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윤일현의 책상과 밥상 사이

윤일현의 책상과 밥상 사이

<책상과 밥상 사이 > 75.욕망과 탐욕의 두 얼굴

작성일 : 2022.09.29 12:10

 

 

욕망과 탐욕의 두 얼굴

 

/윤일현

 

 

로댕의 조각 입맞춤을 보며 카미유 클로델을 생각한다. 그녀는 로댕에게 영감의 원천이었다. 로댕이 생기가 사라졌던 나에게 기쁨의 불꽃이 타올랐다. 네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라고 고백할 정도였다. 카미유는 로댕의 유일한 제자로 작업실에서 함께 일했다. ‘지옥의 문’, ‘칼레의 시민’, ‘입맞춤같은 작품이 이 시절에 나왔다. 그녀와의 사랑을 표현한 입맞춤은 너무나 리얼하다. 뜨겁게 포옹하고 진한 키스를 나누는 형상은 보는 사람이 오히려 얼굴을 붉히게 만든다. 이 작품은 그 당시로는 파격이었다. 사람에 대한 집착과 애착, 욕망이 잘 승화되면 차가운 돌에도 생기와 온기를 줄 수 있다. 정열적인 입맞춤은 불행하게도 카미유에게는 또 다른 지옥의 문을 여는 계기가 됐다. 스승에 대한 사랑이 애증 관계로 변한 후 카미유는 정신 이상의 고통을 겪었다. 그녀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병석에 있었고 쓸쓸하게 눈을 감았다. 예술가는 흔히 욕망과 탐욕을 활활 불태워 작품이라는 재를 남긴다.

 

동기가 순수하지 않은 욕망과 탐욕도 한참 세월이 흐른 후에는 다른 평가를 받는 경우가 있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은 가치 있는 예술작품을 수집했고 재능 있는 예술가를 후원했다. 메디치가는 르네상스 예술을 찬란하게 꽃피운 주역이었다. 그러나 이 그림은 왜 비쌀까를 쓴 피로시카 도시는 피렌체가의 본질을 예리하게 해부하고 있다. “그것은 예술에 대한 사랑 이전에 고리대금업으로 번 돈을 세탁하겠다는 의도였다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세속적인 부와 종교적인 경건함을 예술 속에서 교묘히 혼합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미술시장의 추동력은 탐욕이라 했다. 저자는 미술관 전시가 수집가와 후원자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그로 인해 미술관의 공공성이 훼손되며, 그런 유착이 수집가와 후원자의 소장품 값을 올린다고 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저자는 돈 앞에 무릎 꿇은 미술관을 호되게 질책한다. 우리는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명작 컬렉션 의도를 분명하게 알지 못한다.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평생 모은 귀중한 작품들을 자손들이 기증한 결정은 존중해야 한다.

 

생각은 다시 한국의 정치판으로 돌아온다. 현 정권은 전 정권이 내건 공정과 정의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을 부각해 정권을 교체했다. 정권이 바뀌자마자 그들끼리 벌이는 권력투쟁은 혹시라는 기대가 역시라는 탄식으로 바뀌게 했다. 국민은 정치에 무심해지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시장의 콩나물 가격 하나도 정치와 무관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내로남불은 이제 여야 모두에게 적용되는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대변하는 시사상식 용어가 됐다. 여든 야든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이 죽을 때까지 물고 뜯고 싸운다. 이들을 바라보는 국민 다수는 자신도 모르게 어느 편에 가담해 상대를 조롱하고 비방하다가 결국은 자신을 황폐하게 만든다. 정치판의 상생과 협치란 말은 과장 광고이자 허위 불량 카피다. 한국 사회의 적은 북한도 중국도 일본도 아니다.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인이 국가발전을 가로막는 공적이다.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인은 흉악범보다 위험하다. 대부분 흉악범은 소수의 특정인에게 범죄를 저지르지만, 나쁜 정치는 수천만 명의 정신과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타락한 정치는 내 자식의 미래까지 죽일 수 있다.

 

끝없는 탐욕으로 당을 장악하려는 대통령 측근들, 자신의 허물은 보지 않고 상대의 약점과 논리적 허점을 자신의 입지 강화에 이용하려고 아까운 재능을 낭비하는 젊은 정치인, 오직 한 사람을 위한 방탄 당헌 개정을 하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야당을 바라보는 국민은 정말 괴롭다. 욕망과 탐욕은 인간의 본능이며, 창조의 원동력이자 파괴의 원흉이기도 하다. 예술가들은 극단적인 형태의 욕망과 탐욕을 승화시켜 위대한 문학, 예술 작품을 낳는다. 예술작품에 대한 지나친 욕심과 수집욕도 한 시대의 문화 예술 발전과 중요한 작품을 수집, 보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부패한 정치인은 무엇을 남기는가? 단테는 신곡에서 국민의 고혈을 짠 부패한 정치인은 뜨거운 기름 지옥에 떨어진다고 했다. 빠져나오려고 고개를 내밀면 악마가 쇠갈퀴로 갈기갈기 사지를 찢어버린다. 한국의 정치인은 단테의 지옥도 두려워하지 않을 사람들이다. 그들은 멀쩡한데 국민만 억장이 무너지는 스트레스를 받으니 비극 아닌가.

 

(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