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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왕용의 시 읽기 73> 깨어진 우주 /김금아

작성일 : 2022.09.10 07:00 수정일 : 2022.09.10 07:02

<양왕용의 시읽기 73>

 

깨어진 우주 /김금아

 

 

 

지구가 철조망에 엉켜있다

아이들이 지구를 굴리며

술래놀이를 하고 있다

구멍 뚫린 행성에서 녹물이 흘러나와

아이들의 발을 적시고 있다.

지구의 경도와 위도 사이

붉은 십자가가 꽂혀있고

갈라진 틈 사이마다

미라의 손이 튀어나와 있다

행성 속으로 뚫린 블랙홀 안으로

미사 복을 입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올라간다.

형체 없는 얼굴이 굴러다니는 시멘트 바닥,

아이는 미라가 된 낙타를 타고

눈알을 밟고 간다.

아이의 머리에서 고목이 자라고 있다

페트병에 눈망울을 주워 담는 아이가

블랙홀로 들어가자

귀에 송신기를 꽂은 외계인이

피가 흐르는 우주를 두 손에 받쳐 들고

뒤를 따라간다.

 

아이의 눈동자에서

노란 싹이 돋아나고 있다

- (문학도시2022.9)

 

약력;울산 광역시 울주 출신, 2008경남신문신춘문예 ,월간 시문학신인상 당 선으로 데뷔, 한국현대시 작품상 수상, 시집나는 흰 벽이다4

 

김금아 시인의 깨어진 우주는 일종의 해체시 혹은 하이퍼시라고 볼 수 있다. 이 시에 등장하는 사물들과 그 사물들이 전개하는 풍경은 마치 초현실주의 화가들의 그림을 보는 것 같다. 말하자면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이미지가 등장한다. 그러나 깨어진 우주라는 제목에서 기후 변화에 대한 위기의식이나 문명비판적 태도를 감지할 수 있다. 이런 입장에서 이 시를 읽어 가면 어느 정도는 문맥에서 풍기는 정서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향의 시를 읽는 방법은 사물이나 그 사물들이 하고 있는 개별적인 동작이나 행위에다 특정 관념을 부여할 필요는 없다. 다만 서술되거나 묘사된 그대로 파악하여 전체적 분위기를 느끼면 된다.

김 시인의 이 작품에서 그려지는 그림은 전체적으로는 해체되어 있으나 등장하는 사물 하나는 그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로테스크한 그림에 등장하는 사물들에 의하여 상식적인 동영상들과는 다른 동영상들이 그려진다. 마치 외계인들에 의하여 피습된 지구인들의 우왕좌왕하는 지구 종말의 날을 보는 것 같다. 앞으로 김 시인의 시에는 이러한 절망적인 동영상보다 아름답고 행복한 꿈을 꾸는 동영상을 기대한다. 왜냐하면 해체되거나 몽환적인 이미지에서도 아름답고 따뜻한 정서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미지로 가득 찬 화가를 한 사람 꼽으라면 시인들의 시에도 자주 등장하는 러시아 태생의 화가 마르크 샤갈(1887-1985)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양 왕 용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