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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5.03.24 12:53 수정일 : 2025.03.24 11:50
<부산문학관 건립>에 관하여
/신종석
먼저 부산시에서 늦게나마 부산문학관을 계획한다는 희소식에 기립박수와 찬사를 보냅니다.
매일 한글로 글을 쓰고 문학을 즐기는 사람으로 노파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몇 년 전 부산시에서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 더니“영어상용화도시” 정책을 밯표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글로 매일 글을 쓰는 사람들이 모여 부산시청사 앞에서, 영어상용화도시 철회 집회에 필자가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집회가 끝나고 필자와 대표 세 명이 부산시장 면담을 요청했으나, 부산시장은 만날 수가 없었고 대신 국장을 만났습니다.
벽창호 같은 부산시 모 국장은 영어상용화도시 당위성만 설명하며, 일절 우리의 이야기는 들어줄 준비가 안 되어있었습니다. 오히려 필자를 국제화에 뒤떨어진 구시대 사람으로 취급했습니다.
국장실을 나오면서 필자는 화도 나고 답답해서 국장에게 엉뚱한 건의 하나를 했습니다.
지금 부산시에서 실시하고 있는 지역 화폐 ”동백전“이 조선말 대원군이 추진한 ”당백전“과 어감이나 발음이 비슷해 듣기 안 좋고, 동백전이 이상하게 필자의 귀에는 자꾸 ”당백전“으로 들린다고?
국장은 동백꽃은 부산을 상징한다며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저는 굳이 동백을 넣고 싶으면 동백카드로 하자고 다시 제안한 적이 있습니다.
필자가 사는 해운대의 센텀시티 · 마린시티 · 그린시티 지명을 재고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해운대 신도시의 신시는 환웅이 한반도에 처음 나라를 세우고 붙인 지명과 같아 좋은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해운대 백사장에는 HAEUNDAE라고 영문만 있고 한글은 아예 없습니다.
“Busan is good”
K문화를 타고 요즘 외국인들에게 한글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오직 부산시 공직자들만 외국어를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아직 공직자들에게 구시대 사대주의 근성이 남아있는 것 아닙니까?
차라리 50년 전 “위대한 부산” 이란 슬로건보다 못한, “Busan is good”. “Busan First”가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부산이 세계박람회 유치에 실패하고 창피를 당했는지를 부산시 공직자들만 아직 모르는 것 같습니다.
히말라야 해발 5천 미터 산골 오지에도 이정표나 안내문마다 자국어(산스크리트어)를 먼저 쓰고 영문을 함께 표기해 놓았습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30년 전 한 말이 자꾸 생각납니다. “우리나라의 정치는 4류, 공직자는 3류, 기업은 2류.” 여기에 필자가 하나 더 붙이면, 반성하고 도약한 삼성은 세계 일류가 되었고, 국민은 단군 이래 일류였습니다.
모처럼 부산시에서 뜻있는 부산문학관을 계획한다고 하는데 왠지 걱정부터 앞섭니다.
문학관하면 뭐니 뭐니 해도 접근성 아닙니까? 접근성! 갈수록 학생이 줄어 부산 도심에 올해 기준 폐교가 48개라고 합니다. 부산시 · 교육청 · 지자체가 폐교를 이용하면 접근성은 쉽게 해결된다고 봅니다. 문학관을 무슨 오페라하우스나 영화의 전당 모양 외관만 화려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내용입니다. 도심 폐교를 이용하여 이왕에 하는 거, 10년 장기 계획으로 각 구에 하나 식, 내용만 알차면 가성비 있는 예산으로 선진화된 세계적인 문학관이 될 수 있습니다.
미래 AI시대 가장 한국적이고 가장 부산다운 부산문학관을 일류 부산 시민은 분명 원할 것입니다.
처음 입안부터 글을 쓰는 사람, 문학을 즐기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에게 맡기고 시에서는 관리 감독과 예산지원만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남는 돈으로 부디 기존 사설문학관 지원도 좀 해주세요.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