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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문학의 어제와 오늘<부문3-1> 부산과 가족 사랑, 그리고 여행의 진지한 즐거움 -공기화 교수의 제2수필집 『뒷 모습을 그리다』의 작품 세계

작성일 : 2025.03.02 09:17 수정일 : 2025.03.02 09:20

<부문3-1>

 

부산과 가족 사랑, 그리고 여행의 진지한 즐거움

-공기화 교수의 제2수필집 뒷 모습을 그리다의 작품 세계

/양왕용

 

<1>

 

공기화 교수의 글쓰기는 몇 해 전 작고하신 부산내과 원장이던 박영희 장로님의 주도로 1988년부터 20년이 넘도록 지속된 기독교 문화운동 단체인 <부산기독교문화회>에서 함께 활동하면서부터이다. 필자의 기억으로 창립 멤버는 아니었지만 1991년부터 부산기독교문화회의 회보와 연간지에 부지런히 칼럼과 수필을 발표하였다. 그의 전공은 잘 알다시피 체육교육이다. 명문 경남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대학교 사범대 체육교육과를 나온 후 서울서 잠시 중등교사를 하면서 서울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후 고향 부산으로 내려와 지금은 부경대학교와 통합된 부산공업대학에서 잠시 가르치다가 부산교육대학교로 옮겨 몇 해 전 정년퇴임한 유능한 체육학 교수이다. 그런데 그의 수필은 전공에 관련된 것보다, 그가 어린 시절부터 살아온 추억과 부산의 풍물, 그리고 교회와 신앙에 관련된 것들이 많았다. 뿐만 아니라 그 문체가 인문학 관련 교수보다 세련되어 수필가로 나설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

 

<2>

 

공기화 교수는 결국 이러한 글 쓰기에서 한 걸음 나아가 2001년 문단에 데뷔하여 본격적 수필가로 활동하게 되었다. 2003년에는 제1수필집 푸른 언덕이 있는 남촌을 상재하였다. 물론 그 수필집을 필자는 읽었다. 그 수필집을 읽으면서 공 교수의 관심사와 대대로 살아온 부산을 사랑하는 진솔한 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그의 유년시절 속의 부산 그것도 그의 고향인 대연동을 중심으로 한 유년시절의 추억담은 단순한 추억담이 아니라 부산 현대사를 보는 것 같았다.

그는 교육대를 정년하고 나서는 부산기독교사연구회에 참여하고 지역의 역사와 유적에 관심이 많아 직접 답사하고 유적을 발굴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관심으로 그는 지난 423일 부산시 남구가 제정한 제20회 자랑스러운 구민상 애향부문을 수상하였다. 지역에 대한 그의 관심은 사실 이번의 수필집에는 제5<길을 따라, 시간을 찾아>에 마지막으로 편집되어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 부분을 가장 흥미롭게 읽었으며 제1수필집에서도 이러한 부분이 가장 흥미롭고 가치 있는 글들이라 생각하였다. 1수필집 제목 <푸른 언덕이 있는 남촌> 역시 그의 고향 대연동, 그것도 큰 못이 있고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면서 살았던 그의 유년시절의 못골이었다고 생각된다. 우리 주변의 문인들 가운데는 부산을 고향으로 한 사람들이 많지 않다. 특히 공 교수처럼 여러 대를 부산에 정착하여 산 사람들이 많지 않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 이주한 경우가 많고 필자처럼 청년이 되어 부산으로 직장을 구하여 온 사람들이 많다. 물론 필자도 1969년부터 부산에 살았기 때문에 40년이 넘었고 우리 아들들에게는 태어난 곳이기도 하여 제2의 고향이 되었지만 1969년 이전의 부산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한다. 필자 개인적인 부산 체험은 고등학교 3학년 때인 1962516 직후 대학입학을 위한 국가고시 시험장이자 경남도청 소재지 부산이었지만 그 이전의 모습은 전혀 알 수 없다.

공 교수의 작품들에서는 제5부에 수록된 글 말고도 어린 시절의 추억담이나 소년 시절의 글들에서도 부산의 50년대 풍경과 전쟁기 이후의 모습이 보여지고 있다. 솔롱고스의 아이, 도둑 공부,유리성의 소녀, 진달래를 꺽은 뜻은」 「교회 옆집 아이등은 그의 유년기와 소년기의 추억이 제재가 된 작품들이다. 물론 여기에는 어린 시절의 여자 친구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이 들어 있지만 필자는 그것보다 그 시절의 부산 풍경과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에 더 감동하였다. 말하자면 공 교수의 어린 시절을 대리체험함으로써 부산의 50년대와 60년대 초반기의 풍경과 풍물을 구체적으로 본 것이다.

