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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현의 책상과 밥상 사이

<책상과 밥상 사이 > 84.지역소멸과 지방대학

작성일 : 2022.12.09 11:35

 

 

지역소멸과 지방대학

/윤일현

 

 

이번 주에(9) 2023학년도 수능성적이 발표된다. 수시 절차가 마무리되면 수험생들은 정시지원을 위해 치열한 눈치작전에 돌입한다. 수험생 못지않게 긴장하는 곳이 있다. 지방대학 입학처다. 2021학년도를 기점으로 대학 신입생모집 정원이 대학 입학 가능 인원을 능가하는 데드 크로스(dead cross)’가 발생했다. 대학알리미 공시 자료에 따르면 2022학년도 전국 4년제 대학의 신입생 충원율은 94.5%. 미충원 인원의 절대다수를 지방대가 차지하고 있다. 모집 정원의 절반을 못 채운 대학도 10곳이 넘는다. 지방대학은 신입생 모집도 힘들지만 입학한 학생을 붙잡아 두기도 어렵다. 지난 10월 국민의힘 이태규 의원이 교육부 자료를 분석한 내용을 보면 경북대, 부산대를 포함한 지역거점국립대 9곳의 지난해 자퇴생은 6366명으로 20163930명보다 62% 증가했다. 신입생 대비 자퇴생 비율도 201610.6%에서 2021년에는 17.8로 높아졌다. 20%가 넘는 곳도 있다. 입학 후 자퇴하는 학생 대부분은 의약계열과 취업 유망학과, 수도권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학교를 그만둔다. 지방 사립대학은 숨이 막힌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을 닫는다는 말이 현실화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에서 지방대 육성에 5년간 58417억 원을 투자했고 매년 예산을 늘렸다. 그런데도 지방대의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재정 지원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말이다. 학령인구는 감소하는데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해 있으니 백약이 무효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다. 기업의 맞춤형 계약학과를 지방대학에 분산 개설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다양한 계약학과를 지방대학에 두면 신입생 모집과 이탈 방지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또한 지역 업체와 산학 협력을 통해 졸업생이 취직할 수 있게 지역 밀착 맞춤식 교육으로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정책이 다소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안 된다.

 

많은 사람이 대학의 존폐는 가장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대한민국 자체가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CNN이 최근 한국은 2천억 달러(260조 원)를 투입했지만, 아이를 가지게 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는 한국에서 베이비페어 시즌이 돌아왔지만, 그 산업은 축소되고 있으며 고객도 줄고 있다라고 했다. 역대 정부의 엄청난 자금 투입에도 한국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었다. CNN은 한국의 지난 3분기 합계출산율은 0.79명으로 세계 최저 출산율 기록을 경신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안정적인 인구 유지에 필요한 2.1명보다 훨씬 낮고 출산율이 떨어진 미국(1.6)이나 일본(1.3)보다 더 낮다. 이미 연금 체제, 노동 인력 공급 등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CNN은 높은 부동산 가격, 교육비, 더 큰 경제적 불안 때문에 젊은이들이 가정을 갖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지방대학은 정말 어렵다. ·이과 통합 수능의 영향으로 상위권 수험생 대부분이 자연계에 쏠려있다. 그런데도 대학 정원은 아직도 문과 쪽이 더 많다. 지방 인문 사회계열은 지원 학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 과감한 정원 조정이 필요하다. 사범대도 취업난이 심각하다. 지역 젊은이들이 지역을 떠나면 대학은 심각한 재정난을 겪게 된다. 지역에 젊은 인재가 없으면 기업도 사람을 구할 수 없으니 사람이 많은 곳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지방대는 지역 경제의 핵심 축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방대는 지역 발전을 위한 지적 인프라의 전진 기지이면서 동시에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소비 주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무조건 경쟁 논리를 적용해 승자독식 구조를 합리화하며 현 상황을 방치한다면 국가균형발전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지역 대학도 특화된 교육프로그램으로 수도권 대학과 당당하게 맞서며 지역 인재 유출을 막아야 한다. 지역 대학은 신입생 모집 입학 요강부터 바꾸어 보길 권한다. 전형 요강과 함께 학과 소개, 졸업 후 진로 등을 친절하게 설명하는 자료집을 만들 필요가 있다. 지방대학의 소멸은 지역소멸과 직결되기 때문에 정부, 지자체, 지역민 모두가 위기를 공감하며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정부의 확실한 지원과 지방대학들의 구체적인 자구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