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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5.02.17 12:53
<금주의 순우리말>152-초슬목
/최상윤
1.강조밥 : 좁쌀로 지은 밥.
2.강참숯 : 다른 나무의 숯이 섞이지 아니한 참숯.
3.강총하다* : 길이가 짤막하게 툭 끊어진 듯하다.
4.날탕패* : 대여섯 혹은 예닐곱 사람이 떼를 지어서 소구를 두드리며 속된 노래를 부르고 질탕하게 뛰어놀던 조선조의 하급 유랑 연희패.
5.대미처* : 그 즉시로.
6.대밑 : □어떤 산을 중심으로 그 산의 기슭에 바짝 잇닿은 곳. □대밑둥.
7.말명거리 : 무당굿에서, 조상신인 말명을 섬기는 굿. 같-말명놀이.
8.발간상놈* : 더 말할 나위 없는 상놈. 보잘것없는 사람.
9.살눈* : 얇게 내리는 눈.
10.앍둑배기 : 얼굴이 앍둑앍둑하게 얽은 사람. < 얽둑배기.
11.잠풍하다(해지다)* : 바람기가 없이 잔잔하다. 비-잔풍(殘風)하다.
12.초슬목 : 초저녁.
13.퉁 : 품질이 낮은 놋쇠.
14.풀막 : 물가나 산기슭에 뜸집처럼 지은 막.
15.해작 : 학문이나 원인 따위를 깊게 파헤치거나 연구함.
◇세상 물정도 모른 체 ‘해작’만 하다가 정년퇴임과 함께 명예교수로 물러난 <둔석>은 며칠 전 다대포 백사장의 <달집태우기> 행사를 내 집 아파트에서 내려다보았다. 내 소년시절의 대보름 행사와 비교하면서 아쉽고 서운한 감정을 <둔석>은 지울 수 없었다.
소년시절의 보름날 아침은 온 가족이 둘러앉아 팥에 좁쌀을 썩은 ‘강조밥’과 보름나물을 ‘틀’보다 좋은 놋쇠 그릇에 담아 먹고 ‘대미처’ <부스럼(부럼)깨자> 하면서 강정을 우지직 소리가 나도록 깨물었다. 그리고 파안대소하면서 온 가족이 행복한 웃음으로 대보름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자식 넷 모두 출가시킨 오늘의 <둔석>은, 특히 내자마저 저승길로 떠나보낸 오늘 아침은 ‘강조밥’도 먹지 못했고 부스럼도 깨지 못했다. 홀로 조금은 쓸쓸했다.
그리고 어린시절 보름날 오후부터는 ‘말명거리’처럼 ‘날탕패’들이 악귀를 쫓고 복을 불러들인다며 집집마다 풍악을 울리며 지신(地神)을 밟고 다녔다(지신밟기). 동네 꼬마 우리들도 덩달아 풍악소리에 어깨를 들썩이며 졸졸 따라다녔다.
그러다가 싫증이 나면 동네 큰 마당이나 ‘대밑’에서 연날리기를 했다. ‘살눈’이 살짝 내려도 좋고, ‘잠풍해도’ 좋았다. 바람이 살짝 불어주면 더욱 좋았다. 우리들의 동심은 하늘까지 닿았다.
그립다, 동무들아. 지금은 다들 어느 하늘 아래서 살아가고 있는지... .
해가 뉘엿뉘엿 지고 ‘초슬목’이 되면 연날리기를 접고, 석식 후 정월대보름의 <달집태우기> 현장으로 찾아간다.
우리 동네 사람들은 물론 이웃 동네 사람들까지 구름처럼 모여 기다리다가 드디어 <달집태우기>가 시작되면 어른들은 물론, 특히 선남선녀들은 오늘만 허용된 듯 <달집>을 중심으로 손에 손을 잡고 원무를 그리면서 <달집에 불이야, 친가 집에 불이야>하며 춤을 추며 정월대보름 민요를 불렀다.
한편 우리 같은 꼬마 녀석들은 조그만 깡통에 담은 ‘강참숯불’을 철사줄에 매달아 빙빙 돌리며 달집 주위를 맴돌면서 깔깔거리며 뛰어놀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정월대보름의 ‘강조밥’도, <부스럼 깨기>도, <지신밟기>도, <대보름 연날리기> 등 우리 조상들의 혼과 육이 잠재된 풍습은 점점 사라지고 그나마 <달집태우기>의 빈약한 규모를 바라보면서 <둔석>은 좀은 풀죽고 서글퍼졌다.
그러나 팔질(八耋) 중반의 <둔석>이가 아직 요양병원에 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삼아야 할지... . <문학평론가/ 동아대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