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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2.12.12 10:53 수정일 : 2022.12.12 10:56
금주의 순우리말<63>-패리하다
/최상윤
1.단근질 : 쇠를 불에 달구어 몸을 지지는 형벌.
2.마파람 :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 같-남풍南風, 맞바람, 앞바람. 말밑은 ‘마 +ㅎ+바람’. ▷‘마ㅎ’은 ‘장마’를 뜻하는 옛말인데, 소리가 비슷해서 ‘맞바람, 맞파람’(마주한 바람)으로도 뒤바뀌어 쓰였다.
3.바질하다* : 인색하다.
4.사슬돈 : (끈에 꿰지 아니한 흩어진 쇠붙이 돈이란 뜻으로) ‘잔돈’을 달리 일컫는 말. 또는, ‘싸지 않은 쇠붙이 돈’을 일컫기도 함.
5.안받다 : 부모가 뒷날에 자식으로부터 안갚음을 받다. 어미 까마귀가 그 새끼에게서 먹이를 받는 데서 유래. 이름씨 꼴-안받음.
6.자분치 : 귀 앞에 난 잔머리카락.
7.책가위 : 책의 겉장이 헐지 않도록 덧씌우는 종이, 헝겊, 비닐, 가죽 따위. 같-책가의.
8.콧벽쟁이 : 콧구멍이 너무 좁아서 숨을 잘 쉬지 못하는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
9.턱찌꺼기 : 먹다 남은 음식. 같-턱찌끼.
10.패리하다 : 이치나 도리에 어그러져 있다.
11.눈홀레하다* : 눈요기로, 어떤 상대와 교접하는 일을 상상하다.
◊자식 놈들이 모두 성장해서 제 앞길을 개척할 나이가 되었다. 해마다 찾아오는 부모의 생신날은 ‘패리하지’ 않고 서울과 미국에 있는 첫째와 셋째는 전화와 용돈을, 부산에 있는 둘째와 막내 놈은 생일상은 물론 용돈까지 백발에 ‘자분치’까지 하얀 나의 손에 ‘바질하지’ 않게 봉투에 넣어 쥐어 준다. 이 모든 ‘안받음’이 지난 주말에 이어졌다.
그런데 60여 년 전, 보릿고개를 겪었던 우리 젊은 세대 때에는 <생일문화>란 것이 없었다. 생일 날짜도 기억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다. 어쩌다 기억해도 ‘턱찌꺼기’라도 세끼 찾아 먹을 수 있었다면 행운이었다. <입맛이 있니, 없니>란 소리는 배부른 소리. 그 당시 우리들은 무엇이던 다 맛있게 먹었다. 그래서 그 후유증인지 몰라도 팔질八耋에 들어선 지금에도 <나는 못 먹는 게 두 가지 뿐>이라고 팅팅거리고 있다. <하나는 없어서 못 먹고, 또 하나는 안 줘서 못 먹는다>고.
내가 제대를 하고 타 대학으로 전입학한 그 해, 입주 <알바>를 미처 구하지 못했을 때였다. ‘사슬돈’도 없어 점심도 굶었기에 저녁 한 끼 호구책이 걱정되었다. 궁리 끝에 초임 교사를 발령받아 하숙하고 있는 대학 입학동기요, 동갑내기 절친을 찾아가 저녁 한 끼를 해결하기로 작정하고 그의 하숙집을 찾아갔다. 그런데 기다리던 저녁상이 너무나 거나하게 차려 들어왔다. 나는 깜짝 놀라 첫술을 들면서 물었다.
<야 일마, 니 이집 주인 딸에게 발목 잡힌 거 아이가?> <아이다, 오늘 내 생일이라서... .> <뭐라고, 니 생일이라고?> <그래, 오늘 내 생일이다.> <니 생일이 언젠데?> <동짓달 초사흘.> <양력은?> <◯◯월 ◯일.> 무척 귀에 익은 날짜였다. <어! 그러면 나도 오늘 내 생일인데... .> <일마야, 니 생일 도 모르고 돌아다니나!?>
이 질문에 나는 진수성찬을 앞에 두고 ‘콧벽쟁이’가 되어 입맛도 싸늘히 가버렸다. 아마 지금까지 삶을 살아오면서 음식을 앞에 두고 입맛이 가기는 처음이었다.
생년, 월, 일이 똑 같은 친구. 나는 오늘 내 생일을 맞아 이 글을 쓰면서 이미 불귀객이 된 벗이요, 시인이요, 교수였던 그와의 추억들을 눈과 가슴에 아련히 담아 본다.
<문학평론가/ 동아대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