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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준의 짧은 소설> 9.세연과 세연 엄마

작성일 : 2022.09.22 05:26

세연과 세연 엄마  /한상준

 

코로나19로 거듭 연기하다 4월 들어 겨우 개학해서 아이들 얼굴을 익히고 이름을 새기며 관계가 익어가던 6월 둘째 주 수요일이었다. 세연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다. 세연이 이번 주 금요일에 체험학습을 하겠다고 해서 신청하니 허락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2 교실이 늘 천방지축 상황이긴 하나 코로나19로 어수선하고 들쑥날쑥 오가는 날이 이어지는 터라 그나마 학교에 나오는 날만이라도 결석하지 않길 담임으로서 바라온 터다. 하지만, 학교에 가지 않고 체험학습을 하겠다는 걸 허용하는 세연 엄마의 요청 사유가 분명 합당할 거라 여겨 그러마, 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과는 무관하다는 건 확인했다.

수요일 오후에 세연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4주 째다. 이번에는 먼저 묻는다.

어머니, 이번 금요일에도 세연이 학교에 올 수 없나요?”

번거롭게 해서 죄송합니다.”

체험학습을 통해서 진로 경험을 하면 좋지요. 체험학습 활동보고서는 제출하라고 했어요.”

작성하고 있는 거 봤어요. 곧 내겠지요.”

“‘자연생태 보호 활동이라고 신청서엔 적혀 있던데? 좀 구체적이진 않지만.”

세연이가 말하지 않던가요?”

어머니가 더 잘 아시겠지만 말수가 적은 아이잖아요. 세연이, 너무 예뻐요. 제가 아이들 간 뒤 교실 정리를 가끔 하거든요. 세연이가 도와줘요. 도와달라 하지 않았는데도.”

속에 뭐가 들었는지 잘 모를 때가 있는 아이이긴 해요. 사실은 세연이가 먼저 제안해서 하는 공동활동이기도 해서 저는 좀 부담스럽긴 합니다만, 나중에 세연이 통해서 듣길 바래요. 고맙습니다, 이해해 주셔서.”

공동활동이라면어머니랑 함께 하는 활동인가요?”

같은 장소는 아니지만, 그런 셈이지요.”

세연 엄마 또한 답이 묘연하다. 이러구러 더 알려 하지 않았다. 보고서를 보면 알 수 있으리란 생각에서다. 활동보고서를 아직 제출하지 않은 세연을 재촉하진 않았다.

마침, 교실을 정리하는데 세연이가 남아서 돕길래, 물었다.

세연아, 체험학습 어때, 재밌어?”

.”

아무렇게나 던져진 종이뭉치를 주어 휴지통에 담은 뒤 세연이 빙그레 웃음만 머금는다. 삐뚤빼뚤한 책상을 조금 가지런히 놓으며 나도 세연을 향해 빙긋 웃음을 건넨다. 어지간히 정리를 마치자, 세연이 타블로이드판 신문을 교탁 위에 놔두고 교실을 나선다. 지역신문 최신판이다. 뭘까? 하면서 신문을 뒤적인다. 5면 하단에 큼지막하게 실려 있는 사진 두 장에 시선이 확 꽂혔다. ‘엄마와 딸이란 제목으로, 내용은 이렇다.

엄마는 환경운동과 관련하여 모 기업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00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의 무혐의 처분을 바라며 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고, 시청 앞에서 기후위기 청소년 행동이 주최한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FFF)’ 집회 모습 중 엄마의 딸, 세연을 동그라미 안에 넣어놓은 사진이다.

나는 아, 탄성을 내지르며 세연을 불렀다. 엄지 척을 해주고 싶어서다. 세연은 어느새 교문을 벗어나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