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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현의 책상과 밥상 사이

N수생과 사회적 손실 비용/윤일현

작성일 : 2025.02.17 12:58

N수생과 사회적 손실 비용

/윤일현

 

 

이번 주 월요일부터 대입 정시모집 합격자 등록이 시작됐다. 상당수의 지방 사립대학은 신입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어느 입시학원에서는 등록 시작 열흘을 앞둔 이달 초 2026학년도 대입 N수생 추정 인원을 발표했다. 올해 대입 N수생은 최대 20만 명으로 이는 25년 만에 최다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학원은 N수생 증가 이유로 의대 증원과 의대 열풍’, 최근 취업난 여파로 상위권 대학 선호도에 따른 정시 상향 지원 여파’ ‘대학 진학 후 상위권 대학 재도전 심리등을 들었다. 대부분 언론이 이 학원의 보도자료를 별다른 해설이나 논평 없이 그대로 보도했다.

나는 오래전부터 이런 보도 행태에 반대했다. 그 이유를 몇 가지 말하고 싶다. 모든 입시 기사는 당해 연도 재학생 입장에서 써야 한다. 꽤 오래전 2월 초 어느 신문 1면에 늘어나는 재수생, 떠는 고3’이란 기사가 실렸다. 나는 즉시 항의했다. 먼저 이 기사를 쓴 이유와 목적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3 올라갈 학생들이 이 기사를 보면 얼마나 위축되고 불안할지 생각해 보았는지도 따졌다. 이게 공익적 가치에 부합하거나 고급한 정보라고 할 수 있는지도 물었다. 학원에서 이런 보도 자료를 내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느냐고도 질문했다. 대입 종합반 학원들은 대개 2월 중순에 1차 개강을 한다. 학원이 2월 초에 이런 보도자료를 내는 이유는 재수를 부추겨 수강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수강생 모집이 잘 안될 때 재수 조장을 위한 보도자료는 더 교묘한 방식으로 만든다. 재수생은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 있다. 합격자 등록과 추가 등록이 진행되는 지금 시점에서 실제 숫자도 아니고 예상 추정 인원을 보도할 이유도 가치도 없다. 뉴스 밸류가 떨어진다는 말이다.

재수, 삼수 등 고교 졸업 후 대입 준비를 하는 수험생을 통칭 N수생이라 한다. N수생이 있으면 그 가정은 다른 모든 경비를 줄이는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상위권이 선호하는 기숙학원의 경우 수강료, 숙식비, 책값, 각종 특강, 인터넷 강의 수강료 등 과외 경비를 합하면 한 달 평균 경비는 500만 원 정도로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대입 준비기간이 늘어날수록 사회적 비용은 증가하며, 그로 인한 국가적 손실도 막대하다. 국회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의원이 공개한 ‘20241학기 국가장학금 수혜자의 다른 대학 국가장학금 수혜 현황'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 국가장학금 수혜자 58399명 중 N수생 출신 국가장학금 수혜자는 34329(5%)인 것으로 나타났다. N수생 출신 대학생이 다른 대학에 다니면서 받은 국가장학금이 153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처음 입학한 대학에서 국가장학금을 받은 뒤 다시 입시 준비를 하여 다른 대학에 입학하면서 발생한 사회적 손실 비용이다.

성취하는 사람과 발전이 없는 사람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 사고방식을 말하는 프레임에서 차이가 난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접근 프레임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어떤 일의 결과로 얻게 될 보상의 크기에 집중하며, 매사에 도전적으로 접근한다. ‘회피 프레임에 길든 사람들은 실패나 실수로 인한 처벌의 크기를 더 많이 생각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패자부활전이 보장되지 않는 세상을 살면서, 많은 사람은 새로운 일을 시도하여 가슴 벅찬 성취감을 맛보려 하기보다는, 그 일의 실패나 자존심의 손상을 더 두려워한다. 그들은 불확실한 도전과 모험은 피하고 철저하게 안전한 것만을 추구하려 한다. 우리 사회의 의대 광풍과 소수 인기 학과 쏠림 현상을 잘 설명해 준다.

지역 상당수 대학이 신입생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시점에서 N수생 증가 예측 보도는 어떤 관점에서도 타당성이 별로 없다. 기존의 선망 받는 직업과 대학에 모든 인재가 벌떼처럼 달려드는 사회는 창조적 에너지와 유연성이 상실된 사회다. 지금 안정돼 보이는 자리를 위해 치열한 소모적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현재 자신이 처해 있는 곳의 햇볕을 즐기면서 자아실현을 위해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고, 자신과 치열한 투쟁을 벌이는 디오게네스적 인간형이 성공하고 존경받는 시대가 급속히 다가오고 있다. 언론, 교육 당국, 대학, 지역 산업체 등은 젊은이들에게 다양한 분야를 소개해 주고 관련 정보 제공과 함께 실효성 있는 진로지도와 교육에 힘을 쏟아야 한다.(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