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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현의 책상과 밥상 사이

<책상과 밥상 사이> 7세고시

작성일 : 2025.02.25 01:42

7세 고시

 

<윤일현/ 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

 

 

어느 유치원생 엄마가 동영상 하나를 보냈다. “선생님, 한번 보시고 소감을 좀 말씀해 주세요. 혼란스럽습니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KBS가 이달 중순에 방송한 추적 60‘7세 고시, 누구를 위한 시험인가라는 타이틀의 유튜브 동영상이었다. ‘7세 고시초등학교 입학 예정인 만 5~6세 아이들이 유명 영어학원 입학을 위해 치르는 시험이다. 유아를 상대로 치는 시험 문제가 고교 수준이다. 수학도 비슷한 시험이 있다. 초등 2~3학년 학생이 유명 수학 심화 전문학원에 입학하기 위해 고교 수준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 문제를 서울대 재학생 몇 명에게 풀게 했더니 100점 만점에 36점 받은 학생도 나왔다. 피라미드 정점에 있는 영수학원 입학시험 대비를 위한 새끼 학원들이 먹이사슬로 촘촘히 얽혀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초등생 의대준비올케어학원도 있다. 이런 학원 대부분이 전국에 분원을 두고 있다.

 

초등 1학년 공부, 책 읽기가 전부다의 저자인 현직 교사 송재환 선생님은 책 읽기 이상의 선행학습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극성스러운 영어 유치원 교육도 초2까지 효과가 있고 3학년 2학기부터는 독서를 많이 하여 어휘력과 문장 이해력이 좋은 학생이 역전한다는 것이다. 그는 부모의 책 읽기 습관이 중요하며, 부모와 자녀가 5분씩 소리 내어 서로 책을 읽어주는 책 읽기 품앗이를 강조했다. 읽기는 국어, 사회뿐만 아니라 모든 과목을 잘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 된다. 간혹 수학, 과학은 잘하는데 우리말인 국어 점수가 안 나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부모가 있다. 읽기 능력이 부족한 학생은 수학, 과학도 높은 단계로 올라가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어린 시절부터 독서를 통해 어휘력과 독해력을 길러야 한다. 감성적인 글은 온몸이 저리도록 몸과 마음으로 느끼며 읽고, 논리적인 글은 치열하게 따져가며 명료하게 이해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지금은 감성 시장의 시대다. 섬세한 감성은 경쟁력과 생존 수단이다. 감수성과 독해력은 어린 시절 책이 주는 감동을 통해 배양된다. 가슴 뭉클한 감동과 도취를 경험하지 않으면 그 어떤 합리성과 논리의 추구도 결국에는 피로와 권태로 이어진다. 뇌 기능은 감탄과 감동, 성취감을 통해 향상된다. 최고의 감탄은 자연의 신비와 경이를 통해 경험하게 된다. 훌륭한 예술 작품을 통해서도 깊은 감동은 맛볼 수 있다. 뇌가 느끼는 최고의 쾌락은 성취감이다. 한 치의 여유도 없는 각박한 삶에서는 이런 것들을 경험할 수가 없다.

 

조물주의 손에서 나올 때는 착한 존재가 사람의 손에서 모든 것이 타락한다.” 루소가 에밀첫 줄에서 기술하고 있는 선언이다. 그는 사회제도와 정치제도 그리고 교육이 인간의 본성을 왜곡한다고 지적했다. 루소가 추구한 이상적인 인간상은 자연인이다. 그가 말하는 자연인이란 방치된 상태의 인간이 아니라 감성이성순차적인 발달 과정에 따라 상호 조화를 이루는 제대로 교육받은 인간을 말한다. 루소에 따르면 아동기에는 감성교육’, 그 이후 소년기, 청년기까지는 이성교육에 중점을 둬야 한다. 감성과 이성은 상호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라 선후의 문제다. 감성은 이성의 발달에 전제되는 기초이고, 이성은 감성의 성숙단계이기 때문에 둘은 필연적인 협력관계에 있다.

 

지난해 학생은 4만 명 줄었는데 초중고 사교육비는 10.8% 상승해 역대 최고인 27조에 달했다. 학생 1인당 사교육비 지출이 1% 증가하면 합계출산율은 0.3% 감소한다고 한다. 프랑스 르몽드지가 한국 교육을 집중적으로 취재하고 내린 결론은 이렇다. “한국 학생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아이들이다. 이유는 한국의 교육은 경쟁적이고 고통을 주는 교육이기 때문이다.” 나는 기회 있을 때마다 상식을 초월한 선행학습을 조장하는 학원 경영자와 거기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 모두 아동학대죄로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국가의 장래가 달린 문제다. 이런 망국적 교육 환경에서 누가 아이를 낳아서 기르고 싶겠는가. 자녀 교육은 속도보다 실질적 내용과 질, 방향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