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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명태 신종석
작성일 : 2025.03.19 10:43 작성자 : 김하기
백두대간 인문기행 동해 명태
검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
줄지어 떼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대로 컸을 때
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
꼬리치며 춤추며 밀려 다니다가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
살기 좋다는 원산 구경이나 한 후
에집트의 왕처럼 미이라가 됐을 때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쇠주를 마실 때 카~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짝짝 짖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 허허허
명태 허허허 명태라고 음 허허허허 쯔쯔쯔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양명문>
혼술로 양명문의 명태를 안주 삼으니, 소설가 채만식이 질세라 글을 받는다.
명천明川 태가太哥가 비로소 잡아 팔았대서 왈 명태明太요, 본명은 북어北魚요, 혹 입이 험한 사람은 원산元山말뚝이라고도 칭한다.
수구장신, 피골이 상접, 한 3년 벽곡이라도 하고 온 친구의 형용이다.
배를 타고 내장을 싹싹 긁어내어 싸리로 목줄띠를 꿰어 쇳소리가 나도록 바싹 말랐다. 눈을 모조리 빼었다. 천하에 이에서 더한 악형도 있을까. 모름지기 명태 신세는 되지 말 일이다.
조선 13도 방방곡곡 명태 없는 곳이 없다. 아무리 궁벽한 산골이라도 구멍가게를 들여다보면 팔다 남은 한두 쾌는 하다못해 몇 마리라도 퀴퀴한 먼지와 더불어 한구석에 놓여 있다. - 채만식-
백두대간 함경도와 동해를 끼고 있는 한반도와 일본 서해안 지방에서 명태간으로 기름을 짜서 등불을 밝혔다 하여, '밝게 해주는 물고기'라는 뜻으로 명태라고 불렀다. 일설에는 영양 부족으로 눈이 잘 보이지 않는 함경도 삼수갑산 농민들 사이에서 명태간을 먹으면 눈이 밝아진다는 말이 돌아 명태라고 불렸다고도 한다.
이유원(李裕元, 1814~1888)의 임하필기(林下筆記, 1871)에는,
함경북도 명천明川에 사는 어부 중에 태씨太氏성을 가진 자가 있었다. 어느 날 낚시로 물고기 한 마리를 낚아서 고을 관청의 주방 일을 보는 아전으로 하여금 도백에게 드리게 하였는데, 도백이 이를 매우 맛있게 여겨 물고기의 이름을 물었으나 아무도 알지 못하고 단지 “태 어부가 잡은 것이다.”라고만 대답하였다. 이에 도백이 말하기를, “명천의 태씨가 잡았으니, 명태라고 이름을 붙이면 좋겠다.”고 하였다. 이로부터 이 물고기가 해마다 수천 석씩 잡혀 팔도에 두루 퍼지게 되었는데, 북어北魚라고 불렀다. 노봉老峯 민정중이 말하기를, “300년 뒤에는 이 고기가 지금보다 귀해질 것이다.”하였는데, 이제 그 말이 들어맞은 셈이다.
내가 원산元山을 지나다가 이 물고기가 쌓여 있는 것을 보았는데, 마치 오강五江에 쌓인 땔나무처럼 많아서 그 수효를 헤아릴 수 없었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
백두대간 동해의 물고기 중 별명이 수십 가지나 되는 명태는 북방에서 잡힌다는 뜻의 북어와 명태 새끼를 뜻하는 노가리, 코다리 외에도 별칭을 대충 주워 모아도 50개가 넘는다. 동해의 물고기 가운데 가장 친숙하고 별칭이 많은 물고기라 할 수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명태가 '무태어無泰魚'로 기록되어 있고, 난호어목지에서는 명태를 '명태어'라 하며 생것을 명태, 말린 것을 북어라 한다고 하였다.
그럼, 명태의 다른 이름을 한번 찾아보자, 생태生太는 말리지도 않고 얼리지도 않은 것을 말한다. 북어는 내장을 꺼내고 말린 것을 말하고, 코다리는 반쯤 말린 것이며. 동태는 주로 겨울에 잡아 얼린 것이다. 황태는 명태를 잡아서 얼리고 말리는 것을 반복해서 3개월 이상 눈과 바람을 맞으면서 자연스럽게 건조한 것이며, 황태를 만드는 곳을 덕장이라 부른다. 노가리는 어린 놈을 말린 것인데, 통상 이야기를 잘 하거나 거짓말이 입에 붙은 사람을 "노가리 깐다"고 말한다. 이것은 명태가 낳는 알의 개수가 어마어마하다는 데서 나왔다.
이외에도 방언이나 다른 별칭도 수없이 많다. 파태· 흑태· 먹태· 무두태· 짝태· 깡태· 백태· 골태· 봉태· 애태· 왜태, 난태· 낚시태· 망태· 막물태· 일태, 이태, 삼태... 십이태· 추태· 춘태· 원양태· 간태· 조또마태.
