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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준의 짧은소설> 8.열려라, 학교

작성일 : 2022.08.23 10:03

열려라, 학교

 

/한상준 소설가

 

 

 

오늘도 안 가니?”

그러게 말이다. 전쟁통에도 학교는 열렸는데.”

()할머니는 그러면서도 내게 얼굴을 찡그리는 엄마를 향해 그만하라는 눈짓을 보낸다.

가고 싶거덩. 근데, 오지 말라잖아.”

그러게. 우리 손주 탓할 게 아니지.”

공부할 시간 다 됐다. 빈둥거리지 말고 들어가 컴퓨터 켜라.”

엄마는 책상에 앉아 있으면 공부하는 줄 아는 데 ㅋㅋ, 메롱이다. 온라인 수업과 게임방 화면을 들락날락하는 걸 모른다. 오늘은 과학 시간이 흥미롭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루팡루이 게임이 더 재밌다. 더 재밌는 건 친구들과 노는 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고 싶지 않던 학교였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학교에 가고 싶은 건 다분히 친구들이 보고 싶어서다. 나는 이제야 친구들이 소중하다는 걸 느낀다. 이건 어른들이 말하는 큰 깨달음이다.

오늘 과학 시간에는 개미가 집 짓는 거 보여준뎅, ㅋㅋ.”

이것도 하고 저것도 보고 그래야지. 어렸을 때는.”

그러고 보면 할머니가 더 나를 이해한다. 알고 있었지만 학교에 가지 않아 더 알게 됐다.

애 두둔하지 말아요. 공부도 시기가 있다고, 어릴 적 내게 엄마가 했던 말이잖아.”

할머니와 엄마는 나를 두고 가끔 이렇게 티격태격 다툰다.

애들은 학교에서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는 거지. 또 어디 공부가 다 더냐? 철민이 봐라. Y대 나와서 지금도 저러고 있는데. 공부만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잖아.”

철민이는 막내 외삼촌이다. SKYY이니 일류대학이다. 엄마도 대학은 in서울 하라고 성화이지 않은가? 외삼촌 말을 그대로 옮기면 영화판에서 놀고 있다는데 할머니나 엄마는 그 바닥에서 세월아, 네월아 한다며 걱정이다. 하지만, 외삼촌은 나의 롤모델이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농구도 잘한다. 지난번 설날에 집 가까이 있는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찬바람 맞으며 함께 했던 농구는 그야말로 핫(hot)이었다. 그때 외삼촌이 내게 한, 지금도 아리송한 말이 또렷이 떠오른다.

너 하고 싶은 걸 찾아야 해. 그것이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거면 더 좋아. 교과서에는 상상의 날개가 없어. 교과서는 다 오래돼서 낡은 것들뿐이거든. , 학교는 가야 해. 학교는 아직까진 밟고 올라가야 할 계단이니까. 놀아도 학교에서 놀라는 거지, ㅎㅎ.’

이해가 되지 않아 지금도 물음표로 남아 있는 말이다. 아무튼, 학교에 가고 싶은데 학교에 갈 수 없으니 친구들과 놀 수가 없다. 며칠 전에는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졸업한 초등학교로 혼자 농구 하러 갔는데 운동장을 개방하지 않는다고 닫힌 교문에 안내문이 붙어 있어 그냥 왔다. 거리두기 4단계라도 중1까지는 매일 열겠다고 방송에서 듣게 돼 그나마 다행이긴 하다.

방송국의 예능 쪽 프로듀서가 꿈이긴 하다. 외삼촌이 하는 일과 비슷한 희망이어서 말하는 게 좀 그랬다. 그래서, 예능 프로듀서가 되기 위해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을 수 없었다. 다만, 외삼촌이 한 말처럼 놀아도 학교에서 놀고 싶어 학교에 가고 싶은데, 학교가 닫혀 있어서 재미난 것이 별로 없다. 친구들도 그렇다고 한다.

학교가 날마다 열렸으면 좋겠다.

<순천광장신문게재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