이상과 같이 공 교수의 수필의 첫 번 째 원동력을 그의 유년기의 추억을 받쳐주고 있는 부산과 남구, 그리고 여러 대에 걸쳐 살고 아직도 떠나지 않고 있는 대연동 사랑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사랑을 실천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작품이 제 5부에 실려 있는 장로가 기생 무덤을 찾다이다. 지금 이기대 바랫길에 가면 안내판으로 쓰여 있지만 그 두 기생의 무덤까지 발견하게 된 장본인이 바로 공 기화 장로 즉, 공 교수이다.

다음으로 공 교수의 수필에 자주 등장하는 제재가 그의 가족 이야기이다. 그 가운데 가장 구체적으로 가족사가 들어 있는 작품이 정낭개네 집이다. 그의 부유하지는 못했지만 유인으로서의 기품 있는 가풍과 형제와 자매들의 출생과정 등을 진솔하게 표현하여 놓았다. 그 가운데 공군장성으로 이름을 떨친 그의 큰 형님 이야기는 이미 전에 공 교수로부터 직접 들은 적이 있었지만 흥미롭다. 그리고 이 작품 속에는 공 교수의 막내 컴푸렉스가 보여지고 있기에 더욱 감동적이다. 가을 편지에서는 하늘나라에 계신 어머님과 최근에 돌아가신 큰 형님에 대한 그리움도 부분적으로 나타나 있다. 여든 살을 바라보는 큰 누나의 건강도 염려하는 부분에서는 공 교수의 가족애가 부럽기도 하다. 강물에 띄워 보낸 노래는 그의 신앙의 깊이가 충분히 보여진다. 그러면서도 할머니의 선행과 그것을 이어받은 큰 형님의 만년의 이웃 사랑, 그로 인한 형수님의 이웃으로부터의 보은에 대한 해석을 인생론적이면서 성경 인용을 통하여 하고 있다.

가족 사랑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은 접시꽃 당신이다. 이 작품의 제목은 유명한 시인의 작품이자 시집 제목에서 따온 것이지만, 그의 일상의 체험과 아내의 체험을 결합시켜 그의 아내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말하자면 수필의 기교면에서 가장 성공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아마 이 작품을 읽은 공 교수의 사모님은 무한한 행복을 느꼈을 것이다.

공 교수의 이번 수필집 가운데 여행기도 여러 편 들어 있다. 2부의 작품들이 그것이다. 그런데 그것들이 한결같이 진지하다. 보통 여행기의 경우 여행의 즐거움과 새로운 풍물에 대한 호기심 등이 주제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공 교수의 경우는 그렇지가 않다. 필자는 그 특징을 진지한 즐거움이라고 보았다. 진지한 즐거움이라는 표현은 필자가 처음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러네 웰렉이라는 미국의 비평가가 20세기의 명저라고 볼 수 있는 문학의 이론(Theoy of Literaure)이라는 책에서 가장 바람직한 문학의 효용을 정의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공 교수의 여행기는 수준 높은 문학성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는 여행에서의 교훈을 방랑자를 위한 노래에서 진지하게 탐구하고 있다. 말하자면 여행기는 이렇게 쓰여져야 한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방랑자는 시시한 것이라도 그냥 보지 않고 세밀히 탐구한다,’고 규정하는 것이 바로 그 핵심이다. 따라서 그는 여행사 기획 여행인 미국 서부여행(사막, 하늘의 장원)이나 앙코르와트 여행(국경선 풍경) 그리고 가족 여행(엉뚱한 크리스마스,괭이 갈매기의 횡포)과 자유여행(밧모섬에서 노숙)에서도 여행의 일정이나 차창 밖의 풍경이나 풍물 등을 묘사하기보다 특수한 체험에 대한 해석을 주로 하고 있다. 그 해석의 관점은 다분히 문명비판적이고, 기독교 세계관에 입각하여 있다. 물론 국내 여행의 경우(겨울 바다)도 진지하지만, 한 작품(명가수 열전)은 예외적으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앞으로 여행기들만 모아 따로 책을 낸다면 수준 높은 책이 될 것이다.

 

<3>

 

공 교수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수필도 여러 편 있는데, 그 자신이 살아온 과정을 성찰하는 글들이 여러 편 (재건학교 교사시절, 잊기 위해 떠난 여행, 별명 찾기,엑스트라 인생, 무대 인사)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그의 l지난 날의 체험이 바탕이 되고 있으나 오늘 날 그가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는 글들이다. 필자는 그의 살아온 과정이나 오늘날의 삶의 자세가 그 자신이 규정한 엑스트라 인생이 아니라, 이 수필집의 제목이 되고 있는 뒷 모습을 그리다에서처럼 공 교수위 살아온 역정이 결코 뒷 모습을 보아도 부끄러울 것 없는 제자들로부터 존경받고 이웃이나 가족들로부터 사랑받는 인생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그 자신의 삶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그 자신의 진지하고 겸손한 태도와 인격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제3수필집에서는 그의 이러한 삶의 태도가 더욱 완숙한 문체로 형상화 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시인/ 부산대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