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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5.03.25 12:41
봄, 그리고 꽃의 노래 /김종해
(하얀목련)
초봄의 허전한 3월이 오면
우리 아파트 담장가에 하얀 꽃이 핍니다
화장도 하지 않고 맨 얼굴로 왔지만 이쁩니다
순백이어도 화려하지 않습니다
정답게 얘기를 하고 싶어도
속마음을 함부러 보여 주지도
않습니다
하얀 목련입니다
착한 내 누이를 닮은 꽃입니다
열흘 그 짦은 만남,
또 내년 이맘때를 기다려야 합니까
(2023.3,목련꽃과의 대화)
3월의 초봄, 겨우내 움츠렸던 나의 마음도 함께 움트기 시작합니다. 겨울의 추위 속에서 나를 괴롭히던 차가운 바람과 궂은 날씨는 이제 점차 물러가고, 따스한 햇살이 내 어깨를 감싸 안습니다. 이런 봄의 시작은 언제나 내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 옵니다. 내가 살고 있는아파트 담장가에 피어나는 하얀 목련을 보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뭔가가 흘러나오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목련은 화려하지 않지만, 그 자체로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습니다. 화장도 하지 않고 맨 얼굴로 나를 반기는 이 꽃은, 마치 나의 누이를 닮은 듯한 순수함이 느껴집니다. 그 하얀 꽃잎은 겨울의 끝자락에서 피어난 생명력의 상징이며, 한 해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과도 같습니다. 그 모습은 나에게 따뜻한 위로를 주고, 잊고 지냈던 감정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때론 잔인합니다. 세상일에 지치고, 겨울의 추위에 시달리며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마음의 허기를 달래려 합니다. 술과 고기를 많이 먹으며 일시적인 망각에 빠져들기도 하지만, 그런 것들이 진정한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럴수록 더욱 목련의 순백한 아름다움이 그리워집니다. 화려함이 아닌, 소박함에서 오는 우아함이 나에게는 더 큰 감동을 줍니다.
목련의 열흘, 짧은 만남은 늘 아쉽습니다. 그러나 내년 이맘때 다시 만날 것을 기다리는 마음은 그 아쉬움을 조금 덜어줍니다. 그 짧은 순간이기에 더욱 간절하고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과의 짧은 만남처럼, 그리움이 쌓이고 쌓여 내 마음속에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꽃도 눈으로만 감상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목련, 개나리, 매화, 진달래, 산수유, 그리고 벚꽃은 잎도 나오기전에 꽃잎부터 피어내는 꽃들입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애잔하고 애틋한 마음이 들게 합니다.그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꽃이 없습니다. 각각의 꽃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며, 그 이야기들은 나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 이 봄, 그 꽃들이 피어나는 모습을 보며 나는 다시 한번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낍니다.
봄은 단지 계절의 변화가 아닙니다. 그것은 생명과 희망,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의미합니다. 하얀 목련이 나에게 전해주는 메시지는 바로 그와 같습니다. 우리는 늘 바쁘고 지치지만, 잠시 멈추어 서서 이 아름다움을 음미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다시 한 번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됩니다.
결국, 봄의 꽃들은 우리에게 소중한 기억을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우리가 이겨내야 할 겨울을 견디게 해주는 힘이 됩니다. 목련의 순백한 꽃잎처럼, 우리의 마음도 때로는 순수하고 소박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렇게 매년 이맘때, 다시 만날 목련을 기다리며, 나는 오늘도 봄을 음미합니다.
(2025.3.24,은산 김종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