로 한 작품들이 김 시인에게는 여럿 있다. 말하자면 자연을 관찰하는 예리한 안목을 김 시인은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작품의 특색은 그러한 자연의 신비에 대한 묘사가 아니라 자연에다 인격을 부여하여 정서를 이입시키기보다 자연이 억압받아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함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1연에서 상고대가 흩날리는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춥게 서 있다든지 마지막 연에 정지하여 일어서지도 못한다는 부분이 그것들이다. 이러한 점은 전통적인 자연관은 아니다. 따라서 김 시인 나름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짧게 끝나는 것은 해결해야할 숙제이다.
김 시인은 이러한 순간적인 자연의 변화를 통하여 현실의 고통을 극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문학도시⟫2021년 12월호와 2022년 1월호에서 발견할 수 있는 위안과 치유의 시학은 주로 자연과 유년 시절의 추억을 통해서 형상화 되고 있다. 소수의 시인은 그 나름의 현실 인정을 통한 치유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2022년 새해에는 부디 코로나 19가 종식되어 모든 현실이 정상화되어 보다 밝고 다양한 특색을 가진 시들이 많이 창작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새로 등장할 부산문인협회 집행부의 결단과 노력으로 《문학도시⟫의 재정확보도 순조롭게 되어 2개월씩 묶어 하는 월평도 사라지기를 기대한다. 뿐만 아니라 편집진도 참신한 기획력과 추진력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월간 문예지로 발돋움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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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대
김 희 정
눈 고드름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꽃눈
흩날리지 못한 하소연으로
춥게 서 있다
푸른 여름에서
갈색 단풍으로
즐거워하다가
흩뿌린 눈놀이에
놀라서 정지해 버린다
얼어 움직일 수 없다
꽃눈이 잡고 있다
공생
윤 명 호
작은 거미가 집을 지었다
적절한 거리를 두고
아파트 에어컨 실외기 난간 사이
거미줄 구석에는 껍데기만 남은
날파리 죽음이 널려 있다
하필
작은 거미줄에 걸린 날파리도
한때는 하늘을 날았다
먹이가 사라질 때
거미는 사라질 것이다
제집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날파리를 기다리는 거미
하루를 살고 한여름을 살고
한평생을 살아가지만
지금은 한 공간에서
적절한 거리를 두고 동거 중이다
우리는
죽음으로 공생한다
새해에는 이렇게 살게 하소서
모름지기 거짓 선지자의 입에서 벗어나게 하소서
거미줄에 걸린 작은 나비 하나를 봅니다.
그것이 내 삶의 거미줄이 되지 않게 하소서.
현실에 안주하며 살지 않게 하소서
솥단지에 삶아지는 연한 개구리를 봅니다.
그것이 불행의 시초가 되지 않게 하소서.
어떤 곤란과 역경에도 기도하게 하소서
나를 가두는 형틀로 다가옴을 봅니다.
그것으로부터 자유롭게 하소서.
나는 오직 쓰임 받는 도구라는 것을 명심하여
만드신 이의 뜻에 합당하게 쓰일 수 있도록
언제나 준비된 자로서 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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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희 | 2007년 월간 ≪한울문학≫ 등단. 한국문인협회, 부산문인협회, 금정구문인협회 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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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수제비
윤 영 호
칸칸이 설레게 하는 징검다리
윤 선생께 쓰는 편지
빛바랜 한 장 사진 속
그는 나만 보면 웃는다
우린 단 한 번도 면전 상봉한 적 없는
낯선 인연이지만
구덕포 어스름 밤하늘
별 한 광주리
쏟아 두고 조금은 멀리서
곁눈질한 별의 눈빛
아스라이 멀어지는
긴 그림자 하나
웃고 섰던 당신이었습니까
아직 떠나지 못한 별들
하마터면 잊을 뻔한 당신은
졸고 있는 송정 간이역 지붕을 흔들고
기적을 펄럭이며
소복이 쌓인
별들을 싣고
종점인 내게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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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호 | 2001년 ≪문예운동≫ 등단, 2013년 ≪문장 21≫ 등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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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인연
이 예 린
우리들의 삶 속에서
햇살처럼 포근함을 안겨 주고
누군가의 따스한 관심과 소박한 배려로
마음속에 행복이라는
두 글자가 용솟음치게 하고
아름다운 인연이 내 안의 등불이면 좋겠나이다.
좋은 일을 함께하면 배가 되고
슬픈 일을 함께하면 절반이 된다지요,
둥근 달님처럼 모나지 않고
서로에게 격려와 용기를 북돋아 주는
필요한 인연이면 좋겠나이다.
서로의 눈빛만 보아도
그 마음 읽어지고
저절로 미소가 살포시
향기 품어 나오는
늘 함께하는 친구 같은 인연이면 좋겠나이다.
초록빛 바다처럼
푸르른 하늘처럼
끝없이 광활한 대지처럼
가마솥의 온기와 숭늉의 구수함을 닮은
내 고향같이 가슴 포근해지는
아름다운 인연이었으면 참 좋겠나이다.
나들이
하늘은 파르라니 거울처럼 투명하고
강물은 깊은 속내마저 잔잔하게 일렁인다
바람은 소리 없이 귓가를 스치며
연인의 두 손을 꼬옥 잡게 한다
오랜만의 외출은 두 마음을 들뜨게 하고
흰 구름 꽃구름도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쭉쭉 뻗은 흑송은 잘난 듯이 자태를 뽐내고
반송의 가지들도 우아함을 자랑한다
연인은 어느덧 동심으로 돌아가
풀피리 불며 꽃잎을 떼어 내는
가위바위보 장난에 시간은 흘러가고
콧노래가 절로 나는 정겨운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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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 | 부산 거주. 월간 ≪국보문학≫ 시, 수필 등단(신인상). 사회복지학 박사.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현 주)뉴라이프평생교육원 원장, 명품강사아카데미 단장, 행복가득복지센터 시설장, 사)한국국보문인협회 시 분과 이사. 사)한국자원봉사관리협회 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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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의례Ⅱ
이 재 숙
하늘에붙들린바다에손잡힌땅에물린풀숲에안긴풀벌레소리
빛살에달아드는쉼없는파도소리어우러지는길섶의아침
시속 칠십
벌써
광활한파란눈속에하얀목화꽃두근두근피어나르고
한껏물오른파도는한돋음갯바위에날아오르다
단단한바위를뚫고빠져나가는건문드러진오장육부
선홍빛얼룩무늬자갈수멍의물주름청청淸淸히맞닿은하루
눈을 뜨는
지금,
처음인듯하얗게마지막인듯하얗게와있다새하얀오늘
손발 씻고 여기에로,
그림을 그리고
수채 물맛에 홀린 물빛
낯가림에 빠졌다.
안팎이 녹여 내린 붓 끝에
햇살 가득한
그림을 그리고
나는,
하얀 화지畵紙 위에 흐르는
의도하지 않는
얼룩도
사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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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숙 | 2015년 월간 ≪문학도시≫ 등단. 부산문인협회, 사)부산시인협회, 부산가톨릭문인협회, 남구문인협회 회원. 시집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