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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지월의 만주 시행> 40.김일량 시인을 생각함

작성일 : 2022.12.22 12:41

 

김일량시인을 생각함

/서지월

 

호랑이가 딤배는 어디서 구했는지

껌뻑껌뻑 하며 담배 피우던 시절

그 전은 아니고 그 후인데

한국으로 말하면 여관 보다 못한

숙박업소 여인숙이 있었지

가장 값이 싼 여인숙 말이네

아마 그런 데서 잔 거 같애

두만강 너머 북간도 연길엔

아직 그런 여인숙 같은 데가 있지

그래도 나는 80위안짜리

연꽃여관에 투숙했는데

백두산 가는 길목, 안도의 시골에서

농사 지으며 산다는 김일량시인

연변의 노벨문학상이라 불리우는

연변지용문학상을 받으러

연길 왔다가 30위안짜리 여인숙 잡아

잤다니까 내 마음 찡했네

그래도 나는 500위안 하는

백산호텔 같은 데는 아니지만

80위안짜리 연꽃여관에서 잤는데

한국에서 지인들과 같이 연길 오면

'선생님 위품을 봐서도 좋은 호텔에 묶어셔야지'

라 했지만, 내 편한게 좋다네

북간도에 폼 재러 온 것도 아니고

일제식민지 치하 암울했던

한민족 역사의 현장 둘러보러 왔건만

무에 더 바랄게 있으랴

시인이란 김일량처럼

살 수밖에 없음에 경의를 표하노라

시 잘 쓰면 되는 거지 뭐

안 그런가?

(2022. 12. 21일 밤 0204분에 씀)

 

<시작 노트>

*_말로만 듣던 조선족 김일량시인을 만났다. 연길역 앞 시외버스터미날이었는데 연길에서 여러 소도시로 가는 시외버스가 출발하는 곳으로, 전날 연변지용문학상 시상식에 나도 참여한 바 있었는데 수상자인 김일량시인을 시상식 끝나고 담소도 나누려 했었는데 나중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때 보았더라면 함께 밤을 보냈을 것인데 이튿날 시외버스터미날에서 만날 줄이야.

나는 도문행이며 그는 고향집으로 가는 안도행이었다.

어디서 잤느냐고 물어보니 내 숙소 연꽃여관 맞은 편 여인숙에서 잤다는 것이다. 그 여인숙은 30위안이었고 내 숙소 연꽃여관은 80위안이니 말이다.

시골에서 어렵게 살면서 시를 쓴다는 조선족! 이런 시인에게 애정이 가는 것을 어쩌랴.

 

>>사진:조선족 박수산 김일량시인과 함께한 한국 서지월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