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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5.03.31 12:41
<금주의 순우리말>157-해찰
/최상윤
1.갖풀 : 쇠가죽을 끈끈하도록 고아서 만든 접착제.
2.같지다 : 씨름에서 두 사람이 같이 넘어지다.
3.개 : 강이나 내에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 관-갯마을, 개밭, 개흙.
4.날피리 : 급히 쫓길 때 물 위로 뛰어 도망가는 피라미.
5.대자리 : 대오리로 엮어 만든 자리.
6.대접감 : 굵고 납작한 감.
7.말본새 : 말의 됨됨이나 버릇. 같-말본.
8.발그댕댕하다 : 고르지 아니하게 발그스름하다. < 벌그댕댕하다. 센-빨그댕댕하다.
9.살맛 : □남의 살과 서로 맞닿아서 느끼는 감각의 기분. □성행위에서, 상대편의 육체로부터 느끼는 쾌감.
10.암물 : 맑아 보얀 빛을 띤 물,
11.잡을손 : 일을 다잡아 하는 솜씨. 관-잡을손(이) 뜨다.
12.총 : □짚신, 미투리 등의 앞쪽에 박힌 신울. □말의 갈기와 꼬리의 털. 관-총감투, 총대우.
13.퉁방울 : 퉁(품질이 낮은 놋쇠)으로 만든 방울.
14.풀솜할머니 : ‘외할머니’의 곁말. 풀솜이 다른 솜보다 따뜻한 것처럼, 외손자에 대한 정이 친손자보다 따뜻하고 두텁다고 해서 생긴 말.
15.해찰 : □제 일을 버려두고 쓸데없이 딴 짓을 하는 짓. □마음에 썩 내키지 아니하여 물건을 부질없이 이것저것 집적거려 해침. 또는 그런 행동. ~부리다.
◇나의 외가는 낙동강이 눈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시골 집성촌(集姓村) 마을이다.
중고교 시절 나는 여름방학 때마다 연례행사처럼 외가를 찾았다. 외삼촌 외사촌은 당연지사요, 심지어 외가 십촌 이내의 아저씨, 아지매, 형, 동생 들까지 마을 어귀에서부터 인사하기 바쁘다. <철도댁>(부친께서 철도공무원이어서 어머님의 별칭) 아들이 왔다는 입소문이 작은 마을에 삽시간에 번졌다.
다음 날부터 내 나이 또래 아래 위의 외사촌, 외 육촌들이 각자 ‘잡을손’을 끝내고 나와 함께 하기 위해 한둘 친구처럼 모여들었다.
그래서 논밭 길을 따라 흐르는 ‘암물’ 도랑에서 그물망으로 붕어, 미꾸라지, ‘날피리’를 잡으면서 좋아들했다. 나의 방문 입소문에 ‘해찰’만 하다가 다음날 합세한 사오명은 ‘개’는 아니지만 강에서 헤엄을 즐기거나 <물치기>, 또는 강가 모래사장에서 씨름도 했다. 승패 없이
‘같지’면 모두가 열광이었다.
그리고 후출한 배를 달래기 위해 ‘대자리’를 깔아놓은 강변 원두막에서 아직 완전히 익지 않은 ‘발그댕댕한’ 도마도, 수박, 참외 등이 왜 그리 맛있던지.
겨울방학 땐 외갓집 사촌 육촌들의 형과 아우들이 따뜻한 온돌방에서 왁자지껄 쾌재를 부르짖으며 놀았던 윷놀이며, 한밤에 출출한 배를 채워 준 ‘대접감’이며 삶은 통닭은 ‘풀솜할머니’ 사랑보다, 따뜻한 온돌방보다 더 짙은 외숙모님의 정분을 잊을 수 없다.
그때부터 70여 년이 지난 지금, <둔석>도 저승문을 앞두고 있지만 외가의 훈훈했던 집성촌은 냉랭한 도시화로 그 존재성이 사라졌다. 외삼촌, 외숙모는 명계(冥界)로. 외사촌 형은 불귀객으로, 외사촌 누이를 포함 네 자매는 미국 이민, 외 육촌 작은형은 서울로 각각 흩어져 지금은 생사도 알 수 없다.
이제 남은 것은 <둔석>의 기억 속에 사진 같은 그때의 추억뿐... .
<문학평론가/ 동아대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