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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현의 책상과 밥상 사이

<윤일현의 책상과 밥상 사이>71. 다시

작성일 : 2022.08.01 05:01

다시

/윤일현

 

 

"독서클럽에서 이달의 책으로 정한 '데미안'을 다시 읽고 있습니다. 30여 년 전에 샀던 책입니다. 누렇게 변색한 책이 주는 독특한 서향이 뇌를 자극합니다. 책에는 밑줄이 많이 그어져 있습니다. '선생님께 물어볼 것'같은 메모도 있었습니다. 지금처럼 검색만 하면 쉽게 답을 얻을 수 있는 때가 아니었으니까요. 내용의 90% 이상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더욱 놀랐습니다. 다시 읽고 일주일 만에 또다시 읽고 있습니다. 여전히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늘 책과 가까이 지내는 지인이 보낸 편지다.

 

'다시'라는 단어가 여러 차례 반복되고 있음에 주목했다. "고전이란 다시 읽을 때마다 처음 읽는 것처럼 뭔가를 발견한다고 느끼게 되는 책이다. 고전이란 처음 읽을 때조차 우리가 다시 읽는다고 느끼게 하는 책이다. 고전이란 독자에게 들려줄 것이 무궁무진한 책이다. 고전이란 사람들로부터 이런저런 얘기를 들어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실제로 그 책을 읽었을 때 더욱더 독창적이고 예상치 못한 창의적인 생각을 발견하게 되는 책이다." 고전을 예찬한 이탈리아의 문학가 이탈로 칼비노의 '왜 고전을 읽는가'에 나오는 말이다. 쉽게 검색하여 별생각 없이 소비하고 잊어버리는 시대, 날마다 새로운 콘텐츠가 넘치는 시대에 '다시'는 미덕이 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다시'는 짜증과 지루함, 쓸데없는 시간 낭비와 수고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다른 한편으로 '다시'는 그 어떤 '처음'보다 사람을 들뜨게 한다. '믿음과 신뢰'를 의미하기도 한다. '다시'는 아득하게 먼 옛날을 추억하게 한다. 떠나가 멀어진 것들과 보고 싶은 사람에 대한 한없는 그리움을 촉발하기도 한다. '다시'는 그 어떤 새로운 것보다 '참신'하고 가슴 떨리게 한다.

 

'다시'는 공부에도 적용된다. 한 번 본 것을 일정 시간이 지나고 다시 보면 훨씬 이해가 잘 되고 오래 기억할 수 있다. 처음 시도할 때는 아무리 애써도 풀리지 않던 문제가 하룻밤 자고 다시 보면 신기하게도 쉽게 풀리는 경우가 있다. 잠을 자는 사이에 뇌가 필요한 지식과 불필요한 정보를 구분하여 불필요한 것은 버리고 필요한 것만 정리하고 통합하여 이해도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벼락치기로 한꺼번에 공부하는 것보다는 시간을 두고 꾸준히 반복하는 것이 생산성이 높다. 착실하고 꼼꼼한 성격을 가진 사람은 지금 잡고 있는 내용을 한 번 만에 완전히 다 공부한 다음에 다른 부분으로 넘어가려고 한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공부 방법이다. 시간을 두고 '다시 반복'하는 학습법이 훨씬 더 좋다.

 

세월과 더불어 '다시' 읽고, 보고, 듣고 싶은 것이 없는 사람은 불행하다. '다시'가 많아지려면 젊은 날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많은 것을 경험해야 한다. 방학이다. 부모·자녀가 먼 훗날 옛날을 회상하며 함께 또는 홀로 '다시' 하고 싶은 일을 많이 만들어 보자.

<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