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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2.10.16 10:54
국정감사를 지켜보며
/윤일현
예로부터 불구경, 물구경, 싸움구경을 천하 삼대 구경이라 했다. 물론 나와 관계가 없을 때 하는 말이다. 나와 상관없더라도 기상이변으로 인한 물난리, 이상고온이나 방화로 인한 불난리를 보고 좋다고 하면 엄청난 비난을 받는다. 자연재해로 인한 물난리나 산불 피해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경우가 많아 끔찍하기조차 하다. 남의 싸움도 때와 장소, 상황을 고려하며 지켜봐야 한다. 개인 간의 다툼이나 국가 간의 전쟁도 강 건너 불 보듯 별생각 없이 바라볼 수는 없다. 축구나 야구, 온라인 게임 등은 즐기기 위해 만든 싸움이다. 운동 경기나 격투기 등이 싸움 구경의 즐거움을 주려면 나름의 특징을 가져야 한다.
관중은 상상력이 결여된 싸움, 상투적인 패턴의 싸움을 싫어한다. 아무리 광속구를 자랑하는 투수라도 시종일관 빠른 직구 한 구종으로만 승부를 건다면 시간과 더불어 타자는 반드시 공략법을 찾게 될 것이고, 관중 또한 그 투수에게 흥미를 잃게 된다. 투수는 시속 160㎞의 직구를 던지면서도 타자가 빠른 직구가 올 것이라고 예상할 때, 시속 100㎞의 낙차 큰 커브로 허를 찌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두뇌 싸움을 보며 관중은 짜릿한 흥분을 느끼며 열광한다. 관중은 정형화된 틀 속에서 따분하게 전개되는 싸움을 견디지 못한다. 여야 정치인이 판에 박힌 방법으로 품위 없는 저질의 싸움을 계속할 때, 국민은 그들을 경멸할 뿐만 아니라 그런 선수를 뽑은 것을 두고 심한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축구나 야구 같은 단체 게임은 개별 선수의 기량뿐만 아니라 팀의 작전도 중요하다. 정치도 단체 경기와 비슷하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국정감사를 바라보며 국민은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폭언과 비아냥, 설익은 질문과 억지 주장, 고성과 막말, 동문서답과 시간 끌기 같은 상투적인 싸움을 바라보는 국민은 속된 말로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다. 기본기도 갖추지 못한 수준 미달의 선수들이 전략도 없이 뒤엉켜 싸우는 모습은 정말 가관이다. 기량이 부족하면 성실성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경기 중에 게임과 전혀 관계없는 헛발질로 물의를 일으키고는 궁색하게 변명하는 후안무치한 태도는 말문이 막히게 한다. 이 형편없는 팀을 국민 혈세로 유지한다는 것은 국가적 재앙이다. 이들은 기본기를 배우고자 하는 열망도 없다. 당장 팀을 해체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 팀 해체의 권한도 선수를 뽑은 국민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선수 자신이 가지고 있으니 정말 대책이 없다.
1979년 영국 보수당 대처 후보의 선거 방법은 참신했다. 시장에서 선거 운동을 할 때 대처는 양손에 장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한 손에는 노동당을 상징하는 오렌지색 장바구니, 다른 손에는 보수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장바구니를 들었다. 오렌지색 장바구니에는 파란색 장바구니보다 물건을 절반만 담았다. 그녀는 유권자들에게 호소했다. 그녀는 오렌지색 장바구니를 가리키며 지금처럼 노동당 치하가 계속되면 1파운드로 반 바구니의 물건밖에 못 사지만, 파란색 장바구니를 가리키며 보수당이 집권하면 장바구니 가득 물건을 살 수 있다고 외쳤다. 대처는 차이를 분명하게 부각해 상대를 이겼다. 그녀는 그 누구보다도 강력한 총리가 됐다. 그녀는 늘 “남들의 호감을 사야 한다는 유혹에 빠지지 말고, 존경받는 대상이 되거나 차라리 두려움의 대상이 되라”라고 말했다. 존경의 대상도 두려움의 대상도 아닌, 그저 냉소와 경멸의 대상이 된 우리 국회의원들이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이다.
언론의 보도 관행도 달라져야 한다. 짧은 시간에 몰아서 국정감사를 하다 보니 여야 모두 국민의 시선 끌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도 그런 분위기에 편승해 국감을 선정적인 게임이나 흥행물처럼 다뤄서는 안 된다. 국감의 문제점을 예리하게 분석해 제도의 개선과 보완을 촉구해야 한다. 각종 매체는 의원 개인의 기량을 냉정하게 비판하면서 팀 전략과 선수의 준비 상태, 전투 전개 방식 등을 냉혹하게 평가해야 한다. 편향된 보도와 논평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국민은 수준 높은 국감을 관전하고 싶어 한다. 관중은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는’ 변화의 달인 무하마드 알리의 권투 경기 같은 싸움 구경을 원한다. 코로나와 고물가에 지친 국민에게 ‘나와 국가가 더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싸움을 하라. 국정감사 이대로는 안 된다.
(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