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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5.02.18 06:48
87년 체제’의 수명은 과연 연장될 수 있을 것인가?
신평
전한길을 중심으로 하는 ‘세이브 코리아’ 주최의 광주 탄핵반대 집회는 바로 옆에서 열린 탄핵찬성 집회를 완전히 압도했다. 그런데 무엇보다 광주라는 광역시가 한국의 다른 군소도시보다 훨씬 못한 낙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전국에서 간 많은 집회참석자들에게 충격을 안긴 모양이다. 이것은 앞으로 긴 여운을 끌 것이다.
5.18 민주화운동은 한국 현대사의 민주화를 향해 가는 길에서 대단히 큰 족적을 남겼다. 이것은 그 후 산고(産苦)를 거치며 ‘87년 체제’를 탄생시켰다. 제6공화정이 수립되었다. 민주화는 순조로이 진행되었다. 그 체제를 수립시킨 주역인 학생들과 시민운동, 노조운동가들이 대거 이 사회의 주역으로 등장하였다. 법조계에도 들어갔다.
그런데 그로부터 40년 가까이 세월이 흐르며 그 주역들은 체제의 이익을 독점하는 기득권자들로 변해갔다. 총칭하여 ‘진보귀족’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리고 그 하위개념으로 우리가 최근에 확인한, ‘우리법연구회’ 혹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으로 서부지법이라는 한 법원과 헌법재판소를 장악한 ‘법복귀족’을 들 수 있다. 그들은 설혹 보수진영의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집요하고 치밀하고 은밀하게 연대하여 대규모 시위나 탄핵 등의 방법으로 정부의 힘을 빼버렸다.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은 거의 모든 계층의 사람들로부터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탄핵정국이 이어지는 암흑의 12월이었다. 그 영향으로 보수는 다시 완전 궤멸 상태에 이른 것 같았다.
그러나 반전이, 아니 기적이 일어났다. 점차 그가 비상계엄을 선포한 참뜻이 국민들에게 전달되며 그가 돈키호테처럼 처절히 싸워왔던 대상이 윤곽을 드러내었다. 그 대상은 다름 아닌 ‘87년 체제’가 낳은 기득권 질서였다. 그에 대한 체포와 구속 그리고 탄핵재판에서 그 기득권 질서가 예사로 행한 편법, 탈법과 불법이 우리 눈앞에서 버젓이 전개되었다. 오만하고 교활하기가 짝이 없을 정도였다. 차츰 그가 가진 분노의 정당성이 이해되기에 이르렀다. 이윽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그의 진의를 받아들이며 그를 대신해 잘못된 87년 기득권질서에 저항하는 광범한 국민운동이 ‘탄핵반대’의 기치를 걸고 세차게 일어났다.
‘87년 체제’의 수혜자들 혹은 변화의 물결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식할 용기를 내지 못한 자들은 그 실체에 관하여 눈을 감고 이를 ‘극우의 반동’으로 몰아갔다. 그럼에도 새로운 질서를 갈구하는 민심의 물결은 점점 더 거세졌다. 부산, 대구를 거쳐 이윽고 ‘87년 체제’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광주에서도 그것이 확인되기에 이르렀다.
새로운 물결은 ‘87년 체제’ 옹호세력이 안고 있는 본질적 한계에 대한 반발이다. 그 세력은 친중국, 친북한의 과거회귀적 입장을 벗어날 수 없고, 또 이에 따라 우리 헌법이 보장한 자유와 창의의 정신을 소홀히 하는 전체주의적 성향을 가진다. 이에 대한 단호한 반대가 새로운 물결의 핵심이다. ‘87년 체제’가 지속된다면 우리는 ‘제2의 홍콩’으로 될 뿐이라는 확고한 인식이 뿌리내렸다.
‘87년 체제’의 세력과 새로운 변화를 갈구하는 세력과의 쟁패에서 과연 누가 승리할지는 모른다. 하지만 지난 금요일 미국의 밴스(Vance) 부통령이 독일의 뮌헨에서 유럽의 우방들을 향해 민주주의가 무엇인지에 관해 따끔하게 지적한 것의 일부를 상기시키고자 한다. “나는 당신들이 당신의 국민을 이끄는 목소리, 의견 그리고 양심을 두려워한다면 유럽에 안전보장이란 없다고 확고하게 믿는다.” 바로 한국의 기성언론을 비롯한 어리석은 방관자들 및 사악한 의도를 가진 변화의 적대자들을 향하여 내뿜는 강한 질책이기도 하다.
<공정세상연구소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