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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2.07.21 10:18 수정일 : 2022.07.21 10:22
<양왕용의 시읽기-70 문덕수; 「초병」>
哨兵
/문덕수
M·1 銃부리에 별빛이 떨어진다.
M·1 銃부리에 매차운 바람이 휘감긴다.
어디서 굴러오는
한 잎 쓸쓸한 落葉의 戰慄이
森嚴히 깊어가는 온 골짝을 울린다.
괴로운 듯 쓰러져 누운 山을
脈脈히 감돌아 오는 砲聲이
피어린 메아리 되어 숨는다.
凄切한 砲聲에 시달려
鬱然히 굼틀거리는 저 太白의 連峯들……
내 銃부리엔 곤한 숨소리가 들린다.
내 銃부리엔 溪谷의 물소리가 들린다.
-史倉里에서
-시집 『황홀』에서
<시작의 배경>
문덕수(1928-2020) 시인은 경남 함안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중학을 졸업 후 귀국하여 젊은 나이에 경남교원양성소를 거쳐 중등교원자격을 취득했으나(1950년), 6·25 전쟁이 발발하자 육군종합학교 27기로 입대하여 육군소위로 임관하여 일선 소대장으로 참전하였다. 강원도 현리, 사창리 전투지역을 거쳐 철의 심각지 전투에서 부상하여 야전병원에서 응급 수술을 받고 서울 수도육군병원, 대구 제일육군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고 1953년 6월 육군 중위로 제대하였다. 그 뒤 홍익대학교 법정학부를 졸업하였다. 1955년 6월 마산상업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1957년 제주대학교 국문과 교수로 부임하였다. 1961년에는 모교인 홍익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부임하였다. 국어교육과를 창설하고 사범대학장과 교육대학원원장을 맡아 수고하였으며. 1994년 2월 정년퇴임하였다. 문 시인은 일본 쓰쿠바 대학원에서 한·일 비교문학을 연구하고(1979년), 1981년에는 <한국모더니즘시연구>로 고려대학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문단데뷔는 유치한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1955년10월(「침묵」), 56년 3월(「화석」), 56년 6월 (「바람 속에서」) 3회 추천완료하여 데뷔하였다. 시집은 1956년 세계문화사에서 『황홀』을 낸 이후 영역과 일역들을 포함하여 무수히 발간하였다. 평론집도 1969년 수학사에서 『현대문학의 모색』을 발간한 이후 무수히 많다. 그 외 학술활동, 문단활동, 국제 회의 등과 수상 실적 등은 무수히 많아 일일이 열거하지 않겠다. 1981년부터 1984년까지 김종문 시인의 뒤를 이어 한국현대시인협회 6-7대 회장을 역임하였다. 1992년에는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회장으로 취임하였다. 1993년에는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이 되었으며, 1995년부터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 및 한국문화정책개발원 이사장을 역임하기도 하였다. 2020년 3월 13일 오랜 투병 끝에 영면하였지만 최근까지의 다방면의 활동은 시인이나 국문학자로서나 대한민국에서 전무후무할 업적일 것이다. 그러나 참전시인 특히 참전 중 부상을 입어 국가유공자(2001.2)가 된 시인이기 때문에 참전시에 대하여 살펴보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그의 참전시는 첫 시집 『황홀』 2부에 12편이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그 뒤에도 간간이 발표되어 다른 시집에도 여러 군데서 참전시가 보인다.
<작품분석>
이 작품 「哨兵」은 같은 제목으로 『한국전쟁시선』에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을 많이 개작하여 수록하고 있다. 이 작품은 다른 종군시나 참전시에 비하여 피아彼我의 대결 현장이 바로 시적 공간이 되어 있는 것이 특색이다. 그러나 문 시인은 초급장교였기 때문에 이 시에 등장하는 화자 ‘나’는 아니다. 다만 일선 소대장으로 초병들과는 생사고락을 같이 했기 때문에 현장감 있게 형상화 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화자 ‘나’는 초병이다. 그러나 적을 향해 긴장감 속에서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적대감을 표현한 부분은 전혀 없다. 다만 첫째 연에서는 극도의 긴장감을 ‘별빛’과 ‘바람’으로 사물화 한다. 둘째 연의 경우는 ‘낙엽’의 소리를 ‘전율’로 인식하여 공포감도 형상화 하고 있다. 셋재 연과 넷째 연에서는 끊이지 않고 들려오는 포성을 주위의 산 정상과 이어진 봉우리를 등장시켜 처절하게 형상화 한다. 다시 마지막 연에서 긴장감을 총부리에 숨소리와 계곡 물소리가 들려온다 하여 감각적 이미지로 전환시킨다.
이 작품은 제재를 사람으로 하였으나 자연을 등장시켜 문 시인 자신의 특성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전쟁의 대결구조와 승전의식을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평화지향성으로 다가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양왕용<시인/ 부산대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