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양왕용의 시 읽기
작성일 : 2022.07.14 12:09
望鄕
/김종문
北風을 안은 香爐峯에 서서
긴 산맥을 더듬어 가며
계곡을 흘리고 들을 펼친다.
나의 回想의 江 구비치며
나의 꿈 새긴 쪽배는
지금 어디로! 소리쳐도,
나의 꿈 심은 계수나무는
지금 어디에! 소리 쳐도
메아리 없는 冷却의 球体이다.
나는 새, 나의 마음 깃치고
안개의 緩衝地帶를 드나들며
묻어오는 어둠의 香부대,
나의 소망이란 차라리
침묵의 緩衝地帶에 스며들며
외로이 變身하는 부엉이氏,
낮엔 먼 눈 뚜고 속 비치고
밤엔 北 바라 밝은 눈 뜨고
밤새 비치며 밤마다 울겠다.
-『한국전쟁시선』」에서
<시작의 배경>
김종문(1919-1981) 시인은 평안남도 평양에서 출생하였으며 1942년 일본 동경의 <아테네 프랑세>를 졸업하였다. 그리고 해방 후에는 두 차례(1967,1971)에 걸쳐 파리에 체류하기도 하였다. 해방 직후에 군에 입대하여 국방부 정훈국장, 육군 정훈감 겸 보도실장을 역임하였다. 1957년 육군 소장으로 예편하였으며 한국현대시인협회 부회장을 거쳐 1977년부터 1980년까지 제 4대와 5대 회장을 역임하였다. 6·25 전쟁기에 발행된 1952년 1월호 《문예》에 시 「두 유령의 대화」를 발표하였다. 그리고 1952년 3월 10일에는 서울 문헌사 부산사무소에서 18.6×19.3(cm) 141쪽의 시집『壁』을 엮어 18편의 작품을 발표하였다. 이어서 1953년 휴전 직후에는 제2시집 『불안한 토요일』(보문각)을 엮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였다. 그는 휴전 직후인 1955년 5월에는 국방부 정훈국장(육군 준장)으로 『전시한국문학선』(국방부정훈국)을 소설(이미 발간)과 시(5월), 수필, 희곡, 평론으로 나누어 편찬하겠다고 詩篇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시편에 그는 서문을 쓰기는 하였으나 자기의 작품은 수록하지 않았다. 이 책에는 60명의 현역시인 118편(두 시인이 1편이고 나머지는 각 2편)의 6·25 전쟁기에 쓴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1957년 6월에는 자유문학가협회의 기관지였던 《자유문학》에 「현대시와 매스 커뮤니케이션」,《문학예술》에 「T S 엘리어트의 전통정신」 등을 동시에 발표하면서 비평활동도 겸하였다.
그의 참전시의 면모는 『한국전쟁시선』(상일문화사,1973, 국판 185쪽)에서 알 수 있다. 이 시집에는 6·25 전쟁뿐만 아니라 베트남 전쟁 참전시인들을 포함하여 25명의 68편(그 가운데 4편은 영역시)의 시가 편집되어 있다. 간행위원장은 역시 장군출신인 장호강(1916-2009) 시인이고, 시집 말미의 작품 해설은 김종문 시인이 「전쟁과 시에 관한 각서」라는 제목으로 하고 있다. 이 시선집에 김종문 시인의 전쟁시 「이름 없는 용사의 유산을」과 「望鄕」과 영역된 「六月의 抗拒」(RESISTANCE IN JUNE) 등 3편이 수록되어 있다.
<작품분석>
「망향」의 첫 행에 등장하는 향로봉(1,296m)은 동부전선 강원도 고성군과 인제군에 걸쳐 있는 현재 민통선 북쪽에 있는 산이다. 지금의 휴전선으로 전선이 고정되어 가던 1951년 8월 18일에서 27일까지 국군 제1군단과 미 제10군단과의 합동작전으로 향로봉과 인근 다른 고지를 점령한 전투를 향로봉전투라 한다. 아마 김 시인이 이 전투 승전 이후 향로봉을 방문한 체험으로 이 시를 쓴 것으로 짐작된다. 사실 김 시인의 고향은 평양이기 때문에 강원도의 향로봉과는 거리가 멀어 이 시의 제목에 등장하는 ‘망향’ 즉 고향 바라보기는 개인적인 체험과는 상관이 없다. 따라서 여기서의 ‘망향’은 북한 쪽 산야를 바라보며 실향민 청년으로 만감이 교차되는 그리움이다.
이 작품은 한 연이 각 3행인 규칙성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같이 『한국전쟁시선』에 수록된 「이름 없는 용상의 유산을」은 1연 2행의 규칙성을 가지고 있다. 그 만큼 김 시인은 작품의 형태면에서 신경을 쓰는 시인이다. 그리고 의미구조와 상상력의 전개과정도 질서를 가지고 있다.
첫째 연에서 향로봉 북쪽 산야가 등장하면서 그것을 보고 상상력을 전개한다. 과거의 회상과 어린 시절부터 꿈꾸어 온 소망도 찾을 길 없음이 둘째 연과 셋째 연에 제시되고 있다. 이어서 시적화자는 넷째 연과 다섯째 연에서 안개와 침묵의 완충지대 드나들며 절망과 외로움을 상징하는 부엉이로 치환된다. 그래서 결국 마지막 여섯 째 연에서 밤마다 울겠다고 전쟁으로 인한 절망감과 상실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다. 따라서 이 작품에서는 전쟁이라는 벌어져서는 안 될 일이 벌어져 젊은이의 꿈과 희망을 빼앗아 간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상에서 김종문 시인은 비록 참전 군인이었지만 전쟁에서 승전의 기쁨이나 격전의 처절함을 시로 형상화하기보다 전쟁에서 죽은 무명용사들에 대한 의미부여를 하면서 그 뜻을 기리자는 것과 격전지의 미래 모습까지 예견하였다. 한편으로는 전쟁은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을 빼앗아 간다는 점을 지적하여 반전사상적 측면을 가지고 있다.
<시인/ 부산대명예교수>