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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2.10.10 06:09
상사화相思花
/리영성李英成
아쉽지만 어쩔거나
꽃이 져야 씨 맺는 걸
한 줄기에 태어나도
지는 날이 다 다른 걸
꽃과 잎
못 보는 아픔쯤
묻어 두고 살아야
-시조집 『단심丹心』(2022)
<약력> 경남 진주 출신, 호 능파. 진주고, 진주농대 졸업. 경상대 사범대 부설 중둥교원양성소 수료, 건국대 대학원 중퇴. 진주 대아중, 명신고, 합천 초계고, 합천고 교사로 근무. 개천예술제 대학일반 시조부 연 2회(1964-65) 장원, 《시조문학》 1967년 천료(이태극 박사), 성파시조문학상(2011), 경남문협 우수작품집상(2012). 시조집 『이름 모를 꽃 』(1979), 『합천호 맑은 물에 얼굴 씻는 달을 보게』(2004), 『연습곡 사랑』(2011), 진주문협 사무국장 ,《문예정신》 편집장 역임
오래 전에 진주에서 합천으로 이거 후에는 칩거하다시피 하는 리영성 시조시인이 단시조집『단심丹心』을 보내왔다. 리 시인과 필자는 진주고 졸업 동기이다. 필자가 재학 중 한 해 휴학하여 졸업동기가 되었는데 굳이 이 사실을 밝히는 것은 졸업 동기들 가운데는 선배라고 인식하지 않고 그냥 친구로 지내는 경우가 많은데 리 시인은 그의 집안의 전통답게 필자를 선배로 지칭하고 있어서 밝힌 것이다. 리 시인은 본관이 전주로 호적상의 성을 리로 고집한 진주의 유명한 시조 시인 리명길 시인의 동생이다. 고등학교 시절에부터 그의 형님 리명길 시인처럼 그 역시 각종 스포츠에 다재다능하면서 문예반으로 활동도 했다. 그러던 그가 진주농과대(경상대학교의 전신) 입학해서 시조 창작에 탁월한 재능을 보여 형님 리명길 시인의 뒤를 이었다. 진주에서 교직과 문단생활을 하던 그가 합천호 기슭으로 이거를 한 후에는 그 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시조집 『단심』은 단시조 즉 초,중, 종장의 평시조 한 수로 된 작품들만 모았다. 그 동안의 자연에 묻혀 산 리 시인의 삶과 고향 진주에 좀처럼 나오지 않으면서도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그리움의 정서가 표출되어 있는 작품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그 가운데 ‘꽃’을 제재로 한 작품 가운데 한 편인 「상사화」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필자는 지난 달 말 제주에 10일 동안 머물 기회를 가졌다. 그리고 여러 날을 숲으로 된 명소를 방문하였는데 그 때마다 ‘상사화’ 군락을 만나곤 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꽃의 생태를 자세히 살필 수 있었다. ‘상사화’의 식물명은 ‘꽃무릇’인데 우리나라 중부 이남에서부터 제주도에 분포하는 수선화과의 여러 해 살이 식물이다. 2-3월경에 연녹색 입이 올랐다가 꽃대가 올라오기 전인 6-7월경에 없어지고 8-9월경에 꽃이 핀다. 따라서 잎과 꽃이 절대로 만날 수없는 생태이기에 상사화라는 별명이 붙었다. 꽃말도 ‘이룰 수 없는 사랑’이다.
필자가 살핀 바에 의하면 한 꽃대에 여러 송이가 피어 있었는데 그 가운데도 어떤 것은 피어 있고 어떤 것은 이미 말라 있었다. 리 시인의 「상사화」에서는 바로 이러한 점을 착안하여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정서를 실감나게 형상화하고 있다. 사실 우리는 상사화의 경우 꽃이 피기 전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가 꽃이 피면 관심을 가진다. 그런 점에서는 상사화의 입장에서는 야속하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꽃씨는 꽃이 져야 맺힌다. 이렇게 상사화는 잎과 꽃뿐만 아니라 씨도 그 정체를 드러내는 시기가 어긋나 볼 수 없는 슬픔 투성이의 꽃인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리 시인은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있다. 초장 1-2행은 꽃과 씨의 어긋남을 중장 3-4행은 한 줄기로 태어난 꽃도 한날 한 시에 지지 않는다는 어긋남을 형상화 하고 있다. 마지막 종장 5-6행에서는 이러할 진데 꽃과 잎이 서로 못 보는 것은 참아야 한다는 인고의 고통을 형상화하고 있다. 제주도 여행에서 발견한 현상에서 받은 느낌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준 친구 리 시인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양왕용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