잡는 방법에 따라 그물로 잡은 것은 망태網太, 낚시로 잡은 것은 조태釣太라 부른다. 잡힌 지방에 따라 북방 바다에서 잡힌 것을 북어北魚 , 강원도 연안에서 잡힌 것을 강태江太, 함경도 연안에서 잡힌 작은 것을 왜태倭太라고 한다. 함경남도에서 섣달에 잡힌 것은 섣달받이, 동지 전후에 잡힌 것은 동지받이라고도 한다.
이렇게 별명이 많은 것은 우리와 제일 친숙하다 뜻도 있지만 흔하고 사랑받는다는 것이 아닌가?
백두대간 황태란 ‘살이 노랗게 마른 명태’를 말한다. 노랑태라고도 한다. 앞에서 밝혔듯이 원래 황태는 함경도 원산의 특산물이었다. 겨울이면 원산 앞바다에서 명태가 많이 잡혔고, 강원도 동해에서도 많이 잡혔다. 명태가 많이 잡히는 지역에서는 한겨울에 밖에서 말렸다. 이렇게 말린 명태를 북어라 한다.
밤이면 영하 20도 아래의 추운 날씨에 꽁꽁 얼었다가, 낮에는 햇볕을 받으니 살짝 녹으면서 물기를 증발시켜 독특한 북어가 만들어진다. 6·25 동란 이후 남으로 내려온 원산 사람들이 백두대간 내설악에서 이 북어를 말려 황태로 만들었다.
백두대간 내설악 수렴동 계곡을 타고 내려오면 백 개의 담을 지나 백담사가 있고 진부령과 미시령이 갈라지는 삼거리에 용대리란 마을이 있다. 깊은 설악의 골을 끼고 있는 마을이라 겨울이면 혹한에 휩싸여 사람이 살기가 여간 힘든 곳이 아니다. 하지만 용대리 마을은 명태를 최고의 황태로 만들어 놓은 곳이다.
겨우내 영하 15도 이하의 날이 계속되며,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겨울 날씨인 삼한사온이 반복되는 게 가장 좋다. 밤낮으로 녹았다 얼기를 반복하며 말라야 제맛을 낸다. 백두대간 용대리 사람들은 황태 말리는 일을 하늘과 사람이 7대3으로 하는 동업이라고 말한다. 이것이야말로 필자가 늘 말하는 접화군생接化群生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덕장에 매달려 겨울을 지내고 날이 풀리는 3월쯤 되면 황금빛 황태가 된다. 3월 중순이면 제대로 마른 황태를 골라서 싸리나무에 한 두름인 20마리씩 꿰는 작업을 하는데 이를 ‘관태’라 부른다.
백두대간 동해의 명태는 어느 한 부분 버릴 때가 없는 용왕님이 주신 우리나라 생선이다. 살로는 국이나 찌개를 끓이고, 내장으로는 창난젓을, 대가리는 귀세미젓(아가미젓)을, 알은 명란젓을 담근다. 명태 눈에는 젤라틴이 많아 시력을 보호해 주고 피부에도 좋다. 명태를 반쯤 말린 코다리는 빈부귀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최고의 별미다.
명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흔하고 손쉽게 사용하는 액막이다. 신장개업한 가게에서는 고사가 끝나면 제물로 올린 북어를 실타래에 매달아 문 위에 걸어둔다. 명태는 밝고 큰 눈과 쫙 벌어진 큰 입을 가져, 가게로 들어오는 나쁜 귀신을 잡고 막는다고 믿었다.
집을 지을 때 제일 중요한 통과의례인 상량식에서 명태를 실타래에 묶어 올린다. 묏자리를 잡은 후 가묘를 할 때에도 북어를 묻는 풍습이 있다. 전염병이 돌 때는 북어 세 마리를 삼줄로 일곱 번 묶어 상갓집의 추녀 밑에 묻었다고도 한다.
해마다 새 차를 새 신 바꾸듯 하는 NG 세대 젊은이들도, 새 차를 뽑으면 제일 먼저 명태에 실타래를 감아 안전 운전 고사를 지내고 차 안에 명태를 보관해 둔다. 다만 진짜 명태보다 만든 플라스틱 명태를 이용하니, 액막이의 진실은 변함이 없다.
요즘 신혼부부 사이에 풍수 인테리어로 인기 있는 것이 액막이 명태다. 플라스틱이나 고무로 만든 명태에 땋은 명주실을 감아 현관에 걸어둔다. 이때 중요한 것은 명태 머리는 방안으로 꼬리는 바깥쪽으로 향한다. 믿거나 말거나, 나쁜 기운은 꼬리를 통해 나가고 좋은 기운은 명태 머리를 통해 집으로 들어오라는 의미다.
명태와 실은 액막이 목적도 있지만 영원히 변치 않는 안녕을 바라는 마음이 예나 지금이나 담겨 백두대간을 타고 오르내리며 우리를 지켜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