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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왕용의 시 읽기

<양왕용의 시 읽기 72> 벽의 기하학 /전성희

작성일 : 2022.09.02 09:42

<양왕용의 시 읽기>-72

 

벽의 기하학 /전성희

 

 

벽의 궤적에는 공식이 있다

도시가 시작되는 복선 철로 길

소음을 차단하는 방음벽이 생겨났다

방전된 모니터처럼 햇살이 가려진 벽

세상의 모든 소리들을 껴안는

출입구의 경계가

애매한 바람막이로 서 있다

저 곡선을 질주하는

기적소리의 길을 따라

가파른 공간에서 서로가 만나는 바람

나무의 등뼈 사이 경계가 그어지고

각도가 다른 선로에

숨길을 연결하는 나무 사이

하나의 길이 생겨나면 또 다른 길이 사라지는

뺄셈도 없는 도시의 소망

도로는

다가가지 못하는 차단막의 뒤편에

철로를 지나는 소리로 뻗어난다

허물지 못하는 허공으로 울려 퍼지며

진동음은 울림을 분산한다

가파른 세상의 속도를 제한하는

도심의 풍경이 달리고 있다

(문학도시2022.8)

 

<약력> 2003문학예술등단, 시집푸른 밤으로의 잠,당신의 귀가 닫힌다,별을 만나 다, 비어 있다는 건 언제나 낯설다, 전자 시집 4

 

전성희 시인의 벽의 기하학은 우선 제목부터 다소 현학적이다. ‘기하학이라는 학문적 용어가 그것이다. Topogoy라는 영어로 알려진 기하학은 일명 위상수학이라는 용어로 사용되어 수학 가운데 공간, 장소 등을 다루는 학문으로 건축학, 사회학, 심리학, 지리학 등의 분야에서 응용되고 영화 문학, 예술 등과도 연관되어 결과적으로 다양한 인문학과도 연결된다.

전 시인의 이 시에서는 이라는 공간을 차단하는 사물을 등장시켜 그에 대한 사유를 하고 있는 점에서 적절하고 상징적 내포를 가진 제목이라 볼 수 있다. 사실 은 실존주의 문학가 사르트르(1905-1980)의 단편 소설 제목으로도 사용될 정도로 상징적인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공간을 닫히게 하는 것 자체에서 많은 상징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전 시인의 시적제재는 가운데 도심을 통과하는 철로변의 소음을 방지하기 위한 방음벽이다. 방음벽으로부터 상상력을 시작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이러한 방음벽에 대해서 무심하다. 그러나 철로변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필요악이라 볼 수 있다. 소리는 차단하지만 풍경이나 전망을 가린다는 점에서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러한 방음벽의 안타까움을 직접적으로 인식하지 않고 지극히 기하학적 사유, , 경계, 곡선, 각도, 공간 등의 용어를 통한 사유뿐만 아니라 기차가 질주하는 속도와 그로 인한 소음과 바람 등을 등장시켜 도시적 상상력을 하고 있으며 독자들도 그러한 분위기에 빠지게 만든다.

전 시인의 시를 지배하고 있는 비유는 다분히 상징적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상징적이라는 특성이 가지고 있는 답답함은 시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다이나믹한 청각적 이미지로 청산된다. 그리고 도시에서의 분주하여 여유 없는 삶을 비판하고 있는 점에서 문명비판적 태도도 가지고 있다. 다만 그것이 다소 소극적이라는 점에서는 아쉽기는 하다.

(양왕용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